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임신 13주차 20살 베트남 이주여성 A씨는 갑상선 질환으로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때문에 임신 초기부터 저소득층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검사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일반 병원으로 전원됐다. 대구의료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고 한 탓이다.
5일 비슷한 사례는 3명이나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 사는 35세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는 넘어져 머리와 눈 쪽 뼈에 금이갔지만 대구의료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28살 중국 이주노동자 C씨도 안면이 돌아가는 등 뇌출혈이 의심돼 대구의료원에 입원했지만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다. 심장이 좋지 않은 베트남 20대 산모 D씨도 대구의료원에서 전원됐다.
저소득층 이주민들이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입원진료·외래수술·외래진료비를 보건보지부와 각 지자체가 7대3 비율로 지원해 싼 값에 치료 받을 수 있지만 비싼 돈을 내고 다른 병원으로 가는 상황이다.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 예산은 고갈되지 않고 남아 있다. 매년 하반기 각 지자체마다 예산이 바닥나 증액 요구가 있어왔지만 6월에 불과한데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 대구 소외계층 외국인주민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은 2017·2018년과 같은 4억2,600만원이다. 늘어나는 이주민 수에 비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못하면 3차병원(대학병원)으로 보내는데 진료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저소득층 이주민들이 비싼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에 시달려도 높아진 병원 문 턱에 병을 방치하고 있다. 인권보호 차원에서 대안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보건복지국 한 관계자는 "복지부에 증액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도 기재부에 손을 벌려야하고, 여론도 좋지 않아 우리도 어럽다"며 "일단 급한 환자는 받아주지만 모두 구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미수금 상환 계획을 수립해 빚을 갚고 이 가운데 의료 사각지대는 대구시의사회 등의 봉사를 통해 대체하고 있다"면서 "취약계층을 뺀 이주민에게도 본인 부담금을 조금이라도 받아야 정책이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료원 한 관계자도 "진료 거부가 아니라 치료 능력을 벗어나는 범위 안에서만 전원을 시킨다"며 "전원을 해도 의료비는 가능하면 우리 쪽에서 떠안고 있어서 미수금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정책을 계속 운영하려면 정부가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려주거나 진료 기준을 엄격히 심사해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치료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대로는 어렵다. 조만간 제도 개선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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