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체불임금 받는데 20개월..."대구노동청, 직무태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2.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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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처리만 6개월, 결국 법원서 문제 해결 "직무규정 위반" / 노동청 "근로감독관 부족"


체불임금 20개월만에 받은 서모씨(2015.12.2.대구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체불임금 20개월만에 받은 서모씨(2015.12.2.대구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떼인 돈 받는데 20개월이 걸렸다. 체불임금 받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줄 상상도 못했다"


2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모(27)씨는 '체불임금', '사라진 근로감독관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노동청 "직무태만"을 규탄했다. 서씨는 대구 한 인디밴드 뮤지션으로 생계를 위해 2011년 12월~지난해 3월까지 2년 2개월간 대구시 수성구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스크림을 손님에게 담아주고 계산과 청소도 하며 혼자 매장을 관리했다.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식사를 하다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밥을 허겁지겁 먹은적도 부지기수다. 알바 26개월간 힘든일도 많았지만 생계를 위해 열심히 참고 일했다. 그러다 허리디스크가 생겨 서씨는 퇴사를 하게 됐다.

근로감독관 직무규정 강화를 촉구하는 청년 노동자(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근로감독관 직무규정 강화를 촉구하는 청년 노동자(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퇴사를 하며 서씨는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요구했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1년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주는 "법대로 하자"며 거부했다. 퇴직금을 받아 치료비와 생계비로 쓸 예정이었지만 사업주 거부로 어렵게 됐다. 때문에 서씨는 지난해 4월 대구노동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서씨는 노동청에 신고하면 한 달 이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서씨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신고 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모든 조사를 끝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42조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사건접수 25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기간 연장은 진정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최소 50일 이내에 해결해야지만 130일이나 더 걸린셈이다. 이 기간동안 서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생계를 유지했다.

'사라진 근로감독관을 찾습니다' 대구노동청 규탄 기자회견(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라진 근로감독관을 찾습니다' 대구노동청 규탄 기자회견(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사 결과 서씨가 받아야 하는 체불임금은 퇴직금과 미지급 주휴수당을 합쳐 모두 579만원. 늦었지만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받아 노동청은 사업주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명령했다. 그러다 사업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당이익금 반환소송을 냈다. 서씨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사업주를 고소했다.

재판 결과 법원은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미지급기간 이자까지 추가해 사업주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종용했다. 사업주가 지난달 항소를 포기하면서 서씨는 20개월만에 체불임금을 받게 됐다. 서씨는 곧 사업주를 상대로 체불임금 미지급분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낼 예정이다.

근로감독관을 찾는 퍼포먼스를 하는 알바노조 조합원들(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근로감독관을 찾는 퍼포먼스를 하는 알바노조 조합원들(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알바노조대구지부(지부장 김영교)는 2일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알바가 체불임금과 송사에 휘말려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사라진 근로감독관은 어디에 있었느냐"며 "체불임금 사건 조사에만 6개월, 체불임금 받는데는 20개월. 대구노동청의 직무태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영교 알바노조대구지부장은 "법이 정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데 20개월이 걸렸다"며 "임금을 받기 위해 걸린 기간 동안 직무규정을 위반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근로감독관과 노동청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직무규정을 강화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윤태 대구노동청 근로개선지도2과장은 "근로감독관 부족이 원인"이라며 "감독관 1인당 맡는 사업장이 2천여개 가까이 돼 사실상 적극적으로 나서 조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해명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6개월 가까이 걸리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행정자치부에 감독관 2백여명 충원을 요청했다.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고용노동청(2015.1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청년유니온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근로감독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근로감독관 1인당 사업장 수는 평균 1,736곳이다. 특히 대구경북 1인당 평균 사업장 수는 1,830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대구청은 1,618곳, 대구서부청은 2,036곳, 포항지청은 1,757곳, 구미지청은 1,917곳, 영주지청은 2,116곳을 감독관 1명이 관리하고 있다.

현재 대구노동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관 숫자는 모두 33명으로,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1인당 평균 200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처럼 근로감독관 한 명이 맡는 사업장 숫자가 늘어나면 근로감독과 직무수행에 차질이 생긴다. 때문에 노동부는 행자부에 근로감독관 인력충원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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