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10일 영천시 신녕면 용역업체 사업주 A씨를 50대 베트남 이주노동자 부부 하이(가명)씨와 훙(가명)씨에 대한 임금체불로 대구노동청에 고발했다. 이들 부부는 2019년 올 한해 동안 모두 1,500만원 상당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연대회의는 "알려진 피해자만 2명이지 해당 업체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면 피해자는 최대 200여명, 체불액은 수 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체불을 넘어 악질적 노동착취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노동청은 철저한 조사를 하고 사정기관은 사업주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을 즉각 지급하고 같은 피해가 없도록 경북 농장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 말을 종합하면 베트남인 하이씨와 훙씨는 가족 초청비자로 한국에 왔다. 딸이 한국 사위와 결혼해 영천시에 정착하면서 본인들도 넘어왔다. 이후 부부는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A씨 용역업체에 취업했다. 영천시와 구미시 등 경북지역 마늘, 양파, 사과, 고추, 복숭아농장에 파견노동자를 보내는 용역업체다. 일당 남자 8만원, 여자 7만원. 부부가 하루 함께 일하면 15만원을 벌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18년부터 일당 지급 방식을 갑자기 바꿨다.
한국 돈 대신 자기가 만든 황금색 종이 쿠폰을 임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쿠폰에는 1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이라고 적혔고 A씨 본명과 휴대폰 번호, 마늘, 양파 그림이 그려졌다. 하루 노동을 끝내면 용역업체 사장에게 현금을 받는게 관행인데 일방적으로 임금 지급 방식을 변경한 셈이다. 농장 파견노동자들 중 일부는 문제를 제기하다가 농장을 떠나거나 베트남으로 돌아갔지만 대다수는 쿠폰을 받았다. 사장이 지역사회에 농장도 많이 갖고 있고 이전에 임금을 제대로 줬기에 그를 믿었다.
하지만 300~500만원씩 모인 쿠폰을 들고 사장에게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첩에 돈을 달라고 한 노동자의 이름을 적은 다음 쿠폰은 쿠폰대로 가져가고 정작 줘야 할 임금은 주지 않았다. 하이씨와 훙씨는 2018년도 한 해 동안 모두 1,200만원의 쿠폰을 모았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국인 사위와 딸이 사장에게 항의해서 10만원, 50만원, 100만원 등 소액으로 쪼개서 겨우 다 받아냈다. 하지만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쌓인 체불임금이 1,500만원이다.
연대회의가 조사한 해당 업체에서 일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200명으로 피해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1인당 평균 체불액을 500만원으로 상정해도 전체 체불액은 수 억원에 이른다.
노동청 한 관계자는 "접수된 임금체불 진정 사건에 대해 앞으로 당사자들을 불러 철저히 조사를 펼칠 예정"이라며 "만약 A씨에 대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검찰이나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화뉴스>는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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