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한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속 A동물원에는 낙엽 더미만 곳곳에 쌓여있을 뿐 사람들의 발길은 없었다. 동물원 입구에는 임시 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동물원 사육장을 따라 이어진 길에 사육장을 나온 미니피그 한 마리가 빈 사료 포대와 배추 포대를 뒤적였다. 사육장과 인근 시설물에는 넝쿨이 타고 올라오고 흙과 먼지 떨어진 나뭇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동물원의 청소기, 선풍기, 의자 등은 한쪽 구석에 처박혀 먼지가 쌓였다. 빈 사육장들은 문이 열린채 바람따라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창고에는 직원들이 입던 옷과 장비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원숭이 사육장 안에는 바닥에 쏟아진 사료와 얼어있는 물통이 놓여있었다. 그 사이를 원숭이들이 분주히 오갔다. 바로 옆 고드름 잔뜩 얼어붙은 원숭이 사육장 안은 텅텅 비었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이영재, 이하 비구협)는 지난 2일 사회연결망(SNS : Social Network Service)에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남은 동물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사육 중이던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제보가 들어와 동물 구조를 위해 대구 현장에 와있다"며 A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동물원 인근에 사는 제보자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가족들이 10개월이 넘게 동물들에게 물과 먹이를 줬다"고 말했다. A씨는 동물들을 보살피며 기록한 내용을 본인의 블로그에 적었다. A씨는 배설물로 가득찬 사육장 안에 있는 염소와 바닥의 물을 핥는 원숭이 사진 등을 올렸다. 그는 "기록들만 보더라도 동물들이 얼마나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학대 의혹이 일자 지난 3일 대구시와 동물보호단체·동물원 관계자·대구경북 야생동물연합회·제보자가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구시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운동상태가 양호하고 모근 상태도 좋아 동물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10개월 동안 먹이와 물을 나르며 돌봤으니 문제가 없다고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구협은 동물원 운영 주체들을 법적 조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업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동물 학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물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반박했다. A동물원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휴원한 뒤 사육장 청소와 동물들에 대한 먹이 공급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동물들을 죽이거나 학대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동물들을 옮겨 제대로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권한이 부족해 힘겨운 상황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매일 먹이와 물을 공급하는지 현장 확인을 나가고 있고 나머지 동물들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원 측에 휴원 기간 출퇴근 명부를 요구하고 학대행위 여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원 측에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관리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부과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해당 동물원은 B테마파크에 임대한 11개 업체 중 한 업체로 지난해 2월 코로나시기 이후 임시 휴원과 개원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경영악화로 단전이 되면서 현재는 휴원 신청서를 내고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휴원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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