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강아지)와 냥냥이(고양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정부와 지자체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에서 반려동물 입양 수는 최근 3년 사이 오히려 줄었다.
게다가 지난해 대구에서 주인에게 버림 받거나 집을 잃어버린 반려동물은 4,600여마리에 이른다.
유기보호센터에 입소해 케이지 안에 갇힌 반려동물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열흘이다.
절반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폐사하고 있다. 너무나 짧고 고단한 삶이다.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자연사 2,010마리, 안락사 574마리 '폐사율 56%'
대구시의 유기동물 복지 정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대구시의회에서 나왔다. 윤권근(국민의힘.달서구 제5선거구) 대구시의원은 지난 17일 제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대구시가 동물복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동물복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2024년 기준)는 반려견 25만 마리, 반려묘 11만 마리 등 전체 36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대구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전체의 23%에 이르른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 멍집사(강아지 주인), 냥집사(고양이 주인)인 셈이다.
그만큼 유기동물 숫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구지역 민.관 유기동물보호센터는 모두 27곳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10일이다. 보호센터에서 열흘 동안 임시 보호한 뒤 공고 기간 내 새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현행법(동물보호법 제9조 제3항)상 지자체 소유로 전환돼 슬픈 운명을 맞이한다.
'대구시 유기동물처리내역'을 보면 지난 2020년 전체 유기동물은 5,035마리에 이른다. 이 중 자연사한 동물은 745마리, 안락사된 동물은 1,723마리로 목숨을 잃은 동물은 2,468마리 폐사율은 49.01%다. 입양 1,985마리,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 반환 동물은 582마리다.
폐사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유기동물 4,559마리 중 자연사한 동물은 2,010마리, 안락사된 동물은 574마리로 전체의 56.67%인 2,584마리가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죽었다. 특히 국가동물보호정보관리시스템 자료를 보면, 대구시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0~1세의 어린 고양이 59.1%가 숨졌다. 입양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1985마리에서, 2021년 1,698마리, 2022년 1,600마리, 2023년 1,483마리로 3년 사이 입양 건수는 500마리 줄었다.
유기동물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대구시의 2024년 유기동물 질병예방약품과 기자재 구입 현황을 보면, 150마리 기준으로 300만원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900만원이나 감액했다.
'동물보호법' 제34조를 보면, 시장은 유기동물이나 학대동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을 구조해 치료 보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대구광역시 동물보호 및 복지 조례(제17조)'도 시장은 반려동물 실태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그 통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좁은 케이지 안, 허락된 시간 고작 열흘..."대구시 동물복지 정책 미흡" 비판
윤권근 대구시의원은 "사람들이 버린 개와 고양이들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아직 우리 법이 이들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해 처벌도 솜방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대구시의 동물복지 정책은 아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자연사는 방치된 죽음에 가깝다"면서 "유기동물보호센터 관리가 어떻게 운영되고, 사체를 처리하는지 정확히 공개하라"고 했다. 또 "원래 예산도 턱 없이 부족한데, 무슨 기준으로 예산을 삭감했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이어 "햇빛도 안드는 우리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는 동물을 위해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입양이 되도록 동물복지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 전담부서 설치 ▲대구시 직영 동물보호센터 설립, 입양센터 분리, ▲동물복지 민간단체 협력 강화 ▲중성화 사업의 적극 실시 ▲시민인식 개선 위한 교육, 캠페인 ▲공공동물병원 건립 ▲반려동물공공화장터 건립 등을 제안했다.
펫보험, 반려동물공공진료센터, 군위 동물화장장 도입..."유기동물 줄이는데 초점"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유기동물 발생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정 부시장은 "아동학대가 늘어난다고해서 무작정 아동보호시설을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지 않냐"며 "예방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옳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동물 양육 환경을 개선하겠다"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 의식을 제고하고, 반려동물 문화를 선진화하는 시민인식 개선 홍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경제적 부담이 큰 '펫보험'을 확대하고, '반려동물진료기록부 공개'와 '반려동물공공진료센터 건립'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군위에 추진 중인 '동물화장장'을 개설해 중앙정부와 함께 반려동물 장례문화도 개선하는데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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