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왜곡서술', 언론의 비판과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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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태 - 한국사 왜곡 - '검찰총장' - '천안함 영화' 보도


국민들, 의문부호 붙였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의 본부는 어딘가? 이 시점에서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기고 있다는 ‘하수구 보도’는 왜 나왔는가? 도대체 국정원이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을 한 것으로 그 동안의 언론보도 흐름을 굴곡 많은  우리나라 정치 기상도에 따라 경험에 비춰 판단하고 있는데 왜 국정원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가?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1면
<한겨레> 2013년 9월 10일자 8면(사회)
<한겨레> 2013년 9월 10일자 8면(사회)
<한국일보> 2013년 9월 10일자 1면
<한국일보> 2013년 9월 10일자 1면

이것들은 평범한 골목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골목 국민들이 말하는 방식대로, 왜 신문과 방송들은 허구한 날 다른 이야기들은 바다 건너 미국에서 귀뚜라미 소동이 일어난 것까지 아주 자세하게 다루면서 우리나라 사정은 왜 대충대충 넘어가고, 더 많게는 아예 말을 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을 골목나라 국민들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다들 대구사람들이니까 대구에서 나오는 신문, 방송하는 방송을 보려고 해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다. 서울 사람들이 평소에는 뭐가 어떻고, 어떻고 하면서 지방 사람들 챙기는 시늉을 하지만 막상 뭔가 생길만하면 그때부터는 “지방은 시골이잖아”하면서 선을 그어버린다. 그래서 지방 사람들은 늘 그랬듯이 서울 사람들한테 속이 개운치 않다. 지난 번 이명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독도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골목나라 국민들은 덩달아 서울사람들 장단에 춤을 췄다. 대구의 신문, 방송들이 얼씨구나 하면서 환영하는 시늉을 했기 때문인데, 나중에야 신문·방송의 들러리가 됐고, 떡고물 하나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알고는 심장이 떨릴 만큼 치를 떨었다.

SBS /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 관련 보도
경향신문 /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한국사 왜곡서술-'검찰총장'-영화 탄압 관련 보도


말해주는 이 없으니 "우리가 나선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그리고는 말한다. “누가 말해야 알 게 아닌가?”

그래서 하나 둘 신문들을 모으고 텔레비전 본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신통찮다. 조선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아온 신문에는 한국사 왜곡 서술 이야기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에스엔에스? 뭐 그런 게 있나본데 거기엔 그 소식이 자세하다나 어떻다나.” 그래서 골목나라 국민들이 부랴부랴 이 신문, 저 에스엔에스를 본 대로, 들은 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모으고 나니 조선일본가 조중동인가 뭔가 하는 데 말고는 그런대로 교학사 한국사 왜곡 서술 이야기가 더러 실려 있는 게 아닌가. 먼저 목소리가 고양이 울음 같다고 해서 ‘나비’로 불리는 50대 청년(이 골목나라에서는 청년이다)이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SBS에서 엊그제 저녁에 그러던데, 교학사인가 하는 데서 만들고 뉴라이트인가 하는 데서 베낀 한국사, 그러니까 우리나라 역사책이 순 엉터리고, 총 차고 독재하던 자를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구만.” “아, 박정희, 박정희를 말하는 게로구만. 영웅은 무슨 영웅!”

한겨레 /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한국사 왜곡서술-‘검찰총장’-영화탄압 관련 보도

<조선> "보도에 국정원이 어른어른"

골목나라 국민들이 모은 신문쪼가리, 들으면 듣는 대로 잊어버리기 쉬운 에스엔에스를 모은 결과를 체로 쳐서 ‘나비’ 청년이 부지런히 볼펜을 휘날려 정리하니까 그런대로 문서다운 글 세 네 장이 돼 나왔다. 그게 독자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표1> <표2>, <표3>, <표4>이다. 조선일보는 평소 온갖 이야기로 떠벌이더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서술은 ‘신축년 대홍수’ 때 씻겨 나갔는지, 아니면 ‘사라호 태풍’에 날려가 버렸는지 흔적이 없어서 못 모았다고 ‘나비’ 청년이 땀을 닦으면서 말한다.

