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세대서 '박근혜'보다 더 나은 대통령 원했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1.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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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민심르포 대선] "서민 아픔 공감, 측근보다 국민 먼저...피부에 와닿는 복지, 흔들림 없는 교육"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가 한자리 수까지 떨어졌던 대구. 굳게 믿은만큼 대구 시민들이 느낀 실망은 컸다. 돌아선 민심에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국회의 압도적 가결로 통과됐고, 헌법재판소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차기 대선도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평화뉴스>는 12월 30일~1월 1일까지 대구 서문시장, 동성로, 범어네거리, 동대구역, 두류역 등에서 대선 민심을 들었다. 대구지역 전 세대의 바람은 같았다.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정청산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이를 실현할 정치인을 꿈꿨다.

새해 첫날 대통령 간담회를 TV로 지켜보는 시민들(2017.1.1.동대구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새해 첫날 대통령 간담회를 TV로 지켜보는 시민들(2017.1.1.동대구역)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2017.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2017.1.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7년 첫날. 박 대통령 기자간담회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지켜보던 한 70대 남성은 "또 뭔소리 할라고 나오노. 가만히나 있지. 더 욕보지말고 내려오든가 아무것도 하지마라"고 격분했다. 최치익(68.만촌동)씨는 "정치에 이상적인 것은 없다. 털면 모두 먼지 하나쯤 나온다. 정치인은 똑같다"고 자조했다.

신년을 맞아 동대구역과 재개장한 고속터미널에는 연인, 친구, 가족들의 손을 잡고 바삐 움직이는 이들로 붐볐다. 휴가 후 부대로 복귀 중인 신종혁(23)씨와 배웅하는 김슬아(23)씨는 "군대는 다녀오고 안보의식 투철한 대통령을 원한다. 군인을 인격적·사회적으로 대우해줬음 좋겠다",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과 원칙이 지켜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6년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서문시장 상인(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6년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서문시장 상인(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6년 마지막 주말을 앞둔 12월 30일. 서문시장 2지구 과일노점상 박영철(58)씨는 "서민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안보도 중요하다"며 "북한을 비롯한 외국과 외교에서도 국익을 잘 챙기는 대통령을 바란다"고 했다. 호떡 노점상 최모(68)씨는 "물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다. 밀가루도 빵가루도 다음주부터 다 오른다고 하더라. 살기 너무 힘들다. 먹고 살만하게 해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한결같이 '지금보다는 나은' 정치인을 원했다. 학원강사 이세영(28.복현동)씨는 "측근, 특별한 사람이 아닌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말로만 외치는 복지가 아닌 피부에 와닿는 복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바뀌면서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흔들림 없는 교육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6년 마지막 주말을 앞둔 동성로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6년 마지막 주말을 앞둔 동성로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연말'을 상징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와 크리스마스 장식된 동성로 거리(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연말'을 상징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와 크리스마스 장식된 동성로 거리(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직장인 박나한(34.복현동)씨는 "박정희 신화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대통령", 대학생 강청수(26)씨는 "성장과 분배 한쪽에만 치우지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듣고 조화롭게 이끌 수 있는 대통령", 김한이(28.범어동)씨는 "세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대통령"을 꼽았다.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지켜보던 경명여고 2학년 정수진(18) 학생은 "잘못이 다 드러났는데 진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경북여고 2학년 권민지(18) 학생도 "경제, 사회가 발전한 만큼 정치는 발전하지 못했다"며 "한국의 정치수준을 올릴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2016.12.30.대구2.28기념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2016.12.30.대구2.28기념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졸업을 앞두고 같은반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김동현(19) 학생은 "나라 망신 안시키는 대통령", 김철환(19) 학생은 "믿음이 가는 대통령", 황수호(19) 학생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대통령"을 바랐다. 어떤 나라를 원하냐는 질문에는 각각 "군대 안가도 되는 나라", "부모님이 힘들지 않는 나라", "지금보다는 나은 나라"를 원했다. 특히 수호 학생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박근혜, 새누리당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며 "꼭 투표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반면, 탄핵으로 직무 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했다. 범어네거리에서 만난 김점시(70)씨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대통령을 뽑아놨으면 지켜봐야지"라며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고, 신모(60.범어동)씨도 "너무 깨끗하게 정치를 하다보니 적을 많이 만들었다"면서 "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이 앞다투어 대통령을 비판하다보니 나라가 이지경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문시장서 30년째 어묵 등을 팔고 있는 원영옥(71)씨(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서문시장서 30년째 어묵 등을 팔고 있는 원영옥(71)씨(2016.12.3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서문시장 노점상으로 30년 넘게 어묵과 핫도그 등을 팔고 있는 원영옥(71)씨도 "대통령 누가되나 똑같지 않나. 박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온실 속 화초처럼 커서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자라서 그렇다. 친구 잘못만나서 꾐에 빠진 것 아니냐. 다른 정치인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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