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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교육감, 학생들의 교육감
[유영철 칼럼] "보다 못한 대구 청소년들의 국민청원...당선자는 청소년에게 답해야 한다"
2018년 06월 26일 (화) 13:47:58 평화뉴스 pnnews@pn.or.kr

 어느덧 나도 ‘지공’이 됐다. ‘지공’은 지하철 공짜를 의미한다. 버스는 무료승차가 아니어서 교통카드를 지참해야 한다. 학생들은 여전히 버릇이 없다. 학생들이 버릇이 없다는 점은 쟁점사항도 안 되고 기사거리도 안 된다. 노인이 승차하면 애써 외면하던 과도기도 있었지만 오래전에 안정기가 됐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따위의 예의범절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머리 희끗한 연배가 더 나 들어 보이는 노인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볼 뿐이다.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서글퍼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티케이는 광역단체장에 자유한국당 후보를 선출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 티케이만 붉었다. 주위는 푸른 바다였다. 티케이 시민들도 노심했을 것이다. 근소한 표차들이 말해준다. 지역의 광역·기초의원을 보면 뚜렷해진다. 누구를 찍을까 노심한 흔적으로 종전 온통 붉었던 곳곳에서 푸른색이 돋아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티케이지역이 전국적인 트렌드에서 고립되는 꼴이 되어버렸다. 학생들 교육의 으뜸훈장을 뽑는 엄중한 과업에 학생이 아닌 어른들이 방해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어른들과는 달리 티케이지역의 청소년들은 전국의 청소년들과 호흡하며 앞날의 향방까지 읽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른들이 우물만 알고 있을 때 학생들은 바다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선거권은 없지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이번 선거에 모의투표 형식으로 참여했다. 지역의 청소년들도 노심하면서도 결과는 어른들과 달랐다. 대구의 으뜸훈장 감으로 세 후보 중에서 김사열 후보를 뽑았다. 강은희 후보보다 2.9%포인트 앞섰다. 경상북도 청소년들도 이찬교 후보를 뽑았다. 어른들의 결과와는 달랐다. 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모의투표에서 전국의 청소년들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원했고 17개 지역 모두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뽑았다. 보수와 진보는 정치권이 공격수단으로 구획한 용어로 사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나는 본다. 여기에다 편향(bias)의 언론, 틀짓기(framing)의 언론, 파당성의 언론이 남용한 것이라고 나는 본다. 여기서는 논점이 아니므로 언론에 등장하는 그대로 사용한다.  

   
▲ <영남일보> 2018년 6월 15일자 12면(사회)

 지하철 또는 지상철을 타고 가다 노인들끼리 하는 말을 듣게 된다. 대구의 노인들은 문재인 하고는 상극이다. 박근혜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고 자기를 위해서는 돈 한 푼 받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탄핵을 받았다. 억울하다. 문재인은 문재앙이다. 이 나라가 공산국가가 되려한다. 나라를 거덜내고 있다. 노인들의 걱정은 태산 같다. 옆에 앉은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퇴직 후 문양(대구지하철 2호선 종착역)을 오가며 소일하는 중등교장 출신 동기도 유사하다. 어디서 들었는지 광주사태는 북한군의 소행이고, 제이티비씨의 태블릿피씨는 가짜조작이라고 확신한다. 촛불시위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까지 어떻게 동원할 수 있는가라는 형태로 나라를 걱정한다. 여든의 누님도 우국이다. 누구의 말을 그토록 신봉하는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은 빨갱이라고 확신한다. 믿을 만한 사람은 홍준표, 김문수라고 강조한다. 지난 촛불 때에는 김진태 조원진의 ‘태극기’를 위해 기도 좀 해달라며 이 나라를 걱정했다. 