기타 매체의 교학사 한국사 왜곡서술 - '검찰총장' - 영화탄압 관련 보도

그런데 아뿔싸, 신문쪼가리, 에스엔에스, SBS 방송을 모으긴 했는데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헷갈려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시끌벅적, 갑론을박하던 골목나라 국민들이 어느새 보고서 한 장을 만들었다. 5형제 중 제일 마지막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꺼시’(‘끝’의 사투리 발음. ‘꺼시이’로 길게 발음)로 불리는 ‘두레’ 형님이 동제 때 축문 읽듯이 읽어 내려간다. 골목나라 국민들이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낸 작품인지라 길가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진실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왜곡 교과서 해독, 아편보다 심하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은 날조한 본거지가 반드시 있다. “왜, 논두렁 끝 토굴 비슷한데 살던 얼굴이 새까만 그 사람, 알지? 그 사람 왜 얼굴이 그 모양이 됐나 하면 만날 돈푼이라도 생기면 아편을 늘 맞다보니 그렇게 됐잖아.” 두레 형님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그런데 그 아편쟁이, 나중에 어떻게 됐나? ‘나, 가요’ 소리도 못하고 고꾸라지던 걸 자네들 봤지?” 몸에 안 좋은 아편, 장복하다보니 총각 신세 못 면하고, 몸은 몸대로 버리고, 그러다 이 세상 하직한 아편쟁이 총각을 비유로 든다. 여기서 우리 두레 형님 말솜씨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들려주지 못하는 게 매우 아쉽다. 두레 형님 말씀 요지는 이렇다. “그 아편쟁이인들 처음부터 아편 맛에 빠지지는 않았을 터. 요리 꾀고 저리 홀리니까 결국 아편쟁이가 되고 말았는데, 아, 교학사인들 그런 한국사 교과서를 처음부터 만들려고 했겠는가. ‘사업을 잘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한 자리 해야 하지 않겠나’ 하면서 은근히 주무르니까 넘어간 거야.

<경향신문> 2013년 9월 9일자 2면(종합)
<경향신문> 2013년 9월 9일자 2면(종합)

친일파가 항일애국자 둔갑

그런데 우리 마을 아편쟁이는 제 한 몸 ‘꼴까닥’ 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서술은 우리나라 청소년 학생들을 죄다 아편쟁이로 만들게 되니 그게 문제란 말일세!” 듣고 보니 그렇다. 내 아들 딸들이 그렇게 되면 큰일이다. 그러면 그렇게 시킨 본부가 있다고 했잖은가. 그건 또 어디 누구란 말인가? 두레 형님의 이야기는 이렇다. “왜 이전에, 인분 통을 뭐라고 했는가? 맞네, ‘장군’이라고 했지. 그런데 글쎄 그 ‘장군’을 모르는 요즘 청소년 학생들한테 ‘장군’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는지 아나? 군인 중에서 높은 군인, 그러니까 연금도, 4대보험도 모조리 한 방에 해결되는, 직장 단번에 보장받는 그런 것으로 알게 아닌가. 똥내 풍기는 똥통인 줄은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똥통을 ‘장군’으로 부르고, 친일파를 ‘항일 애국자’로 부른다니 그러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너무 어이가 없어 두레 형님의 손에 들려 있는 보고서로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두레 형님은 이 대목에서 심각해진다. “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 그러니까 친일파를 항일 애국자라고 한다니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겠나. 일본사람들 아닌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통과됐다는 소식 듣고 일본사람들, 박수를 쳤대. 이제 독도는 곧 ‘다케시마’가 된다고.” 듣고 있던 골목나라 국민들이 콧방귀를 뀐다. “독도를 누가 준대?” 두레 형님은 오히려 차분하다. “글쎄, 우리는 죽기로 싸워 독도를 지켰는데, 글쎄 일본천황을 보고 ‘반자이, 반자이’ 한던 그 사람들, 그 패거리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킨 일본나라에 은공을 갚아야 한다고 하면서 넘겨주자면 어쩌겠나?”

