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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공정한 경쟁'
[김윤상 칼럼] 정글 방식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특권 개혁이 필요하다
2021년 07월 05일 (월) 11:15:11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1985년생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대표로 당선되면서 우리 사회에 여러 모습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 ‘공정한 경쟁’ 논쟁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이준석 대표의 견해를, 2019년에 발행된 대담집 <공정한 경쟁>에서 인용해보자.

"미국은 이런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요. …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보는 것이죠. … 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도약해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식 자유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받아들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이준석 대표는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당연하게 또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이 승승장구해온 입시 경쟁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묘사한다.

   
▲ <공정한 경쟁> -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묻다(이준석, 강희진(엮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 700명이 등수를 두고 다투었어요. 좀 잔인한 측면도 있지만 저는 그 시절의 공부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고요."

노력, 운, 특권

정글에서 동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노력과 운이다. 모든 동물이 먹이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구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운에 의해 각기 강자 또는 약자로 태어났으며 먹이를 얻는 과정에도 운이 많이 작용한다. 인간사회에서도 역시 노력과 운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원인이다. 둘 중에서 노력이 정당한 원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지만 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자유지상주의 또는 경제학의 신자유주의에서는 운의 결과도 본인에게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대표도 이런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그래도 운 좋게 우수한 자질을 타고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공부도 잘 할 수 있었고 하버드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반면, 운의 결과는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므로 떳떳하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처럼 운에 대해서는 세계관에 따라 평가가 다른데, 각 세계관의 옳고 그름을 단순하게 가리기는 어려우므로 일단 논의를 유보해둔다.

그런데, 정글과 달리 인간사회에서는 운・노력 외에 공식・비공식 사회제도가 분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제도가 조성하는 원인을 일단 ‘특권’이라고 부르자. 특권이란 운・노력에 비해 다른 사람보다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원인을 말한다. 누군가 유리한 특권을 누리면 반대편 그늘에는 그로 인해 불리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므로 특권은 차별과 동행한다.

특권은 누가 보아도 부당한 원인

특권을 이해하기 위해, 무인도에 이주한 사람들에게 농지의 소유권을 배분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토지마다 비옥도가 다르므로, 좋은 토지의 소유권을 가지는 사람은 운・노력에 비해 더 많은 수확을 얻고 열등한 토지를 차지하거나 아예 토지 소유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불리해진다. 따라서 토지소유권은 특권이고 이를 공인하는 토지사유제는 특권적 제도이다.

학벌특권도 있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에게는 대체로 능력 이상의 보상이 돌아간다. 이준석 대표가 하버드 대학에 진학할 때 대학교육의 질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을까? 아마도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이 특권을 낳는 학교의 명성이나 평판을 중시했을 것이다. 또 2011년 12월 새누리당이 그를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발탁했을 때도 하버드 대학 출신이라는 학벌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특권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생한 증거다.

특권은 부당한 원인이다. 운을 긍정하는 자유지상주의와 신자유주의마저도 특권을 정당한 원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들도 제약 없는 자유가 아니라 ‘평등한 자유’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특권이 부당하다면, 설령 특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해도, 그 결과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도둑질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한다고 해도 도둑질은 도둑질일 뿐이다. 무작위 추첨이나 공정한 경쟁을 거쳐 토지를 배분하더라도 토지사유제가 특권과 차별을 낳는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공정한 입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도 학벌특권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특권에 의한 불평등이 대물림되면서 더 큰 문제를 낳는다. 특권적 제도의 힘으로 누군가 사회의 상류층에 편입되면 그 자녀도 혜택을 입게 된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특권이 아니라 단지 운에 의해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특권이 부당하다면 그로 인해 빚어지는 후속 결과도 역시 부당하다. 특권이 대물림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엄청나게 증폭시키고 있다.

특권 개혁 없이는 공정 경쟁도 없다

일반 국민의 경우에는 특권적 제도의 덕을 봤다고 해도 비난하기는 어렵다. 제도에 적응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보다는 그런 제도를 용인한 사회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의 개혁과 설계가 주업인 정치인은 다르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와 경쟁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2013년 19억여 원에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 단지는 현재 단군 이래 최대라는 사업비 10조 원 규모의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고 주호영 의원의 아파트는 시세가 4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공인하는 특권적 제도 덕에 단기간에 20억 원이 넘는 차익이 굴러들어온 것이다. 주호영 의원은 적법한 투자라고 했지만, 제도를 책임지는 정치인이라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미안하다. 특권적 제도를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해야 한다.

   
▲ <공정하다는 착각> -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마이클 샌델 지음 |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이것은 이준석 대표에게도 적용된다. 학벌을 능력의 증거라고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후광 없이 능력만으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된다.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미국 명문대 입시를 추첨제로 개혁하자고 제안한 이유도 헤아려보면 좋겠다. 또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은, 특권으로 얼룩진 사회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다. 더구나 특권을 얻기 위한 경쟁은 공연히 사회비용을 유발하는 소모적 경쟁 즉 지대추구(rent-seeking)라는 점도 컴퓨터학 외에 경제학도 복수전공으로 이수한 그가 모를 리 없다.

이준석 대표가 진정으로 정글과 같은 경쟁 사회를 공정하다고 여긴다면 특권과 차별은 묵인하지 않아야 일관성이 있다. 또한 사회제도의 개혁과 설계라는 어려운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정치인이 된 이상, 특권과 차별에 의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자신이 말하는 정글형 “공정한 경쟁”이라도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더 바란다면, 운에 의한 불평등을 무제한 허용하여 사회를 정말 정글처럼 만들고 싶은지도 깊이 생각하면 좋겠다.

* 특권・운・능력에 따른 불평등의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참고해주십시오.
<‘Merit’로 포장된 특권이 불평등의 핵심 원인>(2021/2/1 <평화뉴스> 게재)

   






[김윤상 칼럼 105]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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