 우리 주위에서 친하게 만나거나 접하는 한국당들을 보면서 이해는 한다. 80대에서 60대의 사람들, 그들은 일제말기를 어린 눈으로 겪었고, 해방전후 정국의 혼란기를 겪었고, 6.25를 겪었고, 독재하 2.28때 고등학생으로서 교문을 박차고 나온 주역이지만 4.19를 거쳤고, 5.16도 겪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무찌르자 오랑캐!”로 무장했고, “이 나라 세우신 그 이름 이승만!”을 노래했고, “때려잡자 김일성!”을 외쳤고,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환호했고, “잘살아보세” 에 호응했고, 맹호부대 용사들을 호명했다. 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수시로 암기검사 받으며 다녔다. 그래서 초중고 졸업이후 전공이 다른 분야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봉직했다면, ‘아침으로 가는 길’ 쯤도 읽지 않았다면, 지난날 초중고 때의 학습 외에 무엇이 두뇌 속에 남아있을까. 전국 유력 신문미디어가 배포한 메시지를 텍스트로 삼고, ‘무찌르자 오랑캐’류를 양산하는 논객의 소리를 자기화(自己化)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지일치를 교환하면서, 이데올로기는 더욱 빈틈이 없이 한쪽으로 메워졌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그 완고했던 가부장제 아버지를 탓하랴, 수업시간에 편달하던 옛 선생님을 탓하랴!

 몇 년 전 지역의 한 고교에서 특활시간에 독도신문만들기 강좌를 맡았다. 그때 나는 학교 규율이 이렇게 망가져 있는가를 경험했다. 수업시간 엄수는 학생의 기본일 것이지만 한 스무 명의 신청학생 가운데 제시간에 당도하는 학생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앉자마자 오수를 청했다. 정규가 아닌 특활시간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학생들이 첫 시간부터 결시하거나 오수를 청하는 것은 수업을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시 언론진흥재단 특임강사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같은 소감을 말하곤 했다. 학원에서는 교육적 체벌이 통용되어도 학교에서는 교육적 체벌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자조가 나온 지도 한참 됐다. 수업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쓰는 면학분위기가 고조된 학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학생들이 이곳 어른들이 보수 후보를 선택하는 동안, 똑같은 후보들을 놓고 뽑는 모의선거에서 진보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현실에서 진보후보가 당선된 지역에서는 통학비 수업료 지원(강원) 또는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지원(충북), 신입생 교복 무상 지급(부산 울산 인천 충남 전북), 무상급식(충남 경남 제주), 그리고 초중 수학여행비 전체 지원(울산 전북) 또는 초중고 수학여행비 단계적 지원(부산)이 실시된다. 대구의 교육감 당선자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중학교 무상급식 우수식재료비 확대지원, 착한 교복(교복과 생활복 통합) 시행 구매비 30% 절감 등 교복제도 개선을 공약했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 다른 지역 교육청은 무상교육 단계를 밟아가게 될 것이다. 대구의 학생들에게는 이를 지켜봐야하는 형국이 다가오고 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런데 대구의 한 고교생이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14일 대구교육감 당선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오늘 아침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대구교육감에 강은희가 당선이 됐다는 소리입니다. 강은희는 국정농단, ‘위안부’합의, 교과서 국정화 등의 적폐에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안부할머니들을 10억엔에 팔아넘기고 교과서 국정화에 깊게 연루되어 있는 분이 대구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힘써야 되는 분이 국정교과서나 만들고 위안부 합의나 하러 돌아다니시면 저희는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부디 친일파 강은희의 당선을 취소해 주세요.”

 학생은 마지막 줄에서 당선자를 ‘친일파’라고 규정했다. 이 청원은 6월 25일 현재 25,000여명이 동참했다. 또한 첫 게시 이후 학생·청소년들의 같은 유형의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잇따랐다. 대구의 중2 학생은 ‘저 그리고 친구 모두는 분노하고 있다’며 ‘설령 강은희가 교육감이 된다하더라도 저희는 강은희를 교육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대구가 아닌 지역에서도 그녀의 사퇴, 파면, 검찰 수사 촉구, 학생들의 참정권 요구도 거세다. 대구의 한 고2학생은 ‘교육감을 선거하는 사람은 어른이지만 공약의 대상은 학생이라는 점은 모순’이라며 학생들 손으로 교육감을 뽑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다.

