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적은데...'빈곤층' 복지비 더 줄이라는 정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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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 장애인·노숙인·독거노인·위안부 예산 227억원 삭감 요구 / 시민단체 "철회"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규탄' 기자회견(2015.9.23.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규탄' 기자회견(2015.9.23.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정부가 빈곤층에 대한 복지예산을 줄이라고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나서 반발이 일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는 장애인, 노숙인, 독거노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에게 지급되는 예산 227억원이 삭감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 공약 파기"라며 "철회"를 촉구한 반면, 대구시는 "중복 사업 정비로 예산을 효율화하는 과정"이라며 "정부 지시라 철회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 홈페이지에 나온 '지자체 사회보장 사업 정비 추진 방안'
국무조정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 홈페이지에 나온 '지자체 사회보장 사업 정비 추진 방안'

국무조정실 산하 기관 사회보장위원회(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는 전국 지자체 사회보장 사업 5,891개 중 1,496개가 중앙정부와 유사·중복 사업이라며, 이를 정비하라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 사업 정비 추진 방안'을 지난 8월 11일 발표했다. 장애인, 노인, 한부모가정, 노숙인 등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긴급복지비, 주거급여, 활동보조금 지원 축소가 주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사보위의 이 발표 후 대구시 등 전국 240여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고, 각 지자체의 정비 대상 복지사업을 지정해 통보한 뒤 오는 9월 25일까지 정비 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가 지정한 대구광역시와 8개 구.군의 정비 대상 복지사업> (단위:천만원)
자료 제공. 인권운동연대
자료 제공. 인권운동연대

정부가 지정한 대구시 정비 대상 사업은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시행하는 29개 사업 예산 33억2,400만원 ▷대구시 자체 시행 8개 사업 11억4,800만원 ▷중앙정부와 예산을 매칭해 시행하는 19개 사업 예산 182억7,900만원으로, 모두 56개의 사회복지사업에서 227억원의 예산을 줄여야한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에는 중구와 달서구, 달성군이 각각 지자체에서 현재 시행 중인 사회복지사업 중 5개 사업이 정비 대상에 포함돼 축소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는 4개 사업, 북구와 서구는 각각 3개, 수성구는 2개, 동구는 1개 사회복지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


특히 대구시의 경우는 노숙인 상담소, 다문화·새터민 정착, 유기·학대로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독거노인·노인부부·돌봄 가족 없는 중증장애인 긴급구호, 독거노인 돌봄서비스 운영, 독립유공자 및 유족 의료비, 발달장애인 자립, 보육교사 처우개선, 유아 보육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 안정, 1·2급 장애아동 수당, 저소득시민 국민건강보험료, 한부모가족 가계지원비 지원 등이 삭감 사업으로 지정됐다.

8개 구·군 중 ▷남구는 저소득층 자녀 영어·수학교실, 중증장애인·거동불편 독거노인 이동방문목욕사업 ▷달서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조속가족 수당, 저소득 주민 생활자금 대출 ▷달성군은 보험료 월 1만원 미만 65세 이상 노인·장애인·한부모·조손가족 건보료 ▷동구는 저소득층 생활안정자금 융자 ▷북구는 기초수급자 의료비 지원 등이 정비 대상 복지사업에 포함됐다. 나머지 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5년도 대구시 전체 예산 6조2천억원 중, 중복예산을 빼면 대구의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의 13.7%인 4천8백억원이다. 정부 계획대로 227억원을 삭감하면 5%정도의 복지예산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반빈곤네트워크,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참여연대는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OECD 국가 평균 복지예산 절반 밖에 않되는데 정부는 중복 예산을 명분으로 그나마 있는 빈곤층에 대한 지자체 복지마저 삭감하려 한다"며 "반인권적 정비 사업을 철회하고 박 대통령 공약을 이행해 오히려 지금보다 사회보장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안그래도 복지예산이 적은데 빈곤층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려 정부가 안달이 났다"며 "빈곤층에게 최소 몇 천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복지비는 생계를 꾸리는 데 가장 큰 수단인데 이를 빼앗으려 하는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도 "복지비는 장애인, 기초수급자에게 금줄, 생명줄"이라며 "복지공약을 파기한 박 대통령은 지잦체 예산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려 서민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진원 대구시 복지정책관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중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소통 단계에 있다. 정비 사업 대상이라 해서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확정되지 않았다. 옥석을 가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여러 단체의 입장을 수용하기 위해 결정을 늦추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 지시를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날 경북도청에서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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