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연호지구 땅 투기 의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에서 수성구청장·부인으로 번졌다.
수성구청은 15일 김대권 수성구청장과 부인에 대한 연호지구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날 대구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정기관에 스스로 수사를 의뢰해 의혹을 털어내겠다는 게 김 구청장의 입장이다.
김 구청장과 부인에 대한 의혹은 지난 11일 제기됐다. 김 구청장이 이날 감사관실에 연호지구에 대한 매매거래 내역을 자진 신고하면서 의혹이 터졌다. 신고 내용을 보면 김 구청장 부인은 김 구청장이 부구청장으로 재직한 2016년 3월 연호지구 땅을 매입하고 지난해 매각해 9천만원 시세차익을 봤다.
이처럼 연호지구에 대한 공직자 땅 투기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것은 구청장에 앞서 LH 직원이었다.
LH 대구경북지역본부의 한 직원 사내 메신저가 지난 8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연호지구가 입길에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직원은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한다. 잘려도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고 말했다. 연호지구 공공주택 조성사업 시행사는 LH다. 이 사건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재 합동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연호공공주택지구가 속한 연호동·이천동의 당시 토지 거래량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2018년 5월 이전인 2017년의 토지 거래량은 모두 152건이다. 2016년 82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업 직원이 내부 정부를 미리 알 수 있는 신분을 활용해 매매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까닭이다.
연호지구 마을 주민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앞서 몇 년간 연호지구에 대한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LH와 수성구청, 대구시에 도움을 호소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누구를 믿어야할 지 모르겠다는 황망함이다.
지난 12일 연호동과 이천동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LH 횡포 방관하는 구청장·대구시장 뭐하노?", "LH는 화훼인 잡지 말고 투기꾼 먼저 잡아라" 투기 의혹을 규탄하며 주민들이 건 현수막들이다. 실제로 이날 연호지구에서는 수상한 정황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 길가 농지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졌다. 묘목들이 몇 년새 자라 빽빽한 수목을 이뤘지만 관리 받은 흔적은 없었다. 새로 지어진 빌라(다세대주택), 건물들도 보였다. 빌라들은 거의 외관이 비슷했다. 주민들의 집들과 비교하면 생활감 없이 깨끗했다. 주차된 자동차와 오토바이에는 먼지가 쌓였다.
세대별로 모여 있는 우편함에는 오래된 각종 고지서들이 꽂혀 있었다. 고지서가 들어있는 한 우편함에는 우체국에서 붙여놓은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그대로 남겨진 채 먼지를 뒤집어썼다. 빌라 주변에는 오래된 쓰레기들이 비를 맞고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날리거나 풀어져 거리를 더럽히기도 했다.
담과 대문 없이 지어진 개인주택도 있었다. 형태는 다 비슷했고 원주민들의 오래된 집과 비교하면 새로 지어진 티가 났다. 빌라나 개인주택에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고 인적도 드물었다.
60대 화훼농장 상인은 "LH나 지자체에 이미 여러번 투기 의혹을 신고하고 항의했음에도 누구도 별 반응이 없어 이상했다"며 "최근 LH 직원들이 투기 의혹에 휩싸인 걸 보니 황당하다. 공직자들이 불신을 자초한 것 아니냐.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진상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주민들은 해답을 원했다. 한 주민은 "개발 확정 이후에 50년간 산 동네를 떠나야 한다는 실감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투기 의혹이 불거져 마음이 착잡하다"며 "어디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답답하다. 만약 투기꾼이 실제로 있었다면 속 시원히 다 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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