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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학대 의혹" 동물권단체 주장...대구 수성구청에 "직무유기" 항의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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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때리는 소리" 15일 구청 신고
수의사 1차 검진 "학대 정황 없다"
케어, 견주 집 앞 '라방'에 수만명 
구청에 "구조" 전화·글 700여건
홈페이지 밤새 먹통 '업무마비'
"유기 전적...분리→정밀 검진"
구청 "증거 없음 강제 못해, 설득"

대구 수성구청에 16일 하루 종일 민원성 게시글과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수성구청 홈페이지에는 하루새 220여건 항의성 게시글이 올라왔다. 구청 부서마다 전화통에 불이났다. 이날 걸려온 항의 전화만 500여통에 이른다. 부서를 가리지 않고 구청 직원들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한때 수성구청 홈페이지는 먹통이 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일시적으로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구청 홈페이지는 '웹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돼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표시가 떴다. 

엑스(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을 포함해 네이버와 다음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종일 수성구청을 성토하는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지난 15일 오후 11시쯤 대구 수성구 한 지역 아파트에서 반려견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성구청 공무원들과 동행해 학대 의혹을 조사하는 현장을 실시간 라이브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실시간 채팅창에 몰린 접속자들이 "구조해달라"는 글을 남겼다.(2025.1.15) / 화면 캡쳐 
동물권단체 '케어'가 지난 15일 오후 11시쯤 대구 수성구 한 지역 아파트에서 반려견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성구청 공무원들과 동행해 학대 의혹을 조사하는 현장을 실시간 라이브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실시간 채팅창에 몰린 접속자들이 "구조해달라"는 글을 남겼다.(2025.1.15) / 화면 캡쳐 

모두 대구 수성구 한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 OO이(개 이름)에 대한 '동물 학대' 의혹 탓이다. 

수성구청(구청장 김대권)에 16일 확인한 결과, 지난 15일 오후 수성구청에 "수성구 한 지역의 A아파트 가정집 안에서 키우는 개에 대한 학대가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보름 전까지 그집 안에서 반려견을 패는 소리와 개가 울부짖는 소리가 40분 넘게 들렸다"며 "견주가 개를 산책시키는 걸 주민들이 본적도 없고, 베란다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동물보호법상(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누구든지 살아 있는 상태의 동물에 대해 신체를 손상하거나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반려묘뿐 아니라 타인의 개나 고양이를 비롯해 살아있는 동물을 때리거나 괴롭혀 벌금형을 선고 받은 앞선 판례는 너무 많다. 

게다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4일 동물을 학대해 죽일 경우 최대 징역 3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보호법이 강화돼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수성구청에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동물보호보상 동물 학대 행위를 의심해볼만하다. 때문에 수성구청 동물관리팀은 지난 15일 오후 경찰을 대동해 신고가 접수된 아파트로 출동했다. 

'케어' 측은 자신의 인스타크램 계정에 반려견 학대 의혹이 있는 OO이의 사진을 올리고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예고했다.(2025.1.15) / 사진.화면 캡쳐  
'케어' 측은 자신의 인스타크램 계정에 반려견 학대 의혹이 있는 OO이의 사진을 올리고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예고했다.(2025.1.15) / 사진.화면 캡쳐  

이 과정에 동물권단체 '(사)케어(대표 김영환)' 활동가들도 조사에 동행했다. 케어는 이날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관련 학대 의혹 글을 올리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청의 조사 현장을 라이브방송(라방)했다. 전국에서 수만여명의 시민들이 케어가 중계하는 라방에 접속해 조사 현장을 함께 지켜봤다. 실시간 채팅방에는 "학대견을 구조하라", "견주를 처벌하라"는 비판성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해당 견주 B씨가 최근 개를 유기해 온라인상에서 비판을 받은 전적이 있어 라방을 지켜보는 접속자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만갔다. "유기한 전적이 있으니 개를 학대한 것도 의심해볼만하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 수성구청 직원들은 수의사를 대동해 B씨를 만나 집 안에서 신고 내용을 설명하고 학대와 관련한 1차 검진을 했다. 수의사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볼때 학대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는 소견을 전했다. 

구청 공무원들은 1차 결론을 내고 집 밖으로 나왔다. 케어 활동가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구청 공무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케어 측은 "학대가 의심될 경우, 일단 구조해 견주와 분리 조치하고, 동물병원에서 수일간 정밀 검진을 해봐야 정확한 동물 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말 못하는 동물에 대해 육안으로만 학대를 판단할 수 있다? 매우 부적절하고 소극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몇 시간 동안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당일 상황은 이대로 종료됐다. 이후 수성구청을 향한 비판이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16일 오후 3시 기준 수성구청 홈페이지에는 220여건의 비판성 게시글이 올라왔다. 동물관리팀을 비롯한 수성구청 부처에는 500여통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학대견 긴급 격리하라", "소극 행정", "무능함 실시간 중계 대구 수성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루 만에 200여건의 항의성 게시글이 올라왔다.(2025.1.16) / 사진.화면 캡쳐
"학대견 긴급 격리하라", "소극 행정", "무능함 실시간 중계 대구 수성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루 만에 200여건의 항의성 게시글이 올라왔다.(2025.1.16) / 사진.화면 캡쳐

공무원 실명을 거론하며 "직무유기", "동물학대 방치", "학대범 소굴에서 OO이를 구출해주세요", "어떻게 학대 당한 강아지를 놓고 퇴근하느냐", "참으로 무능한 공무원들" 등 비판하는 내용이 전부다.

케어는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반려견을 파양하면서 반려견을 조롱하고 희화화한 사람이 자신의 SNS에 수차례 글을 올려 보는 사람을 격분시켰다"며 "미안한 마음조차 없이 '된장 바르기 전 보내버렸다'며 반려견 아픔을 조롱하는 글까지 올렸다. 해프닝 따위로 그치지 말고, 책임있게 해결할 방식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OO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OO이를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수성구청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16일 평화뉴스 통화에서 "현장에 방문해 수의사가 검진한 결과 육안으로는 학대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며 "아무리 신고가 들어와도 증거 자료가 확실하지 않으면 정황만으로 소유주인 견주로부터 강아지를 강제로 분리시킬 수 있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구청도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현장에 나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인을 최대한 설득해 케이지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2차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견주 B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잘못된 일에 있어서의 비난과 욕은 제가 달게 받겠지만, 근거 없는 억측과 허위사실, 사생활을 유포할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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