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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김윤상 칼럼] '지대이자 차액세'로 안전·확실하게 집단 면역을
2021년 04월 05일 (월) 11:11:41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토지 투기 의혹에서 비롯된 파장이 심상치 않다. 최근 국민이 불공정・불평등 문제에 특히 예민해져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직원 등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여러 분야의 적폐 청산을 이뤘으나 부동산 적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시장 안정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시인하였다. 그리고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 및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공직자는 물론, 아무도 부동산 투기 안 하는 사회가 되어야

비리를 저지른 일부 LH 직원이나 공무원을 처벌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밖에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걸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행 주식백지신탁제에 더하여, 고위공직자가 취임 전에 실수요 아닌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해야 한다. 또 문 대통령이 3월 29일에 언명했듯이, “재산등록제도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여 최초 임명 이후의 재산 변동 사항과 재산 형성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1970년대부터 전 국민이 언제라도 감염될 수 있는 팬데믹인데 공직자만 단속하면 그만인가? 또 공직자가 일반 국민보다 청렴해야 하지만, 목적에 비해 무리한 수단을 쓰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좋은 사회제도란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제도이며, 개인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과 사회가 손실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공직자든 누구든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 사진 출처. KBS 뉴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부당이익 소급 몰수"(2021.3.29) 방송 캡처

불로소득을 없애면 투기가 근절되고 또 그래야만 문 대통령이 말한 ‘적폐 청산’이 의미가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은 자연물인 토지(대지)와 인공물인 건물로 구성되는데, 인공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불로소득은 토지에서만 생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대책은 ‘토지 불로소득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로 좁혀진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는 시장친화적이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자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주의’라거나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더러 나온다. 부동산 부자는 극렬하게 비판하고, 투기이익을 기대했던 일반 국민도 동조한다. 무주택 서민마저도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습성 때문에, 때로는 기득권 언론에 세뇌되어, 그렇게 오해하기도 한다. 정치의 편 가르기가 만성화된 현실에서는 더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토지 불로소득 환수는 ‘시장친화적’이다.

경제학의 유토피아는 완전경쟁시장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미래에 토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과 부담이 현재의 매매가격에 모두 정확하게 반영된다. 이런 가격을 지불하고 취득한 토지에서는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기도 없고, 모든 수요는 실수요이다. 개인의 소득은 토지 소유가 아니라 토지를 이용한 생산적 노력에서 생긴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좋은 사회제도다.

하지만 현실 토지시장은 불완전하므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완전경쟁시장처럼 작동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현실시장에서도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고 오로지 실수요만 존재하게 된다. 누가 토지를 어디에 얼마나 소유하든 투기와는 무관해진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이라고 의심할 이유도 없어진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주자유택(住者有宅) 원칙이 시장에 의해 달성된다. 투기를 막기 위해 소유・거래・가격을 규제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자유’시장경제에 더 다가간다. 선거 때마다 토건 공약이 난무해왔으나, 지대를 상승시키는 공약은 오히려 부동산 소유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지대이자 차액세'가 답이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한다고 했다. 불과 1년 정도 남은 임기 내에 부동산 적폐를 청산할 방법이 있을까? ‘지대이자 차액세’를 도입하면 가능하다. 생소한 용어이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지대’란 토지 임대가치를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이며, ‘지대이자 차액세’는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지대를 매년 보유세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이자 공제형 지대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대이자 차액세를 징수하면 재산 증식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할 유인이 완전히 사라진다. 단순한 토지 소유로부터 얻는 이익은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뿐이며,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지대 소득이 지대 평가액에 미달하면 이자조차도 못 건지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토지를 소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또 주목할 점은 토지 매매가격이 그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 즉 매입지가로 거의 고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유재산 침해 등을 구실로 하는 위헌 시비가 생길 수 없고, 담보가치 하락 ⟶ 대출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는 경제 충격도 없다.

하지만 지대이자 차액세도 세금인 만큼 국민 중에는 증세에 관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 부담보다 받는 혜택이 더 큰 국민이 많도록 설계하면 된다. 서민에게 불리하고 경제에도 지장을 주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방법, 세수입을 국민 모두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기본소득 제도와 연계하는 방법 등이 있다.

오르기 전 가격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또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오른 가격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어느 시점의 지가로 원상회복 시키려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시점을 A라고 해보자. 그러면 시점 A의 지가를 지대이자 차액세의 ‘매입지가’로 의제하면 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을 시점 A로 삼아도 된다,

지대이자 차액세는 부동산 투기라는 팬데믹에 대한 집단 면역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형성할 수 있는 탁월한 백신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세금을 도입한다면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괴롭혀온 부동산 적폐를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척결한 정부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것이다. 여권이 국회 180석이라는 든든한 기반을 가진 이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깔기 바란다.

[참고] '지대이자 차액세'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분은 아래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윤상, 『지공주의: 새로운 토지 패러다임』, 경북대학교출판부, 2009: 323~339면.
이 문헌에서는 ‘지대이자 차액세’를 ‘국토보유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김윤상 칼럼 102]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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