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프라임사업', 인문사회 3백여명 감축..."문송합니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5.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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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대 증원, 대신 인문사회 정원 317명 축소, 3년간 450억 국비 지원
학생들 '문송' 자조 / 문과대교수회 "기초학문 붕괴" / 대학 "기업맞춤형"


영남대 정문에 걸린 '프라임사업 선정 경축' 플래카드(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정문에 걸린 '프라임사업 선정 경축' 플래카드(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송합니다. 딱 그 심정이에요. 돈안되는 과는 없애겠다는 말이잖아요"


지난 10일 오후 영남대학교 인문관 1층. 영남대가 정부 '프라임(PRIME)사업'에 선정된 것에 대해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토익책을 든 학생들은 졸업을 앞둔 영남대 중문학과 4학년 김모(25)씨와 영문학과 양모(25)씨다. 이들은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라는 신조어로 자신들의 신세를 자조했다.

영남대(총장 노석균)는 지난 3일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이른바 '프라임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사회변화와 산업수요에 맞는 대학 체질개선을 목표로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사업이다. 교육부는 '단군 이래 최대 국비지원'이라고 밝혔다. 미래 신성장 동력분야인 공학대 정원을 증원하는 대신 인문학과 예체능계 정원을 줄이는 일종의 대학구조개혁, 인문학 구조조정사업이다.

영남대 본부(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본부(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 21개교가 사업에 낙점돼 6천여억원이 지원된다. 대구경북에서는 영남대·경운대가 포함됐다. 영남대는 올해부터 매년 150억원, 3년간 450억여원 국비를 받는다. 이를 위해 영남대는 학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기계공학부, 자동차기계공학과, 신소재공학부 등 9개 공학대 정원을 317명 증원한다. 공학대 기계공학부·전자공학부 등을 분리해 기계IT대를 설립했고 단과대에 로봇기계공학과 등을 신설했다.

반면 경영·경제, 사회과학, 언어·문학, 인문학, 인문자율전공학부, 체육학부, 성악과, 산업디자인학과, 수학과 등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체능 등 기초학과 정원은 317명 줄인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 전체 정원은 늘리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정원은 감축하는 방식이다.

영남대 문과대학 인문관(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기자
영남대 문과대학 인문관(2016.5.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기자

사업 확정 후 영남대는 'PRIME 사업 선정 경축'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정문에 걸고 국책사업 선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명암은 뚜렷하다. 구조조정 위기 앞에 선 인문학도들과 교수들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자칫 이 사업으로 '기초학문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프라임사업 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도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문과대의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광오 심리학과 교수)'는 인문대 건물 밖에 '프라임사업 NO, 불통본부 OUT'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크게 반발했다. 대학 본부가 감축 규모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것이다. 사업 최종 확정으로 반대 운동 동력이 소진됐으나 사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여전하다. 

이승렬 문과대교수회 의장은 "정부의 수 백억원 재정적 지원을 통한 친기업적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미 최종 선정돼 지금에 와서 비판한다는 것이 구문이됐지만 이 사업이 기초학문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는 여전하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문대 벽에 걸린 '프라임사업 NO, 불통본부 OUT' 현수막 / 자료.영남대 UBS 방송
인문대 벽에 걸린 '프라임사업 NO, 불통본부 OUT' 현수막 / 자료.영남대 UBS 방송

영남대 총학생회(회장 곽병철)는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4일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에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프라임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을 사회수요 변화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고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사업에는 반대한다"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들의 자조와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총학생회 자유게시판에 한 익명의 학생은 "시장성이 떨어져도 인문학은 누군가 해야하는 학문"이라며 "나도 문돌이(문과생)는 아니지만 이건 아닌듯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다른 익명의 학생도 "문과·이과대 축소는 대학이 취업양성소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대학이 직업학교인가. 진리추구와 멀어져만 간다"고 했다. 또 다른 익명의 학생은 "인문학 죽이고 프라임사업해서 취업이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 상경, 경영같은 인기과도 죽이다니 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남대 기획처 한 담당자는 "4년제 대학 인문계 인력은 초과공급된 반면 공학계는 부족해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프라임사업을 주도했고 영남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은 구조조정이라기보다 취업률 증가를 위한 미래 산업에 발맞춘 정원 구조개혁"이라며 "기초학문도 중요하지만 기업맞춤형 인재를 교육하는 것도 대학 의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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