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학자 - 관학파, 그리고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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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경 / 한국사 교과서 왜곡서술, 박 대통령의 역사관은 어떤가?


일본-천황제 중심국가
한국-‘종북’으로 정치하는 나라?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나라?
 
친일파-김성수, 방응모, 박정희, 백선엽 등-가 다시 등장하는 배경은 뭔가. 역사전쟁을 벌이겠다고 하는데 김구와 한용운, 이육사와 싸우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일본과 싸워 독립을 이뤄낸 항일인사들에겐 무엇을 줄 수 있나? 손해인가? 독립, 주체, 자주, 국권회복을 목숨으로 바꾼 그들이 아닌가. 한용운이 그랬고, 김 구가 그랬고 이육사, 그리고 수많은 의병들이 그들이다.

미국이 도쿄 궁전을 태평양전쟁 당시 폭격하지 않은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을 이용하려는 계획이다. 그 미국은 한국에서 무엇을 했나? 태프트-카츠라 밀약으로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도록 힘으로, 외교로 사전에 보장해준 나라다. 그 미국은 신미양요라는 전쟁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해온 나라다. 참으로 딱한 것은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미국을 ‘하나님의 축복받은 나라’에서 나아가 ‘하나님의 대행자’라는 인식이 끈끈하다는 사실이다.

그럼 토머스 목사가 타고 온 제네럴 셔면호의 정체는 뭔가? 한 마디로 상선이 아니다. 해적선이다. 상선이면 나라와 나라가 수교하기 전에 수교되고 문호가 개방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제네럴 셔먼호는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왔다. 거기서 평양감사 박규수에 의해 저지된다. 박규수는 연행록의 저자 연암 박지원의 손자다. 박규수는 그 시대 개방적인 인물이고 열린 사람이었다. 국제정세를 알 만큼 알던 인물이다.

그가 먼저 제네럴 셔먼호를 공격했나? 아니다. 외국 선박이 외국인을 태우고 주권국가 깊숙이 들어왔으므로 정선을 명령했고 대포를 쏘고 공격을 해오는 등 조선 사람들이 죽고 다치니까 백성들과 함께 맞선 것이다. 제네럴 셔먼호는 상선이 아니라 무장한 해적선이다. 신미양요는 미국의 조선 침략전쟁이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에 의해 침략 받아도 별로 저항다운 저항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본 미국이 해적선 제네럴 셔먼호가 평안도 군관, 농민에 의해 저지되자 이것을 구실로 한국 침략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과 맺은 조미수호조규는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의 조선판 계획서다. 일본이 득세하도록 도운 뒤 헌신짝처럼 버렸고,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 책략을 꾸몄으니까.

그 원인, 배경은 무엇인가?
길고 깊이 보자. 한국에서 식민사학이 여전히 강고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과목 수능 채택 운운하지만 그 주위에 친일 식민사학자 아닌 자가 누군가? 뉴라이트 운운하는 극우파들은 한반도 근대화의 공을 일본지배에 돌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현실의 영역을 일본에 복속시킨다. 임나일본부 운운하는 근본 논거를 제거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은 고대에 한반도 이남에 영향력을 행사한 기본 주장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것은 한반도의 공간적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정신적 영역을 축소시킨다.

일본역사가들은 철령위를 지금 함경도 원산만 일대로 비정했는데 그런 주장은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됐다. 이병도, 손진태, 이기백 등이 그 주역들이다. 실증사학의 전통을 이었다고 자신들은 주장하지만 그들은 일제 조선사편수회의 언저리에 있었다. 이기백은 그런 식민사학자들에게 교육받았지만 스스로는 한국사신론에서 식민사학 극복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타계한 이 마당에 냉정히 그의 한국사신론을 검토해보면 그는 임나일본부 주장도, 원산 철령위 주장도 근본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참고사항이지만 한국고대사를 연구함으로써 임나일본부 설을 ‘확고히’ 개척한 일본 한국사학자들 중 신라 내물왕 이전의 여러 왕들과 국가를 과연 제대로 연구했나? ‘강국 일본’의 이념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전파하기 위한 이념의 자손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임나일본부’이고 ‘철령위’다. 연구 결과 나온 고대사가 아니라 ‘만들어진 고대사’다.

철령위는 또 뭔가? 일제 어용학자들, 그들의 계승자인 식민사학자들은 신라든 고려든 약체라야 했는데 명나라와 맞선 고려의 위상은 역사상에서도 당연히 약화시켜야 할 필요를 이들은 느꼈다. 그래서 역사 서술 기법을 빌려 국경분쟁(또는 국력 경쟁)의 현장으로 ‘철령위’를 만들었다. 이 ‘철령위’다. 지금 중국의 명나라 주요 역사문헌들은 철령위가 만족(만주족) 자치현 본계(本溪)에 있다가 본계 동쪽 약 40㎞ 지점에 있는 철령(鐵嶺)시 근처로 옮겼다고 돼 있다. 원나라를 몽골 본거지로 내 몰 만큼 국력이 왕성했던 명나라는 고려와 철령위를 둘러싼 팽팽한 대립에서 철령위가 고려 영내 어디에도 뒀다고 주장한 바 없다.

일본의 역사관은 천황의 존재를 존립 근거로 삼고 있이 사실(史實)이 아니라 이념이다. 그들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100% 신뢰한다. 왜? 일본이 한국사학자들을 가르친 무기가 ‘실증주의’였고 그 ‘실증주의’를 이병도 등이 100%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식민사학 극복을 주장한 이기백이지만 한국사신론 어디에서도 한반도 남부에 왜가 영향력을 행사해 지배했다는 핵심 주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학자들이 주장한 원산만 철령위 주장을 한국사신론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식민사학의 맥을 이은 한 소수 그룹(역사 용어로는 별종(別種))이 이른바 뉴라이트. 뉴라이트 계의 극우 논자들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 역사관에 철저히 기생하고 있다. 그들에게 일본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이념적 기둥들이다. 그들에게 사실(史實)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권력을 쥐고 향유하면 그만인데, 그 방편으로 일본사학자들이 써먹은 이념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면 그 이념은 한국에서는 누가 뿌렸고 누가 행사했는가가 중요하다. 바로 이병도, 손진태, 이기백 등이다. 그들은 관학파로서 ‘실증주의’라는 이념으로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한국사학계(모든 학문이 그렇다)에서 기득권 지위를 일제로부터 물려받았고, 그것을 뉴라이트계 논자들에게 물려주었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수능 반영 등의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적이든, 정신적이든, 공간적이든 우리나라 주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임나일본부 주장을 부정하는가 시인하는가, 아니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일본의 왜가 한반도 이남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아닌지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철령위가 원산만에 있었는지 아니면 중국 요녕성 심양시 남쪽 본계→철령 부근에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태프트-카츠라 밀약(이 밀약이 체결되자 일본은 을사조약을 강제로 맺게 했고 통감을 뒀다. 초대 통감은 바로 이등박문)이 우리 민족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관이 천황제를 옹위하는 식민주의 내지는 식민사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나라, 한국도 희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미국 제국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어떤지를 국민들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왜곡 서술과 관련해 국민들은 그 배경에 국정원의 ‘권력정치’(박정희의 중앙정보부 식의)가 있다고 의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식민사학자-관학파와 연결된다고 본다. 그 마지막 항에 박 대통령이 있는지 여부는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다.






[기고]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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