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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시간도 부족"...대구 간호사들 "길어진 코로나, 인력 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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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천 명당 간호사 3.78명, OECD 평균 절반 수준
노조 "1인 환자 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 요구


"실내에서 코로나 방호복을 입고 고글과 신발까지 착용하면 조금만 지나도 땀범벅이 된다. 탈수 때문에 두 시간마다 교대를 해주지 않으면 화장실도 못가기 때문에 코로나 병동은 일반병동에 비해 간호 인력이 2~4배 더 필요하다"

경북대병원에서 31년간 일하고 있는 김영희(54) 간호사는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근무환경 개선 촉구를 위해 진행된 행진 현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환자가 위험하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하라!" (2021.05.12.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환자가 위험하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하라!" (2021.05.12.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12일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촉구하며 피켓팅을 진행했다. 이어 대구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을 알렸다. 행진에는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톨릭대병원 등에서 30여명의 간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현장 간호사가 고강도 업무로 물 마실 시간과 밥먹고 화장실을 갈 시간마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도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며 열악한 간호환경 개선을 통한 간호의 질 향상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간호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2021.05.12.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구지역 간호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2021.05.12.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노조에 따르면 현재 OECD 국가 인구 천 명당 평균 8.9명의 간호사가 간호를 맡는 반면 한국은 3.78명으로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때문에 간호사들은 "한 명의 간호사가 많게는 20~60명까지 환자를 담당하기도 한다"며 "1인당 간호 환자 수를 법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의 확대와 인력기준 상향을 요구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은 환자의 보호자와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하유숙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장은 "대구 경대병원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해제하고 해당 간호 인력을 감염병동으로 투입해 대처했다"며 "일반병동보다 높은 수준의 인력기준을 가진 간호간병서비스병동을 확대해 새로운 감염병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연화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는 "최근 10년간 간호대 정원이 두 배로 늘고 37만명의 간호사 면허소지자가 있지만 50%가 넘는 간호사가 현장을 떠난다"며 "생후부터 임종까지 간호사를 만나지 않는 사람이 없듯 간호사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제 간호사의 날,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 (2021.05.12. 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국제 간호사의 날,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 (2021.05.12. 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국제 간호사의 날,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 (2021.05.12. 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국제 간호사의 날,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 (2021.05.12. 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이 밖에도 노조는 지역공공간호사제의 폐지와 감염병동 중증도별 간호인력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또 불규칙적·야간 근무시스템의 개선과 경직된 조직문화 해소, 수도권과 지방의 임금·복지 차이 극복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실무 관계자는 "환자 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의료기관이 많고 중증도별로 분류된 기준도 없다보니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도 점점 확대하는 추세고 앞으로도 확대에 중점을 두고 정책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간호사의 사회 공헌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인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은 대구와 서울을 비롯해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포항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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