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AI 출입금지 하천서 학생 동원 행사하려다 망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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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1천명 동원해 '물의 날' 금호강 정화활동...반발 일자 직원만 대동 "불찰" / "확산 위험, 전면 취소"


대구시교육청이 AI(조류독감)로 출입금지된 하천에서 학생 동원 행사를 하려다 취소해 망신을 샀다.

정부가 AI사태 종식 전까지 감염 고위험성 지역으로 하천을 지정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중학생 1천여명을 강제로 금호강변 정화활동에 동원하려 한 것이다. 행사 계획이 알려지면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청은 부랴부랴 학생 동원 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행사 전면 취소 요구에도 공무원 3백여명을 동원해 그대로 하천에서 정화활동을 벌여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작한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알리기 동영상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작한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알리기 동영상
 
UN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인 22일 대구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은 동구 율하체육공원 내 박주영축구경기장에서 '제1회 물 사랑 자연보호 캠페인' 발대식을 열었다. 우동기 교육감 등 교육청 공무원들과 환경단체 회원 등 모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발대식 후 금호강변에서 정화활동을 벌였다.

당초 이날 행사는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교육청은 지역 중학생 1천여명을 동원해 금호강변 정화활동을 벌이기로 했었다. 강물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고 보트를 띄어 오물을 수거할 방침이었다. 금호강 환경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환경교육 일환이라는 게 교육청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정화활동 장소인 하천이 정부가 출입을 금지한 조류독감 위험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류독감 사태가 최종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야생조류 출몰지역인 하천과 습지, 저수지, 논, 밭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청이 대규모로 학생들을 동원하려 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결국 교육청은 지난 21일 저녁 동원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학생들만 제외하고 직원 3백여명을 동원해 결국 하천에서 정화활동을 강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현황 홈페이지 캡쳐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현황 홈페이지 캡쳐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1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AI 때문에 하천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교육청이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행사를 벌이려 한 것은 소통부재, 행정모순"이라며 "설혹 AI가 없더라도 수많은 철새들을 비롯해 야생동물 서식처인 하천에서 행사를 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확산 위험이 있어 행사 자체를 전면 취소해야 하지만 교육청은 결국 강행했다"며 "내년에도 행사를 열까 걱정된다. 생태보존을 위해 가능하면 하천 행사는 삼가는게 좋다" 했다.

전교조대구지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물의 날 행사를 맞아 대구교육청이 수 천여명의 학생들을 동원해 환경정화활동을 하려 한다"며 "아직까지 조류독감 심각단계에서 이러한 대규모 학생 동원행사가 심각한 문제가 될수 있다. 당장 중지돼야 하며 앞으로도 반복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 한 관계자는 "불찰이다. 좋은 취지로 행사를 열려고 한 것인데 이런 해프닝을 빚어 죄송하다"며 "회의를 통해 결국 학생 동원은 취소했다. 하지만 금호강변에 쓰레기가 많아 직원들은 정화활동에 나섰다. 앞으로 반드시 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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