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다쳐도 '대구의료원'에서도 치료 못 받는 이주민들...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6.05 1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하다 다치고 임신 중 질환에도 종합병원→개인병원으로 전원되는 사례↑
3년째 예산 동결에 지역 대학병원에 갚을 미수금만 4억..."정책 개선 절실"


(왼쪽)임신 초기 갑상선 질환으로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개인병원으로 전원된 20살 베트남 이주민 A씨(2019.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오른쪽)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35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 / 사진 제공.대구이주민선교센터
(왼쪽)임신 초기 갑상선 질환으로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개인병원으로 전원된 20살 베트남 이주민 A씨(2019.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오른쪽)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35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 / 사진 제공.대구이주민선교센터

대구에 사는 임신 13주차 20살 베트남 이주여성 A씨는 갑상선 질환으로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때문에 임신 초기부터 저소득층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검사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일반 병원으로 전원됐다. 대구의료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고 한 탓이다.

5일 비슷한 사례는 3명이나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 사는 35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는 넘어져 머리와 눈 쪽 뼈에 금이갔지만 대구의료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28살 중국 이주노동자 C씨도 안면이 돌아가는 등 뇌출혈이 의심돼 대구의료원에 입원했지만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다. 심장이 좋지 않은 베트남 20대 산모 D씨도 대구의료원에서 전원됐다.

저소득층 이주민들이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입원진료·외래수술·외래진료비를 보건보지부와 각 지자체가 7대3 비율로 지원해 싼 값에 치료 받을 수 있지만 비싼 돈을 내고 다른 병원으로 가는 상황이다.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예산은 고갈되지 않고 남아 있다. 매년 하반기 각 지자체마다 예산이 바닥나 증액 요구가 있어왔지만 6월에 불과한데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 대구 소외계층 외국인주민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은 2017·2018년과 같은 4억2,600만원이다. 늘어나는 이주민 수에 비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못하면 3차병원(대학병원)으로 보내는데 진료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저소득층 이주민들이 비싼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에 시달려도 높아진 병원 문 턱에 병을 방치하고 있다. 인권보호 차원에서 대안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대구광역시가 지정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 모습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광역시가 지정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 모습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대구시와 대구의료원 측은 현재 이주민 의료비 지원 정책상 한계를 주장하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치료 여부는 의사 고유 권한이며 예산도 한정돼 있어 덮어높고 모두 진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대학병원에 전원시킨 이주민들에 대한 미수금이 최근 몇 년간 4억원에 이르러 적은 예산으로 갚지도 못하는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한 대학병원은 대구의료원에 미수금 채권 소멸시효를 앞두고 민사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다. 때문에 지역에서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주민 지원 정책을 둘러싼 국민 여론이 싸늘해 앞으로도 예산 증액이 어려워보인다는 해명이다.

대구시 보건복지국 한 관계자는 "복지부에 증액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도 기재부에 손을 벌려야하고, 여론도 좋지 않아 우리도 어럽다"며 "일단 급한 환자는 받아주지만 모두 구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미수금 상환 계획을 수립해 빚을 갚고 이 가운데 의료 사각지대는 대구시의사회 등의 봉사를 통해 대체하고 있다"면서 "취약계층을 뺀 이주민에게도 본인 부담금을 조금이라도 받아야 정책이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료원 한 관계자도 "진료 거부가 아니라 치료 능력을 벗어나는 범위 안에서만 전원을 시킨다"며 "전원을 해도 의료비는 가능하면 우리 쪽에서 떠안고 있어서 미수금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정책을 계속 운영하려면 정부가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려주거나 진료 기준을 엄격히 심사해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치료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대로는 어렵다. 조만간 제도 개선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