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코 안팎에서 당원들 '5.18 가짜뉴스·유공자 폄하' 현수막 걸고 피켓팅, 전단지와 명함 배포 김병준 비대위원장·오세훈 후보에도 야유와 욕설 / 민주당·민중당 "학살까지 두둔, 할 말 잃었다"
자유한국당 대구 유세장 안팎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각종 망언이 또 쏟아졌다.
한국당은 1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엑스코에서 전당대회 후보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대구경북 당원 3,000여명이 5층 오디토리움 객석을 가득 채웠다. 당권에 도전한 김진태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당원들의 가장 큰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군복을 입은 한 당원이 장내에서 피켓팅을 벌였다. "5.18 최초 발포 명령은 내가 했다.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특수권과 핵심추종자를 향한 발포는 지극히 정당했다"는 황당한 주장이 담겼다. 피켓을 뒤집자 "5.18 진상규명 외치는 엉터리 유공자와 5.18단체여 이제 거짓 빗장을 풀고 진실의 장으로 나오시라"는 문구도 적혔다. 이뿐 아니다. 후보들의 연설이 있을 때마다 당원들은 "5.18 명단을 공개하라", "5.18 명단 까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5층 연설회장 입구에도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자한당은 광주의 망령 카르텔, 범죄집단의 하수인인가", "박 대통령을 잡아먹고 김진태마저 제물로 바치려는가", "김병준, 권영진은 사퇴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5.18 망언을 한 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를 비판하며 사과하자 당원들이 오히려 이들을 비난한 것이다. 옳은 말을 했는데 왜 사과를 하며 이들 3인방을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논의하냐는 불만이다.
유세장 밖 상황은 더 심각했다. 5.18 관련 가짜뉴스와 유공자 폄하 현수막, 피켓, 전단지가 무차별로 내걸렸고 배포됐다. '대한민국박사모'와 '레지스탕스대구본부'는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청년취업 역차별로 공기업 독식하는 5.18 가산점을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행동하는 우파시민연합'은 "5.18 유공장 vs 6.25 참전용사 국가처우 비교도표"라는 제목의 일방적인 현수막을 걸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5.18 당시 광주 시민군 사진을 현수막에 실어 "1980년 5월 광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민간인이 총기와 장갑차를 탈취했는데 어딜봐서 민주화운동이냐"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5.18 망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도 당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말리는 당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몸싸움까지 벌였다. 전당대회 후보 합동연설회라기보다 극우 태극기 집회를 방불케했다. 이를 반증하듯 5.18 망언 당사자인 김진태 당대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서는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반면 5.18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비판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당대표 후보에게는 "꺼져라", "내려가라", "진작 잘하지", "왜 왔냐" 등 원색적인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당황한 김 비대위원장과 오 후보는 단상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허대만)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3인방은 사죄는커녕 적반하장격으로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근본을 부정하고 반헌법적 행위를 악의적으로 이어가는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과 한국당 지도부의 안이한 조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민중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도 같은 날 논평에서 "도 넘은 광기어린 한국당 전당대회"라며 "5.18 명예를 재차 짓뭉개버린 대구 유세"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당 당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도 눈살을 찌푸릴만큼 볼썽사나운 욕설을 남발하며 급기야 육탄전을 벌이는 광기 어린 추태를 벌였다"면서 "5.18 학살을 두둔하는 오만과 무질서를 목격하며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