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연이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지난 2월 초 '연말정산 세금폭탄' 이후 넉달 만에 또 다시 60%대로 치솟았고,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3주 연속 하락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일주일 전보다 5.7%p 하락한 34.6%(매우 잘함 11.1%, 잘하는 편 23.5%)에 그쳐, 메르스 사태 영향이 미치지 않은 5월 4주차(44.7%) 이후 2주간 10.1%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0.8%로 일주일 전보다 7.5%p 상승했다. "매우 잘못"이 40.8%, "잘못하는 편"이 20.0%였다. 때문에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일주일 전(13.0%p)보다 13.2%p 더 벌어진 26.2%p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4.6%였다.
리얼미터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2주 간에 10%p이상 하락한 것은 작년 세월호 참사(4월 3주차~5주차, 11.8%p)와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11월 4주차~12월 2주차, 10.2%p)이 일었던 시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고 밝혔다. 또 "60.8%의 부정평가는 '연말정산 세금폭탄' 여파로 2월 1주차에 기록한 집권 후 최고 부정평가인 6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메르스 사망자와 확진·격리자 수의 증가, 3차 유행에 대한 우려, 감염경로의 다단계화에 따른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 등으로 정부대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일간 지지율을 보면, 메르스 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직전인 6월 2일 이후부터 12일까지 10일 동안 11.6%p가 하락했는데, 메르스 환자의 대폭증가와 10대 첫 확진 소식이 전해진 8일에는 5일보다 4.3%p 하락한 33.4%로 주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연기 결정이 있었던 10일에는 35.8%로 올랐으나, 메르스 3차 유행 우려 보도와 사망자 수가 10명이 넘은 11일에는 34.7%로 다시 떨어졌고, 경북 등 감염지역 확산을 비롯한 각종 메르스 관련 부정적 보도가 이어졌던 12일에는 33.6%로 추가 하락하며 최종 주간집계가 34.6%에 그쳤다.
또 메르스 사태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5월 4주차와 비교하면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최대 15.9%p까지 큰 폭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부산·경남·울산에서 15.9%p 떨어져(51.4%→35.5%) 하락폭이 가장 컸고, 대전·충청·세종(13.0p▼, 54.2%→41.2%), 광주·전라(9.5%p▼, 25.2%→15.7%), 대구·경북(9.4%p▼, 56.6%→47.2%), 서울(9.4%p▼, 41.1%→31.7%), 경기·인천(8.3%p▼, 43.1%→34.8%)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15.4%p▼, 30.9%→15.5%), 40대(9.9%p▼, 37.1%→27.2%), 50대(9.7%p▼, 57.3%→47.6%), 60대 이상(9.4%p▼, 73.7%→64.3%), 20대(5.5%p▼, 20.1%→14.6%) 순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새누리당 정당지지도는 일주일 전보다 1.8%p 하락한 36.5%로 3주 연속 하락하며 3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2.3%p 오른 30.3%로 3주 연속 상승하며 4·29재보선 직전인 4월 5주차(30.8%) 이후 6주 만에 30%대로 올라섰다. 양 당의 격차는 10.3%p에서 4.1%p 좁혀진 6.2%p로 집계됐다. 정의당은 0.2%p 상승한 4.4%, 무당층은 0.8%p 감소한 26.7%였다.
리얼미터는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에는 계속된 메르스 사태 여파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새정치연합의 상승에는 자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적극적 메르스 대응과 당 혁신위원 인선 보도로 인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박원순 시장, 김무성 대표, 문재인 대표가 오차범위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1%p 급등한 19.9%로 김무성 대표를 밀어내고 1월 1주차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8%p 하락한 19.5%로 2주 연속 하락하며 박원순 시장에 밀려 지난 5주 간의 선두를 끝내고 2위로 내려앉았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0.8%p 하락한 17.5%에 그쳐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0.1%p 상승한 8.0%로 4위, 대구 수성(갑)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0.6%p 하락한 5.2%로 5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0.2%p 상승한 4.2%로 6위를 각각 유지했다.
리얼미터는 "박 시장의 급상승세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증대되고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시기에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을 보면, 서울시와 서울시의사회의 민관합동 메르스 대응체계 구축 보도가 있었던 8일에는 사흘 전보다 5.9%p 오른 20.7%를 기록했고, 이후 9일과 10일에는 각각 19.8%, 16.6%로 하락했다가, 메르스 3차 유행의 잠재 발원 병원에 대한 박 시장의 봉쇄 명령이 있었던 11일에는 19.6%로 반등했고, 12일에는 21.5%로 추가 상승하며 최종 주간집계는 19.9%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주간집계는 2015년 6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18.1%, 자동응답 방식은 6.4%였다. 통계보정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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