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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 아니에요. 생명이에요"
최나래 / 『햄스터가 도망쳤다』(이상권 글 | 김정선 그림 | 샘터 펴냄 | 2005)
2019년 02월 07일 (목) 11:50:16 평화뉴스 pnnews@pn.or.kr

1. 햄스터! 어디서 왔니? 잡상인 손에서 왔지

 내가 살았던 곳의 소재지는 경북이었는데, 사실상 다리하나를 경계로 두고 왼쪽은 대구, 오른쪽은 경북이 되어 버리는 오묘한 지점이었다. 나는 아파트문을 열면 논밭이 있고 길가에는 간혹 경운기가 다니던, 철마다 나는 거름냄새에 코를 막기도 했던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폐교위기였던 학교는 갑작스레 들어선 아파트 덕분에 기사회생했고, 나 또한 그 학교를 다녔다. 당시의 나는 용돈 500원으로 하교길에 불량식품을 사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주 가끔은 빠찡코 기계에 100원을 투자하여 잃기도 했고 대박이 터지는 날에는 코인을 획득하여 주변에 불량식품 하나씩을 베풀기도 했다.

 하루는 문구점 앞에 웅성웅성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무슨 난리가 났는지 비집고 들어가 보니 잡상인이 물건을 팔러 온 것이었다. 친구들이 몰려있던 이유는 햄스터 때문이었다. 뽑기비용 500원을 내고 뽑은 번호가 1번~7번까지는 햄스터를 주고 8번~10번은 좌판대에 널려있는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가면 된다는 룰이었다. 모두들 햄스터를 뽑겠다고 도전을 하였으나 무참히 실패했다. 친구들은 실망하였으나 나는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너무 갖고 싶었다. 과감하게 불량식품을 포기하고 뽑기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7번을 뽑았다. 모여 있는 친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첫 햄스터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나는 앞이 막막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했고, 엄마는 나보다 더 동물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누군가 나에게 “천원에 팔아라” 말했고 질세라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이천원에 살게”라고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뽑은 햄스터가 경매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팔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더 안달이 나서 높은 가격을 불렀다. 그러나 나는 진짜로 팔지 않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키우겠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우리집은 햄스터를 기르기 시작했다. 햄스터의 이름은 다롱이로 지었다. 우리가족은 동물을 만지지 못했기 때문에 톳밥을 갈 때는 연신 꺅꺅 거리며 쓰레받기로 운반했다.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하다가 정이 들었는지 엄마는 다롱이가 혼자라 외로워 보인다며 햄스터 한 마리를 더 사자고 했다. 아빠는 월요장에서 5천원을 주고 햄스터 한 마리를 더 사왔다. 나는 아롱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가끔 놀러오는 외삼촌은 가끔 다롱이와 아롱이를 오백원 오천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 햄스터가 도망쳤다!

 이 책은 작가의 딸이 햄스터를 키우며 적은 일기 중 일부를 발췌하여 엮은 책이다. 햄스터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담겨있다. 책을 보며 ‘아 맞아!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기억 속에 잊혀져있던 다롱이와 아롱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풀어낸 표현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읽는 내내 웃음이 연신 났다.

 "오늘은 다햄이가 탈출한 지 13일 째이다. 오늘은 세상이 황사로 뒤덮여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나는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책꽂이 뒤에서 빼꼼하게 얼굴을 내민 햄스터를 보고 놀랐다. 달려가 봤지만 햄스터는 어느 새 굴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자 나는 약이 올랐다. 나는 책꽂이 뒤에 대고 막 소리를 질렀다"

 다햄이는 무려 13일이나 탈출을 했다고 한다. 우리집 아롱이도 탈출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떤 날 방에서 부시럭 부시럭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이유모를 소리에 한참을 공포감에 떨었는데, 몇 시간 후 내 방에서 옆집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던 엄마 또한 그 소리를 감지했다. 우리는 소리의 출처를 찾아 바닥부터 벽까지 샅샅이 귀를 갖다 대었다. 그 순간 엄마가 별안간 “꺄악” 소리를 질렀다. 장롱과 벽 틈사이에 끼어들어가 있는 아롱이를 발견하고 놀래서 지르는 비명이었다. 우리는 황당함에 말을 이루지 못하다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쟤를 도대체 어찌 꺼낼꼬..’

