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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도 반대하는 경북도의 이언천 하천재해예방사업
[현장] 이언천 하천재해예방사업 현장을 다녀오다
2014년 10월 14일 (화) 10:30:00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pnnews@pn.or.kr

농민들도 반대하는 이상한 사업

"수해도 없는 이곳에 무슨 수퍼제방이냐""농지를 보호하겠다면서 벌이는 제방공사로 농토가 수용당해서 도리어 농사 못짓게 생겼다"
"멀쩡한 제방을 3.4미터나 높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 


경북도가 칠곡군 지천면 용산리, 오산리, 영오리 일대에 벌이려는 이언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에 대한 이곳 농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통상 재해예방사업을 반겨야 할 농민들도 나서서 이언천 수퍼제방 사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이상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지도에서 보이는 이언천 양쪽으로 지금 있는 제방에서 3.4미터를 더 높여 수퍼제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천 주변에 민가도 없을 뿐더러, 농지도 많지 않다. ⓒ 다음지도 캡쳐 정수근

문제의 이언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은 경북도가 발주하고 경북종합건설사업소에서 320억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언천의 제방을 현재 높이에서 3.4미터나 더 높여 수퍼제방을 만드는 하천재해예방사업이다. 그런데 농민들의 주장처럼 문제는 "이 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다. 

지천면 용산리에서 만난 고령의 농민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2003년 전국이 물난리가 난 태풍 매미 때 수해를 입은 이후로 그간 재해는 없었지. 이 일대는 크게 재해가 없는 곳인기라" 하고, 또 "제방이 보호해야 할 농경지도 많지 않다. 용산리만 다 합쳐도 4만평 정도뿐이고, 민가도 없는데 또 무슨 제방예방사업이냐?"며 이 실효성 없는 사업을 성토했다.

이곳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 와서 누구보다 이언천의 범람 문제에 대해서 잘 안다는 한 농민은 "홍수도 없는 곳에 3.4미터 높이의 엄청난 수퍼제방을 쌓고 그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농경지의 1/5 가량이나 제방공사에 수용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농사짓기에도 부족한 농경지인데, 오히려 제방공사로 농지를 잃게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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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농민들의 주장은 정당해보였다. "이미 하천 양안을 따라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가 지나고 있어, 그 자체로 큰 제방 구실을 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였고, 제방이 보호해야 할 민가는 이언천변엔 보이지 않았다. 농지 또한 넓지 않아서 이 수퍼제방 공사로 인해 수용되는 농지가 오히려 더 크게 보이는 실정이었다. 

   
▲ 지금 있는 제방이면 충분하다고 농민들은 목소리 높였다. ⓒ 정수근
   
▲ 이언천의 범람에 보호해야 할 농지는 용산리에서는 4만여평 정도밖에 안된다고 했다. ⓒ 정수근

농민들의 주장처럼 이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장을 와서 이곳 주민들에게 잠시 탐문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왜곡하고 막대한 국민혈세를 들여 이 불필요한 사업을 하려는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경북종합건설사업소의 관계자는 이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이 사업의 목적은 농경지와 인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을 뿐이고, "이 사업의 시행 계획부서인 치수방제과와 보다 자세한 해명자료를 준비중에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320억이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담당자도 사업의 확신이 없는 듯 보였다.

이 사건에 대해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지금은 수해방재를 위해 제방을 쌓을 것이 아니라, 범람원을 국가가 사들여서 원래 강의 영역이던 곳을 강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서구에서는 이미 하천정비가 그런 식으로 가고 있는데, 이 나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 했다.

320억원을 실효성도 없는 엉뚱한 수퍼제방 만드는 데 쓰지 말고, 얼마 안되는 농경지를 구입하는 데 써 저류지로 만든다면 향후엔 그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재사업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 신개념 치수정책을 보여주는 스위스 트루강 복원 사례. 제방 옆의 땅을 하천의 영역으로 돌려줌으로써 홍수을 방어하고 있다. ⓒ 박창근
   
▲ 제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제방을 더 넓혀 하천의 영역을 되찾아주는 신개념 치수정책. ⓒ 박창근

전국을 떠도는 4대강의 망령

그러나 4대강사업 이후 이른바 생태하천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치수방재라는 이름으로, 4대강사업은 망령처럼 아직도 지역 곳곳을 떠다니고 있다. 그러므로 4대강사업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의 그것처럼 호시탐탐 자연을, 하천을 노리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사업을 위한 사업, 돈을 쓰기 위한 사업"이라며 탁상머리행정이라는 주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경상북도는 이 사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있는 제방이면 충분하다"는, 어쩌면 이 사업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농민들의 주장을 경북도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320억이나 되는 엄청난 혈세는 꼭 쓰여야 할 곳에 요긴하게 쓰여야 한다. 이 막대한 예산이 펑펑 탕진될 정도로 이 나라의 경제사정은 좋지 않지 않은가 말이다"

이처럼 지방하천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사업의 망령이 지금 여전히 전국을 떠돌고 있다. 4대강사업은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4대강사업 이후 4대강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재와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들 사업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비판이 절실해 보인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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