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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과 주식회사, 이대로는 안 된다
[김윤상 칼럼] 주식 거래 없는 나라 '율도국' 이야기
2021년 03월 01일 (월) 16:00:20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필자는 우리나라의 사회문제 해법을 모색할 때 상상의 나라 ‘율도국’을 참조하곤 한다. 최근 부동산에 더하여 증권시장까지 후끈 달아오르고 있어, 다시 율도국의 지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다음과 같이 한국 상황을 전했다.

필자: 한국에는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2020년 초에 주식가격이 급락했었습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인 ‘개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권시세가 반전하였습니다. 이들을 ‘동학개미’라고 부릅니다. 1894년 외세에 맞선 동학농민혁명에서 나온 말인데 적절한 비유인지는 좀 의문입니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의 가격까지 급등하자 많은 국민이 한편으로는 개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영끌’하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투’(빚내서 투자)하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제도란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한국의 제도는 이 원칙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과열 후 거품 붕괴로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이 생길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율도국 사정은 어떤지 문의드립니다.

율도: 율도국에서는, 사람이 만들지 않은 토지와 소유자의 노력과 무관한 토지가치는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원칙에 따라 토지 불로소득을 다 환수하여 공유합니다. 인구가 증가하거나 교통이 좋아지거나 해서 토지의 임대가치 즉 지대가 상승하면 그 상승분을 토지보유세로 환수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대가 변화하더라도 부동산 매매가격이 오르는 일이 없고 따라서 투기도 없습니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 주식시장 '과속' 우려>(2021.1.16) 방송 캡처

주식의 자유 거래는 없다

필자: 네, 전에도 그런 말씀을 듣고 부러웠었습니다. 그럼 율도국의 증권시장이나 주식회사의 사정은 어떤지요?

율도: 율도국에도 주식회사는 있지만,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증권시장은 없습니다. 주식회사의 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고 싶을 때는 해당 기업 또는 공공투자기관에 매각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주주의 수익으로 거래 차액은 없고 배당금만 있습니다.

필자: 네? 놀랍습니다. 주식회사는 있는데 증권시장이 없다고요? 오늘날 기업의 대다수가 주식회사이고 심지어 자칭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증권시장이 활발한데 율도국은 그렇지 않군요. 왜 그런가요?

율도: 증권시장의 사회적 이익보다는 해악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증권시장의 핵심 기능으로 흔히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듭니다. 주주는 투자액만큼만 유한책임을 지는 데다가 매입한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에서든 ‘유망한 기업’이라면 증권시장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유망 기업의 주식 배당률은 대체로 시중 저축 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또 율도국은 투자 재원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 대출이 쉽고 회사채를 발행해도 일반인과 공공투자기관에서 적극 호응합니다.

필자: 그렇군요. 한국도 율도국처럼 투자재원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참고가 됩니다. 그럼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어떻게 하나요?

율도: 한국과 비슷합니다. 유망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라면 실적을 올려서 좋은 평가를 받는 수밖에 없겠지요. 벤처기업 등 사회적으로 육성 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듯이 율도국에서도 공공투자기관이 밀어줍니다.

필자: 듣고 보니 자본 조달을 위해 증권시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네요. 신주 발행액이 주식 거래 총액의 1%가 안 된다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eral Reserve)의 통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식의 자유 거래를 금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반론도 있을 텐데요.

주주와 종업원이 모두 의결권 가져

율도: 자유 거래를 금지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주식시장의 과열과 거품 붕괴라는 비극이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벌어졌으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굳이 주식시장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주식 불로소득이 상당한 빈부격차를 낳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문제가 있습니다. 주식의 자유 거래를 허용하면 기업의 발전이나 사회적 책임보다는 주식 거래를 통한 이익 남기기에 관심을 더 가지는 대다수 주주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필자: 주식의 과열-붕괴라는 비극이나 부당한 빈부격차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그럼 율도국의 주식회사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한국처럼 주주만 의결권을 갖나요?

율도: 아닙니다. 자본을 대는 주주와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다 같이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예를 들면, 근로자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주식회사에서는 이사회 정원의 2분의 1을 근로자 대표로 구성합니다. 과거에는 율도국에서도 한국처럼 근로자는 ‘사원’이 아니라 종업원일 뿐이었고 의결권도 없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사람이 아닌 돈이 기업의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이것은 재산 가진 사람만이 투표권을 가졌던 과거의 비민주적 선거제도와 다름없다는 여론에 따라 지금처럼 개혁한 것입니다.

필자는 이번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율도국 주식 관련 제도의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1) 주식회사는 있지만 주식의 자유 거래는 없다.
  (2) 주주의 투자 수익은 주식의 시세 차액이 아닌 배당금이다.
  (3) 주주와 종업원이 함께 의결권을 갖는다.

우리보다 율도국 제도가 상식에 더 부합한다고 보는데, 독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윤상 칼럼 101]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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