아, 그렇구나! 골목나라 국민들 입에서 탄식이 합창되어 나온다. 이제야 본부가 어딘지, 누구인지, 뭘 노리는지, 왜 이런 일들을 꾸미는지 잘 알겠다는 거다.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12면(사회)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12면(사회)
 
'왜곡 교과서'는 매국 선동문

두레 형님,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린다. “아, 글쎄 그 본부인가 뭔가 하는 데서 뭐라고 하는지 아나, 자네들. 친일이니 항일이니 말하는 것은 김일성이와 한통속이기 때문이라는 거야. 기가 막혀서. 우리가 누구와 싸웠는데?” 골목나라 국민들, 왕할머니 손자들, 장마 끝나면 두레박 타고 우물 깊이 내려가서 지저분한 것들 치운 말집(말수레집) 형제들, “눈 감아라” 하고는 보리깜부기를 입에 넣게 한 뒤 잡아당겨 입안을 이상하게 만들고는 재미있다고 깔깔대던 쉰동이 형제들은 이제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이 독도만이 아니라 골목나라 자체를 넘겨줄지도 모를 ‘아편’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망할 ‘교과서’로 ‘교육’하니 아편도 그런 아편이 없다.

“그렇구나. 그 본부인가 뭔가 하는데서 ‘역사전쟁을 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한 것이 우리 골목나라 영토를 줄이고, 골목나라 국민들의 정신을 눌러서 다시 일본사람 앞잡이로 만들고, 그 대신 자기네는 ‘반자이, 반자이’ 하던 저네 조상들처럼 일본사람과 손잡고 우리를 종 아닌 종으로 부리려는 것 외에는 딴 말이 아니구나. 자유당 때 이승만이 걸핏하면 ‘공산당’, ‘공산당’ 하면서 국민들을 잡아다 괴롭힌 기억이 선한데, 지금도 ‘종북’이니 뭐니 하는 게 국민들을 정신적으로 움츠러들게 하고 자기네 일본과 손잡고 자기네 세상을 만들려는 게 아니겠는가 말일세.”

매일·TBC, 국정원 보도 외면

늘 개를 데리고 다녀서 ‘워리워리’로 불리는 동안의 ‘히야’가 두레 형님의 말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 왜 대구 골목나라 국민들은 대구의 신문, 방송을 안 보고 안 들었는지 알아? 얼마 전 대구·경북의 천주교 사제들이 대구대교구 창설 이후 처음으로, 그러니까 백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8월 14일에 했드랬어. 그런데 말이야, 천주교회에서 주식지분의 거의 전부를 가지고 있는 매일신문이 글쎄 이 시국선언을 동네 개 취급하듯 했지 뭔가. 8월 14일 대구MBC는 저녁 본판 뉴스(뉴스데스크)에서 다뤘지. KBS대구는 뉴스9이던가, 거기 맨 마지막 화면에 잠깐 띄우기는 했네 그려. 그런데 TBC대구방송인가 거기서는 아예 전혀 안 다뤘네. 걸핏하면 지역보도에는 지역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던 그들인데,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을 한 천주교 대구·경북 사제들이 매일신문이나 TBC대구방송에는 ET 같은 외계인이었던 모양이지?”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30면(오피니언)
<경향신문> 2013년 9월 10일자 30면(오피니언)

박정희·이승만은 규탄 받아야 할 대상

워리워리 ‘히야’는 그러면서 글 한 장씩을 우리 골목나라 국민들에게 나눠줬다. 그 글의 제목은 「주어 없는 역사 교과서」(경향신문 10일 30면 시론). 그 글을 쓴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을 골목나라 대통령으로 삼고 싶다는 뜻을 덧붙였다. “정직하니까! 군사 쿠데타로 시작해 유신독재로 막을 내린 박정희, 독재와 3·15 부정선거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싹을 자른 이승만이 받아 마땅한 대접이 뭔지 알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을 하도록 한 본부사람들의 발걸음, 속셈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고 있어. 그걸 말했어. 우리 골목나라 국민들처럼 정직하지. 암!”






[평화뉴스 미디어창 248]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한겨레> 2013년 9월 10일자 6면(종합)
<한겨레> 2013년 9월 10일자 6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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