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에서 장서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대·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 5개 기관에 확인한 결과, 판매 금지된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1979~1980)' 열람·대출이 가능 한 곳은 경북대와 영남대 2개 기관이었다. 나머지 3곳은 '대출불가' 처리된 상태였다.
경북대의 경우 3학년 재학생 A씨가 지난 12일 대구시 북구 경북대 중앙도서관 4층 사회과학자료실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문제의 책을 서가에서 확인하고 직접 대출을 시도해봤는데 실제로 가능했다고 당일 <평화뉴스>에 알려왔다. 이날 경북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해당 도서를 검색한 결과 중앙도서관과 사학과에서 책을 소장하고 있었고 이 중 3권이 대출중, 나머지도 대출가능 상태로 표시됐다. 영남대 재학생 B씨도 같은 날 경북 경산시 영남대 중앙도서관 2층 인문과학 한국현대사 서가에서 <1987 이한열>, <6월항쟁과 불교> 등 민주화운동 관련 도서 바로 옆 <전두환 회고록> 1~3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날 검색하니 당일 대출이 가능했다.
전씨 측은 굴하지 않고 문제 단락을 검게 수정해 재출간했다. 그러나 이 책도 또 다시 출판이 금지됐다. 광주지법은 5.18기념재단 등 3개 단체가 재출간본 1권에 대해 다시 출판과 배포 금지를 요청한 가처분 신청을 지난 해 5월 받아들였다. '시위대 무장 강도' 등 36가지 표현이 허위사실로 인정돼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 인쇄, 발행, 배포, 광고 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경북대와 영남대에 있는 1권이 재출간본이다. 대학교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주는 것 자체는 위법 사항이 아니지만 교육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역사 왜곡이 인정돼 출판 금지된 책을 대출하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북대 3학년 재학생 A씨는 "금지된걸로 아는데 도서관에 책이 있어서 황당했다. 궁금해서 빌렸는데 실제로 대출이 돼 놀랐다"고 했다. 영남대 재학생 B씨는 "대학이 사료로서 소장할 순 있지만 논쟁적인 책에 대해 고지나 필터링 없이 그대로 대출과 열람이 가능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소속의 고백과 증언센터 '왜곡대응팀' 한 관계자는 "왜곡을 막기 위해 법원이 출판을 막았는데 대학이 학생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대출금지 요구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중앙도서관 기획홍보팀 한 관계자는 "장서가 340만여권이고 최근 리모델링을 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수정본도 문제있는지 몰랐다. 블라인드 처리 후 열람도 막겠다"고 밝혔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학술정보팀 한 관계자는 "초판본은 교육부가 금지 공문을 띄웠는데 재출간본은 따로 공문을 받은 게 없어 문제를 몰랐다"면서 "확인 후 바로 대출제한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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