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국 "부디 행동하고 분노할 줄 아는 국민이 되기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4.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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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세월호 1년째 인양 못한 박근혜 정부ㆍ제 역할 못하는 언론' 비판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1년째 바다에 국민이 잠들었는데 박근혜는 배를 인양하지 않고 뭐하나"

채현국(80) 경남 효암학원 이사장은 3일 대구에서 이 같이 말하며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코앞인데 아직 배를 인양않는 박근혜를 보니 아픔도, 슬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다"며 "배를 건져야 민초들이 긴 아픔에서 헤어나올 텐데 이를 외면하는 것을 보니 참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거리의 철학자', '맨발의 철학도',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 '현대판 임꺽정', '비주류 야인', '당대의 기인', '양심세력의 마지막 보루', '해직 언론인들에게 집 한 채씩 사준 파격의 인간'. 모두 채현국 이사장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난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로 신드롬을 일으킨 채 이사장은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무려 8만여건의 공유를 기록하며 '우리 시대 진짜 어른'의 등장을 알렸다.

채현국(80) 효암학원 이사장(2015.4.3.동성아트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채현국(80) 효암학원 이사장(2015.4.3.동성아트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상임대표 서일웅)'는 3일 저녁 7시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세월호 1년 이 시대에 고(告)한다'를 주제로 <청춘들과 함께하는 제3회 노무현 청년학교>를 열었다. 이날 첫 번째 강연으로는 '시대의 어른 채현국이 청춘들에게 전하는 말씀'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정지창 전 영남대학교 독문학과 교수의 사회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채 이사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고, 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언론인'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주최측이 마련한 의자도 뒤로한 채 백발이 성성한 여든 노구를 이끌고 2시간 내내 1백여명의 시민 앞에 서서 '저항'과 '분노'할 것을 호소했다. 그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뼈아픈 다그침을 할 때마다 청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는 "1년째 배를 수습도 못한 무능한 정부가 돈 물어준다는 얘기로 유가족의 마음만 상하게 하고 있다"며 "돈으로 모든 아픔과 슬픔을 묻으려 하는 돈 맛만 아는 아주 천박한 정부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이번 참사에서 느꼈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중요한 축인 언론인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자들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안하고 사는 것 같다. 그저 광고 팔이, 광고 앞잡이로만 산다"고 지적했다. 또 "정의롭지 못한 일을 그냥 넘어가는 그 많은 신문사, 방송사 기자들은 가짜"라며 "싸우지 않는 기자는 진짜 언론인이 아니다. 진보매체 기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지창 전 영남대 독문학과 교수와 채현국 이사장(2015.4.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정지창 전 영남대 독문학과 교수와 채현국 이사장(2015.4.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우리사회가 세월호 참사에서 벗어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누가 됐든 배를 건져야 한다"면서 "인양에 국가, 정부, 대통령, 언론이 나서지 않는다면 민초가 나서야 하지 않겠냐. 당연히 정부가 해야하지만 할 기미가 전혀 안보이니 해라 해라 말고 아예 우리 국민들이 나서자"고 했다.

특히 "선두에 대구 시민들이 나서면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라며 "대구에서 시작하면 대한민국이 뭐가 바뀌어도 바뀐다. 정치적 문제든 경제적 문제든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대구는 보수적인 지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간지역'으로 저항적 사상가들이 많았던 곳"이라며 "지금은 박근혜의 정치적 뒷받침이 되는 곳이 됐지만 오히려 그 역발상으로 대구에서 세월호 인양 운동본부를 꾸리고 모금을 해 세계의 여러 선박회사들에 연락을 취하면 결국 정부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착하다, 바르다, 예의 있다, 얌전하다, 옳다 등 학교에서 교육한 모든 수식어에 저항하라"면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재발했을 때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이 저항만이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민초를 길들이는 어휘에 항상 의심하고 삐딱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부디 행동하고 분노할 줄 아는 국민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구 강연에는 1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5.4.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대구 강연에는 1백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5.4.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채현국 이사장은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후 서울로 이사를 가 서울사대부속중.고등학교,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1960년 당시 중앙방송(현 KBS)에 PD로 입사했지만 '박정희 드라마'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방송국을 그만뒀다. 이후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돕던 부친 고(故) 채기엽 선생과 강원도 삼척시 도계에서 흥국탄광을 함께 운영했다. 이후 사업이 번창하면서 당시 우리나라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2번째로 높은 거부로 이름을 날렸다. 이어 흥국탄광을 모기업을 한 흥국금광, 흥국해운, 흥국화학 등 24개 기업을 거느린 흥국재단도 설립했다.

그러나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자 채 이사장은 자신의 사업이 '군사정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1973년 재산을 광부들의 10년치 월급과 퇴직금, 장학금 명목으로 분배하고 모든 사업을 접었다. 이 때부터 채 이사장은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하며 은신처 등을 마련해줬다. 이후 무일푼 신세가 된 채 이사장은 지금은 통장도 만들지 않고 오히려 신용불량자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1988년 부친이 별세한 뒤에는 부친 호를 딴 효암학원(개운중학교, 효암고등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월급도 받지 않고 있으며 개운중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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