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제, 대구 중구청장과 시민단체의 생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6.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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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무대 사용 / 윤순영 구청장 "충돌ㆍ안전 우려, 절대 허가할 수 없다...대안 찾자"
퀴어축제조직위 "표현 자유 침해ㆍ나쁜 선례, 축제 막을 근거 어디에도 없다...법적 대응"


성소수자들의 하루 축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바라보는 대구 중구청장과 시민단체의 생각은 달랐다.

윤순영(62) 구청장과 '제7회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준비모임(위원장 배진교)'은 9일 오후 중구청에서 오는 7월 4일 대구퀴어축제에 대한 중구청의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 불허와 관련해 첫 면담을 가졌다. 윤 구청장은 "축제 당일 기독교단체와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시민들의 안전과 상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절대 허가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시민단체는 "공공기관 단체장의 노골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소수자 탄압"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축제를 막을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과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회 면담...(왼쪽부터) 윤순영 중구청장, 양수용 중구 복지문화국장,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 서창호 대구인권연대 상임활동가(2015.6.9.중구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과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회 면담...(왼쪽부터) 윤순영 중구청장, 양수용 중구 복지문화국장,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 서창호 대구인권연대 상임활동가(2015.6.9.중구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윤 구청장은 '불허' 입장을 고수했고, 시민단체는 '사용 허가'를 촉구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결국 이날 두 단체는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면담을 끝냈다. 다만 윤 구청장은 실무자 차원에서의 협의 창구를 열어놓고 제3의 대안을 계속 모색하는데 동의했다.

퀴어축제조직위는 앞서 5월 20일 퀴어문화축제를 위해 '동성로 야외무대 사용 신청서'를 중구청에 냈다. 사용목적은 '성소수자의 자긍심과 인권향상', 축제 내용은 마임, 전시, 밴드, 댄스 공연 등이다.

그러나 중구청은 지난 6월 1일 퀴어축제조직위에 '불허'를 통보했다. 그 이유로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관리·운영 규정' 제4조를 들었다. 조례에 따르면, 구청장은 공공질서 유지,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무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당일 윤 구청장이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측과 면담을 가진 사실이 알려져 시민단체는 "중구청장의 종교편향"이라고 반발했다.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모습(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모습(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윤 구청장은 9일 면담에서 "동성로 무대 사용 불허는 개인적 판단이 아닌 단체장 입장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아무리 날짜를 옮겨 축제를 열어도 기독교단체와의 충돌은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축제가 예정된 날짜에는 동성로에 최소 80만여명에서 1백만여명의 유동인구가 있다"며 "충돌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 상인들의 상권마저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기독교단체뿐 아니라 동성로 상인연합도 축제에 대한 우려로 중구청에 계속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면서 "성소수자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상권과 시민들의 이동권 등도 고려해야 하는 나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때문에 "무대 사용을 절대 허가할 수 없다"며 "소수자 탄압이나 종교 편향으로 해석하지는 말아달라. 시민단체들이 제3의 대안을 찾아 축제를 다른 곳에서 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퀴어축제에서 '축제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기독교단체(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해 퀴어축제에서 '축제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기독교단체(2014.6.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퀴어축제조직위는 "소수자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배진교(40) 퀴어축제조직위원장은 "대구퀴어축제는 서울을 뺀 전국 유일한 성소수자 축제로 6년간 평화롭게 잘 진행돼 왔다"며 "364일 억압 받던 성소수자들이 이날 하루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인권축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퀴어축제는 이미 그 나라의 문화축제로 자리잡아 관광상품으로도 활용된다"면서 "퀴어축제에 대한 동성로 무대 사용 불허는 노골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일부 기독교단체가 성소수자를 탄압하기 위해 소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는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근거 없는 행위"라며 "공공기관장이 동성로 무대 사용을 불허하면 혐오세력에게 나쁜 선례를 남겨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과 편견이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동성로 무대에 대한 불허 결정을 철회하고 사용을 허가해 달라"면서 "약자의 편에 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 준비모임은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중부경찰서가 자신들이 낸 집회·행진 신고에 대한 금지통고를 내린 것과 관련해 '권한 남용'이라며 오는 11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처분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또 오는 12일에는 50여개 시민단체·정당이 참여하는 '제7회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를 정식 출범하고 퀴어축제에 대한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열 예정이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7회를 맞는 성소수자 권리 촉구 행사다. 올해는 오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며 성소수자와 관련한 토론회와 인권보고대회, 퍼레이드, 영화제, 연극제, 전시회 등도 열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동성로 행사와 행진은 4일로 예정됐다. 퀴어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로 이 같은 행사는 미국 시카고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브라질의 '게이프라이드' 등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와 서울 2곳에서만 해마다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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