 "그런 나를 보고 아빠가 키득키득 웃더니, 나를 불러서 귀엣말을 하였다. 낚시를 만들라고 하였다. 햄스터는 몹시 목이 마를 것이니까. 무 냄새를 맡으면 덥석 입으로 물 것이라고 하였다"

 다햄이와는 달리 아롱이는 탈출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지라 다햄이처럼 낚시나 유혹의 먹이가 없었음에도 잡을 수가 있었다. 쓰레받기를 앞에 대고 톡톡톡 장롱을 치니 그 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고. 무사히 쓰레받기에 안착한 아롱이를 다시 집안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얘가 어찌 탈출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당시에 햄스터를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면서 때로는 주머니에 품고 다니던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우리 집에는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꺼낼 일도 없고, 늘 창살집 안에 갇혀있는데 대체 얘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하지만 그 궁금증은 이내 해결이 되었는데 2층에 있는 집을 밟고 올라가 아주 미세하게 벌어진 창살 틈 사이로 몸을 우겨넣어서 나온 것이었다.

   
▲ 그림. 최나래

 그 현장을 목격한 우리는 바로 창살을 조였고, 아롱이는 다시는 탈출하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그 곳에 갇혀 살았다. 다롱이와 아롱이는 그렇게 꼬박 1년 반을 우리 집에서 사육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노쇠한 다롱이가 먼저 죽었고 아롱이마저 내가 학교에 간 사이 운명을 다 했다고 한다. 아빠 말로는 엄마가 울었다고 했다. 뒷산 양지바른 곳에 아롱이를 묻어주면서 눈물을 흘렸다던 엄마는 다음 월요장 때 햄스터를 또 사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의 보살핌 아래 꼬박 3년을 살았던 것은 안다.

3. 장난감이 아니에요. 생명이에요

 언제부턴가 우리동네에는 햄스터가 유행처럼 번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머니에 햄스터를 넣어 학교에 오는 친구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을 졸랐을것이고, 다른 동물보다는 만만한 가격이었기에 흔쾌히 구입하였는지 모른다. 나는 당시에도 햄스터를 장난감인 마냥 이리저리 주무르고 자랑하며 본인의 인기수단으로 쓰는 친구들이 못마땅했는데, 보통 그러한 햄스터들은 얼마 살지 못하고 죽거나, 이리 저리 사람 손을 타고 건네지다가 도망쳐 찾지 못하곤 했다. 도망 친 햄스터를 잠시 찾다가 며칠 후 또 다른 햄스터를 구입하여 들고 오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두어번을 반복하더니 햄스터에 흥미를 잃었는지 어느날 부터  이구아나를 기르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집의 햄스터는 이례적으로 오래 산 케이스였는데 찾아보니 보통 햄스터의 수명은 1년에서 3년사이라고 한다. 우리집의 햄스터들이 오래 산 것이 아니라 적정수명을 살았던 것이다. 아롱이를 뒷산에 묻어준 엄마와는 달리 죽어서 쓰레기봉지에 버렸다는 친구의 말에 충격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들에게 햄스터는 생명이 아니라 하나의 장난감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동물권에 대해 그리 깊게 관심이 있거나 잘 알지 못한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난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고 그 이유로 평생 동물을 기를 일이 없다 생각하기에 나에게 직면한 문제에 비해 관심도가 낮다. 하지만 동물 또한 생명이고 인간에 의해 고통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다롱이와 아롱이를 길렀던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안다. 

 '햄스터를 구입했다'는 문장을 쓰면서도 '구입이라는 단어가 여기에 붙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상인이 500원에 팔고, 월요장에서 5000원을 주고 햄스터를 구입했다는 것이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졌다. 햄스터는 물건이 아니니까. 하나의 생명을 단 몇푼의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돈만 지불하면 한 생명을 너무나도 쉽게 가질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괴롭히거나 물건처럼 쓰고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지도 모른다. 

 독일은 동물을 매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모든 동물은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해야 하고,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필기시험, 실기시험 등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지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으니 자연스레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과 애정, 그리고 책임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파양률이 약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동물권’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펫샵은 사라져야 한다’ 든지 ‘동물실험을 지양하자’고 말한다. ‘유기견 봉사활동’이 생겼고 ‘캣맘’ 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많은 이들의 의식변화와 관심 덕에 한 동물권단체의 ‘유기견 불법안락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기준과 법제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순탄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좋은 사회를 위해 전진하는 ‘우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의 길] 161
최나래 / 대구참여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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