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지 두 달...아무도 모르는 사회의 복지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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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식 / 달서구 6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사회복지전달체계 무엇이 문제인가?


혼자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달서구의 한 원룸 집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되었다. 올 2월에는 남구에서 홀로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진 지 20일 만에, 작년 5월에는 60대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을 3­4주만에, 작년 4월에는 동구의 한 야산에서 80대의 수급자가 숨진 지 한 달 만에, 2013년 1월에는 서구에서 기초생활수급자 50대 남자가 숨진 지 한 달 여 만에 발견되었다. 고독사이든 사고이든 우리 사회에서 모두 쓸쓸한 죽음들이다.

빈곤층의 죽음과 뒤늦은 발견, 무덤덤한 사회


매번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학계, 시민사회단체는 사회복지인력 부족 등 고질적인 복지전달체계의 부실을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발표한 단골 대책은 찾아가는 복지와 사각지대 해소였고, 복지공무원 인력 충원이었다.  그러나 사전 예방은 커녕 뒤늦은 발견으로 모든 비난의 화살은 공무원에게 쏟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인력부족 등에 의한 제도부실과 복지전달체계 시스템의 문제인지, 공무원들의 나태함과 복지부동의 결과인지를 복기해 보는 것부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우선,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빈곤층 죽음에 대한 뒷북대응 사건만 보더라도 여러 차례가 있었다. 2007년 3월 달서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한 시각장애인 사망사건,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2004년 동구 불로동 아동 아사 사건도 기억난다. 2002년에는 수성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엄마는 굶주려 죽고 딸아이가 탈진한 상태에서 뒤늦게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이때 가가호호 방문하는 요구르트 아주머니까지 사회안전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나마 이 사건들은 사회적 파장을 던지며 제도변화와 사회복지인력 확충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죽음은 사회적 관심 밖이었다. 어지간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면 이제 우리사회는 이들 죽음에 대해 무덤덤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가 이제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죽음을 일찍 발견했건, 늦게 발견했건 무슨 큰 대수인가?

지역복지.지방자치 축소반대 대구대책위 기자회견(2015.11.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역복지.지방자치 축소반대 대구대책위 기자회견(2015.11.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급자라는 굴레에,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멍에에 갇혀...

송파 세모녀 사건 등 전국적으로 이어진 빈곤층의 자살 사건으로 정부는 소위 ‘사각지대 해소’가 마치 우리사회의 빈곤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냥 지상과제로 만들었다. 그 결과, 올 7월부터 개별급여가 시행되고,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이 도입되었지만,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사실, 죽음을 빨리 발견했느냐? 아니면 늦게 발견했느냐의 문제는 그 사회의 복지수준을 가름할 수 있는 주요 잣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받지 못한 죽음에 대한 해명이 고작 ‘이혼해 10여 년 전 자식들과 연락 끊고 혼자 살았다’는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서글프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여 ‘수급자’라는 자격을 부여받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지도, 인정을 받지도 못한 죽음은 이렇게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수급자라는 굴레에 쌓인 채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멍에를 쓰고 싸늘한 죽음으로 우리사회에 투영되었다. 이런 죽음이 어디 이 뿐이겠냐 마는...

빈곤층 죽음으로 충원된 사회복지공무원, 그러나 부정수급자 색출하는...


2013년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자살이 이어졌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빈곤층의 자살과 사망사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한 조사에 의하면, 대구 사회복지공무원의 직무상 스트레스가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관보다 심하고 심각한 우울증 유병률은 국민 평균의 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2003년)도 나와 있다. 늘어나는 업무, 사회복지대상자에 비해 인력이 못 따라 가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행정업무에 치여 찾아가서 복지대상자를 발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87년 별정직으로 10여명에 불과했던 대구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일반 행정직으로 전환되어 이제 800여명이 넘는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OECD 평균 공공인력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력은 늘었다. 총액인건비에 묶여 인력확충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자체의 인건비 부담 속에서도, 빈곤층의 자살은 이어지면서 사회적 요구에 의해 확충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이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러나 국가정책은 부적격 대상자 누수 요인 차단과 부정수급자를 색출하는데 이 인력을 배치해 왔다. 최근 들어와서는 복지재정 절감을 위해 더 혈안이 된 느낌이다. 찾아가는 복지를 해야 할 사회복지공무원들 중 일부는 책상 앞에서 마치 전산직으로 착각할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맞춤형 찾아가는 복지는 컴퓨터로 대신할 수도 없는데, 이럴 바에는 전산직 공무원을 뽑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빈곤층의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 '차별 철폐'

‘금수저 흙수저의 현대판 계급사회, 부의 대물림이 악순환’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계층 간 단절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빈곤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절대 절명의 과제다. 광범위한 빈곤층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인력, 예산은 기어가는 수준이기에 이에 대한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가? 대구는 정원대비 현원 비율이 95% 정도로 타 도시에 비해 조금 낮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정권이나 정책의 필요에 의해, 각종 사건사고에 따라 땜질식 대책으로 인력확충이 이루어졌어도 안 된다. 복지전달체계 개편 시 마다 시범사업을 한 대구지만, 얼마나 경험이 축적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 맞춤형 복지', ‘찾아가는 복지’를 국정의 목표로 세웠으면, 적어도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속에서 인력의 효율적 배치와 확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대구시가 빈곤층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수급자 지정이 다 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리고 빈곤층은 불가피하게 수급자로 지정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과 빈곤층 모두 ‘수급자’ 그 자체가 사회적 낙인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빈곤층의 수많은 죽음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빈곤에 대한 ‘차별’을 없애달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여기에 대해 응답할 차례다.






[기고]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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