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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을 만나든 이성을 만나든"...성소수자의 이야기
따가운 시선에 '음지'에서 데이트, 퀴어축제조차..."모든 소수자들에게 관대한 사회를"
2015년 06월 23일 (화) 16:38:44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pnnews@pn.or.kr

커밍아웃(coming out).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된 말로 동성애자들이 성(性)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코미디언으로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던 방송인 홍석천은 2000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애플사의 CEO 팀 쿡도 커밍아웃을 했다.

팀쿡은 당시 "애플사 CEO가 게이라는 사실이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실마리, 자신이 혼자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위안, 평등을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프라이버시도 희생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명한 이들의 커밍아웃은 성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 함께 공존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이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의 권리와 자긍심을 알리는 퀴어축제가 대구에서 올해 7년째 열린다. 퀴어축제는 서울에서 2000년 처음 열렸고 대구에서는 2009년부터 진행됐다. 첫해 50여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1천여명이 참여해 대구에도 그들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올해는 축제의 핵심 '퍼레이드'가 열리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주최측이 7월 3일~5일에 행진 신고를 했지만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기독교단체가 같은 날짜, 장소에 집회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퀴어축제 행진에 대해 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이유로 충돌이 예상된다며 행진 금지를 통고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의 금지 통고에 대한 가처분신청 1차 심리가 23일 오전 대구지방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심리에서는 경찰의 금지통고에 대한 위법성을 두고 퀴어축제조직위와 경찰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2차 심리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성소수자의 생각은 어떨까?
'보수의 도시' 대구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삶을 살아온 성소수자 기린(별칭.여.28)씨와 사금(별칭.남.30)씨를 지난 18일 밤 대구무지개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제4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결혼식' 퍼포먼스를 하는 기린(왼쪽)씨. 2012년 11월 17일 한일극장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린씨는 2013년 제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도중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행진을 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말하면서 등짝을 때렸다. 강한 손찌검은 아니었지만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할머니 한 사람 이었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 혹은 단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온 몸으로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특히 "퀴어축제 실무 편의를 위해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했는데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전화를 걸어 '지금 니가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직장에 다 알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면서 "퀴어축제에 1천여명이 참여할 만큼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하지만 편견은 여전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는 그는 퀴어축제조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곤혹을 종종 치러야 했다. 

이어 대구라 유독 더 힘든 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은 동성애가 '싫다', '좋다'인데 대구는 아예 무관심하다. 사회가 진보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보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침묵"이라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과 관련해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바로 보수적인 대구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는 3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위에 14개 단체가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린씨는 "아무리 많은 단체가 연대를 하고 기자회견 등을 열어도 무관심한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또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라는 분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동성을 만나든 이성을 만나든 상관없이 한 사람이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이자 취업준비생인 사금씨는 "나는 백수라서 능력도 없는데 성소수자니까 두 배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학창시절 같은 반 남학생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다.

그는 "언젠가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내 자신을 받아들였다"며 "요즘 10대들은 성정체성을 빨리 찾고 우리 시대보다 더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부럽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라는 성역할을 강요받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사회가 정한 이분법적 고정관념이 편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도 기린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퀴어축제 때 행진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행진을 하는 데 한 아주머니가 대뜸 달려와 '게이세요?' 라고 물었다"며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몇 번이고 더 물어봤다. 괴롭힘 당하는 느낌이었고 정말 내가 약자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축제뿐 아니라 데이트도 쉽지는 않다. "서울은 클럽이나 게이바가 있어 데이트를 할 곳이 많지만 대구에는 공간이 없어 숨어 만난다"며 "한 번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애인과 손을 잡았다가 들킨 적이 있다. 시선이 너무 따가웠다"고 말했다. 때문에 "음지에서만 데이트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제6회 대구퀴어축제(2014.6.28.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사금씨 뿐 아니라 기린씨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국제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대 10명 중 7명은 '동성애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통계상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 주위에서 동성애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사금씨는 "앞으로도 커밍아웃을 할 계획이 없다"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성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너무 쉬운 커밍아웃은 지지를 이끌어 내기 힘들 다"면서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우리가 대중이 돼야 공감을 얻기 쉽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에게 버팀목이 되는 것은 퀴어축제가 유일하다. "퀴어축제에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하면서 굉장히 든든했다"며 "실제로 축제 현장에서 대구 시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참여를 통해 시민들이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들에게 관대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조금 낯설다고 이상하게 보지 말고 당연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색안경을 벗고 서로를 대등하게 바라볼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대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성소수자 축제가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 7회를 앞두고 있다. 우리 사회가 조금씩 조금씩 성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왔다는 증거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다수가 아닌 소수도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한편,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혐오를 쏴라'를 슬로건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정돼 있으며, 성소수자와 관련한 토론회, 인권보고대회, 퍼레이드, 영화제, 연극제, 전시회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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