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교수·교사 3백명,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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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등 대학 10곳, 중·고교 80곳 329명 성명 "헌법정신 위배 역사역곡...검인정제 유지"


대구경북 교수와 교사 329명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경북대학교 인문·사회대학 교수 6명이 지난 17~23일까지 대구경북 역사학 전공 대학 교수와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서명지·전자서명 방식을 통해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 촉구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대구경북 교수·교사 329명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명에는 경북대 인문·사회·사범·자연·경상대학 등 10개 단과대학 교수 132명과 영남, 계명, 대구, 대구가톨릭, 대구교육, 안동, 동국(경주캠퍼스), 금오공과대학교 등 10개 대학 역사학 전공 교수 71명이 동참했다. 또 경북대사대부속중·고 대구고, 덕원고, 계성고, 영천고, 김천생명과학고, 포항여고, 경북외고, 의성여고, 안동여자중, 고령중 등 80개 중·고등학교 역사학 교사 126명도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북 교수, 교사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2015.9.24.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교수, 교사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2015.9.24.경북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이번 서명운동을 주도한 경북대 사학과 윤재석(53), 주보돈(62), 불어불문학과 김성택(56), 철학과 임종진(56) 교수 등 20명은 24일 오전 경북대 인문대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명운동 결과와 서명운동에 동참한 교수와 교사들 공동명의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서명운동 참여자들과 논의해 청와대나 국회에 이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1세기 민주사회에 역행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권 안보를 위한 정치적 의도로 기획되었다"며 "선진국들 대다수가 검인정제·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마당에 박정희 정권 국정교과서 체제 망령을 되살리는 것은 역사 왜곡 터널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대구경북 역사학 전공 교사, 교수' 서명현황 표 / 자료.경북대 인문.사회대학 교수 일동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대구경북 역사학 전공 교사, 교수' 서명현황 표 / 자료.경북대 인문.사회대학 교수 일동

특히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하기는커녕 국정화 논의 자체로 이미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정권마다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제작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사회는 교과서 개정을 둘러싼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택하는 것이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에도 맞지 않다"면서 "국정화는 과거의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하며 미래의 교훈을 찾아가는 우리의 역사교육을 무력화시키고 다원적 가치와 창조성, 상상력을 제한해 우리의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그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화론자들이 제기하는 우려와 문제는 현행 검인정제 보안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며 "한국사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의 틀을 벗어날 수 없고 교과서 집필기준을 따라야만 검정을 통과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지 국정제를 재도입할 일이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경북대 교수' 서명현황 표 / 자료.경북대 인문.사회대학 교수 일동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경북대 교수' 서명현황 표 / 자료.경북대 인문.사회대학 교수 일동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시민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여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하는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만이 역사의 숭고한 가치와 경험을 교육현장에 실현시켜 민주사회 완성을 앞당기는 방법"이라고 촉구했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돼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성향으로, 산업화와 친일문제에 있어서 노골적으로 찬양하거나 성공적이었다는 식의 어긋난 교육을 하려는 정책"이라며 "유신체제나 그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국정화는 교육 획일화로 다양성을 없애면 민주사회 발전을 억눌러 역사의 퇴행을 불러 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13일 2014년 업무계획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교과서 전환을 처음 발표했다. 한국사교과서와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체제 전환을 포함하여 다각적 교과서 체제 개선방안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환 여부는 이달 말 확정한다.

그러나 교과서 국정화를 채택한 나라는 현재 OECD 가입국 중 그리스, 터키, 아이슬란드 3개국 뿐이고, 나머지 선진국들은 모두 검인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국정화를 시행했던 시기는 박정희 정권 유신 때로 현재는 검인정제다. 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를 놓고 친일미화와 역사왜곡 논란까지 불거져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 교수와 교사들은 9월초부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열고, 성명서를 내는 등 정부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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