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나라 계(啓)왕의 아들 태강은 정치를 돌보지 않고 사냥만 하다가 이웃나라 왕에게 쫓겨나 비참하게 죽었는데 그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 중 막내가 부른 "만백성들은 우리를 원수라 하니 우린 장차 누굴 의지할꼬. 답답하고 서글프다. 이 마음, 낯이 뜨거워지고 부끄러워지구나."에서 나온 말로 '뻔뻔스러워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을 후안무치(厚顔無恥)라 합니다. 이는 철면피(얼굴에 철판 깔았다)나 인면수심(인간의 얼굴을 하고 짐승의 마음씨를 가졌다는 뜻,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아니 사람이 해서는 안 되며,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붙이는 말)과 비슷한 뜻이 될 것입니다.
피부, 특히 얼굴에 대해 얘기 하려니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퉁퉁 부은 얼굴, 파란 피멍 자국이 있는 입술부위 등 박근혜 대통령 피부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마약을 투여했느니, 성형시술을 받았느니, 주치의를 몇 명씩 두고도 강남 비전문의 의사에게서 주사를 맞았느니하고 말입니다.
더구나 세월호 7시간동안의 행적에 대해 국민들은 하루종일 TV 앞에서 답답해하고 한숨을 쉬고, 분노했지만 한결같이 '모름'과 '아님'을 계속하는 가증스러움에 기가차고 억장이 무너진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민들의 바람을 완벽하게 시궁창에 쓸어버리는 '국민무시 끝판왕'이 탄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에서 '신속하게 현장지휘'하여 '생명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라고 주장(2016.12.19. 경향신문)한 것이지요.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이야기를 대통령이라는 자가 또 전 국민이 선망하는 직업군인 검사, 판사출신의 변호사 4명이 만든 '대통령 탄핵사건 답변서의 내용이랍니다. 세월호가 침수된 7시간이 지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발견하기 어려웠나?'는 질문이나, 미용사가 20분이 넘는 올림머리, 이런 저런 보고를 집무실과 관저에 했다는 증언 등 7시간 이후에 대책위를 소집한 것을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답변은 국민들에게 구역질을 불러오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가 해답으로 제시되는 듯 합니다. 고대 진(晉)나라의 천하통일은 오(吳)나라 손호의 폭정 탓에 반대급부로 얻어졌다고 해도 좋을 만큼 포학성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간언하는 신하를 거열형(말이나 소에 사지를 묶어 오체분시 하게 하는 사형법)에 처하거나 뜻에 거역하는 궁녀를 참살해서 격류에 던져버리는 등 갖은 학정을 다 했다고 합니다. 그중 '마음에 맞지 않는 자의 얼굴 가죽을 벗기는 처형방법'인 '박면피(剝面皮)'는 그가 얼마나 포악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가 진에게 항복하여 낙양으로 끌려갔을 때 진의 가충이 "어째서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기는 짓을 했소?" 라고 묻자 태연하게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이 우선 밉살스러웠기 때문이었소"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후대에서 '면피를 벗긴다'는 것은 파렴치한 자의 면모를 밝혀 수치를 맛보게 한다는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남사(南史)' 변변전에는 '면피후(面皮厚)'라 해 '뻔뻔스러운 사람을 두고 얼굴 가죽이 두껍다'라고 합니다.
골든타임이 아니라 늦장 대응 표본을 보여주면서도 신속히 현장을 지휘했다는 답변이나, 대통령 얼굴을 두껍게 만드는 정말 '얼굴 두꺼운 사람'에게 전국민이 내릴 수 있는 처벌은 과연 무었이겠습니까? 그들의 얼굴을 벗겨 수치를 주는 것 만이 답이 아닐까요? 그 방법이 오늘날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과연 우리대한국민이 오(吳)나라 손호가 아닐진대 이 시간 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입니까?
정답은 헌법재판소가 한시바삐 탄핵 판결을 내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 대한국민 모두 나서 촛불이 횃불이 되도록 더 강하게 외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국정조사 사전 조율 운운하는 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에게 강하게 채근하는 것입니다.
밥값 좀 하라고...
김영민 / 전 구미YMCAㆍ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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