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안지키는 대구시, 조례 개정하면 지킬까?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2.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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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설치·단체 지원 등 개정안 입법예고..."근거 마련에 의미" / "임의규정, 시장 의지 부족"


대구시가 기존의 '인권기본조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입법예고한 개정안도 임의규정을 명시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대구시는 "법률 근거 마련에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반면, 인권단체들은 "의지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는 지난 22일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인권조례)'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를 했다. 개정안은 '인권센터' 설치, '인권단체 보조금 지원' 규정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동안 장애인, 아동, 여성 등 각 부서별로 진행된 인권민원을 '인권센터'로 통합해 상시 운영할 수 있고, 인권단체나 기관에 지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는 셈이다.

'대구, 경북 인권기본조례의 발전방안 세미나'(2015.11.20) / 사진 제공.대구지방변호사회
'대구, 경북 인권기본조례의 발전방안 세미나'(2015.11.20) / 사진 제공.대구지방변호사회

그러나 신설 조항 대부분이 임의규정으로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조항을 보면 '(인권센터를)설치할 수 있다', '(인권단체 등에)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원칙과 기준의 제한이 없는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권영진 대구시장 의지에 따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권조례 개정안

제6조2항(인권보장 및 증진활동 지원 등) "시장은 효율적인 인권보장 및 증진 시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인권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대하여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제6조3항(인권센터의 설치) "시장은 주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대구광역시 인권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조례의 의무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대구시가 임의규정으로 된 개정안을 제대로 지킬리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2014년 5월 대구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한 인권위 권고안에 따라 현행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현행 조례는 "시장은 시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하여 5년마다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제5조2항)"고 규정하고 있다.

주요 지자체의 인권조례 이행 정도 / 자료. <인권조례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인권제도 운영방안, 조성제.2015.11>
주요 지자체의 인권조례 이행 정도 / 자료. <인권조례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인권제도 운영방안, 조성제.2015.11>

하지만 대구시는 조례 제정 2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의무인 기본계획을 한 차례도 수립한 적 없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 1회 인권교육 규정도 마찬가지로 실시하지 않았다. 또 현행 조례는 '시장은 시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정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를 둘 수 있다'(제7조1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이와 유사한 위원회조차 만들지 않았다.

반면 대구시를 제외한 서울시와 광주시 등 전국 14개 지자체의 인권조례는 이 위원회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는 개정안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대구지방변호사회, 한국인권법학회,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는 대구시와 경북의 인권기본조례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신병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조사팀장은 "대구 인권조례는 타 시·도에 비해 한참 모자라 거의 꼴찌 수준"이라며 "조례 내용, 단어는 비슷하지만 단체장 의지가 달라 운영상황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집행위원장도 "대구시 의지가 선행돼야 하는데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조례 개정안이 지역 인권현안을 수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 15개 시.도 인권조례 비교 / 자료. <인권조례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인권제도 운영방안, 조성제.2015.11>
전국 15개 시.도 인권조례 비교 / 자료. <인권조례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인권제도 운영방안, 조성제.2015.11>

반면 이규홍 대구시 기획조정실 법무담당 사무관은 "각 부서에서 맡은 업무를 잘 하면 인권은 자연스레 증진된다"며 "법률적 지원 근거 마련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인 김혜정(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도 "기본계획 수립과 위원회설치 등 지켜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구시가 많이 부족했다"면서도 "의지가 없다면 굳이 개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권조례 개정안은 오는 3월 14일까지 의견수렴기간을 거쳐 4월에 대구시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편, 조성제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인권기본조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인권제도 운영방안, 2015.11> 논문에 따르면, 현재 인권조례를 제정한 15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대구, 경북, 경기, 경남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는 '인권증진위원회'가 설치됐고, 부산, 강원, 충남, 전북 등 4곳은 인권위원회, 기본계획수립, 인권교육을 모두 시행하고 있다. 또 서울, 광주, 강원, 충남, 전북은 인권전담부서가 운영 중이지만 대구시는 전담부서 없이 법무담당 사무관 1명이 인권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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