 예전에 없던 일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의 어른들이 못하는 바람에 대구의 학생들이 나서서 청원을 함으로써 어른들의 잘못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위안부 할머니’ 건 하나만 해도 그 흠결은 매우 크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가 가산되면 실격 수준이다. 그래서 교육감감으로는 일찍부터 말이 많았다. 진보성향의 후보들은 그와 같은 자격미달의 이유를 내세우면서 출마했다. 진보 성향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온다는 걸 짐작은 하면서도 끝내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세 후보 중 보수 성향인 그녀를 선택했고, 그녀는 당선의 영광과 기쁨과 꽃다발을 안았다. 약 육십 퍼센트가 반대했더라도 당선자임에는 틀림없다. 낙선한 후보는 그녀의 당선을 축하했다. 학생들이 투표권 있는 어른들을 보면 서글퍼질 것이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대구의 청소년들은 그녀를 선출하지 않았으므로 당선자는 이들 청소년들에게 답해야 한다. 다른 후보를 선출한 이들에게 자신이 처신한 위안부 문제와 국정교과서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 교육의 주인공인 이들에게 밝혀야 한다. 대구의 유권자들은 할 말이 없지만 이들 청소년들은 할 말이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의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 책임자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다 못한 대구의 청소년들이 국민청원을 내고 줄을 이어 동참하는 게 아닌가. 이 얼마나 당선자에게는 치욕인가. 혹자는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못마땅하다면 1960년 2.28과 4.19는 물론 1919년 3.1운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학생들이 인정하지 않는데도 취임하여 업무를 맡는다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권위가 생기겠는가. 일제하 또는 독재권력 하에서 교편을 잡고 체벌해가며 주입하던 시기는 아니지 않는가.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이나 버릇이 없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러한 것 모두를 우리 학생들은 올바른 교육을 통해 인식하고 깨우치고 학습함으로써 올바른 학습관과 올바른 윤리관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먼저 학교가 권위를 지녀야 한다. 깨끗한 권위가 있어야 교육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고 공동체의 깨끗한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앞으로 하나씩 사라질 것이다. 부끄러운 교육에 대해 지금은 어쩌면 우물만 보던 노인들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옛날을 상기하며 노인들은 요즘의 청소년들의 기상은 믿을 것이다.

 사족을 단다. 나는 지역의 노인(어른)에 대해 보수로, 지역의 학생(청소년)에 대해 진보로 일반화했다. 진보성향의 노인(어른)도 많을 것이고 보수성향의 학생(청소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상정하는 반증(rebuttal)의 공간은 미흡했다. 배려가 부족했다. 논증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그러나 나의 관점은 우리의 노인, 우리의 학생, ‘우리’라는 관점이며, 구성원 일방의 포폄은 이 칼럼의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 나는 대구 교육감 선거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내가 관여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한 교육감 당선자의 당선이 취소되기를 청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생들이 뽑은 교육감과 다르므로 당선자는 학생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영철(兪英哲) 칼럼 16]
-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2003~2005)
- 동아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2008)·박사(2013)
- 저서 :『신문칼럼 작법』(2015), 『기자이상의 기자 기자이하의 기자』(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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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
(59.XXX.XXX.82)
2018-06-26 18:03:05
강은희 당선인은 독립유공후손입니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 당선자는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증조부는 국채보상운동 발기인 16인 중의 한 분인 강신규 지사이다. 조부와 종조부는 상주지역의 3.1만세 운동을 주도하고 만주로 피신해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로 조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집 한 칸 없이 강씨 재실에서 비바람을 가리며 힘겹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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