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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 못벗은 누명...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재심, 또 "무죄"
대구지법, 고(故) 이복영·이경운씨 사건 37년만에 '국보법·반공법 위반' 무죄 선고
"영장 없는 구금에 고문...조서·진술 등 증거 능력 인정할 수 없다"
2020년 06월 05일 (금) 16:32:52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전두환 정권 당시 이른바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37년만인 오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살아 생전 벗지 못한 '국가보안법 위반' 누명을 벗었다.

대구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윤호)는 5일, 1983년 대구에서 발생한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은 고(故) 이복영(사건 당시 59세)씨와 고(故) 이경운(당시 73세)씨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이 사건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는 7명으로 늘었다.

   
▲ 1983년 12월 9일자 <동아일보> "대구 미문화원 폭파, 간첩 소행이었다" 보도...고(故) 이복영씨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관은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영장 없이 임의동행을 통해 상당 기간 구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를 위반한 불법 구금"이라고 했다. 또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채 수집한 조서, 자술서, 진술서는 불법 수집한 증거로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공소사실 자술서와 진술서 등을 중심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재판부에 오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증인들도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발언을 들은 적 없다', '발언은 했지만 북한 체제 찬양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내린 원심 판결에 사실 오인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임의성 없는 증인 신문 조서와 진술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당시 고문을 당했다는 탄원서도 냈다"며 "위법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에 피고들의 재심 청구에 이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 이경운씨와 이복영씨의 1984년 7월 5일 항소심 판결문(2020.4.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故) 이복영씨는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 혐의로 1984년 2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0월에 자격정지 1년을, 고(故) 이경운씨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 받았다. 같은 해 7월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10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1년,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월,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이들의 유족이 2018년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여 37년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앞서 박종덕씨, 함종호씨, 손호만씨, 안상학씨, 고(故) 우성수씨도 같은 사건에 연루돼 고문 피해를 입었다. 이들 5명은 '국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지난 2019년 10월 재심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정도의 이명춘 변호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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