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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수용 보상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김윤상 칼럼] 투기도 개발 갈등도 없는 나라 ‘율도국’ 이야기
2021년 06월 07일 (월) 10:59:41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상상의 나라 ‘율도국’은 우리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때 훌륭한 참고서가 됩니다. 율도국의 지인 한 분과 한국 부동산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는데, 율도국에는 공공개발 사업에서 토지 보상을 둘러싼 잡음이 없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여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공공개발 예정지구나 그 이웃에 땅을 사둔 사실이 알려지자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KBS 뉴스 <부동산 투기로 34명 구속…차관급부터 9급까지 투기>(2021.06.03) 방송 캡처

율도: 걱정스러운 상황이군요. 한국에서는 토지 수용 보상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나요?

한국의 토지 보상 원칙 – 개발이익 제외

필자: ‘정당한 보상을 하되 개발이익은 제외한다.’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헌법 제23조 제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7조에는 “보상액을 산정할 경우에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토지 등의 가격이 변동되었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개발이익 제외가 합헌이라고 확인하였습니다.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지가가 상승하여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사업시행자의 투자에 의한 것으로서 피수용자인 토지소유자의 노력이나 자본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개발이익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토지소유자에게 당연히 귀속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투자자인 사업시행자 또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귀속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2008헌바57)

율도: 정당한 보상 + 개발이익 제외! 훌륭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공공개발 예정지구나 그 이웃에 땅을 사둔 사실”이 있다고 하셨는데, 개발이익을 보상액에서 제외한다면 공직자든 누구든 무슨 이익을 바라고 사업지구 내의 토지를 매입하나요?

필자: 법과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면 사업지구 내의 토지소유자에게는 이익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보상 실무에서는 원칙과 현실이 타협한 것 같습니다.

수용 전후의 형평성과 주민 사이의 형평성

율도: 그래도 사업지구 주변의 토지에서는 이익이 더 생기겠지요?

필자: 그렇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는 보상제도가 충족해야 할 두 가지 형평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피수용자가 종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용 전후의 형평성’, 둘째로, 피수용자가 다른 주민과 비교하여 손익이 없도록 하는 ‘주민 사이의 형평성’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제도로는 두 형평성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수용 전후의 형평성’ 면에서 보면, 예를 들어, 농사를 짓던 주민이 수용당한 토지 인근에서 종전처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해도 인근 토지의 가격은 개발사업으로 인해 많이 올랐을 테니까 보상액으로는 동일 면적을 매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업 주체가 인근에 종전과 비슷한 면적과 품질의 농지로 대토해준다면 개발이익만큼 초과 보상하는 셈이 됩니다. ‘주민 사이의 형평성’도 문제입니다. 피수용자는 원칙적으로 개발이익을 제외한 금액만을 보상금으로 받으나, 인근 토지소유자는 개발이익을 거의 다 차지합니다.
  율도국에서는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율도국은 지공주의(地公主義)의 나라

율도: 율도국은 ‘지공주의’의 나라입니다. 지공주의란 ‘토지 등 자연과 그 가치는 모든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철학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토지의 소유・이용・거래를 시장에 맡기면서 토지가치는 세금으로 환수하고 있습니다. 마치 국가가 토지소유자에게 토지를 임대한 것처럼 매년 임대료 상당액을 징수합니다.

  토지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세금이 올라가고 토지가치가 내리면 그만큼 세금도 내려가니까 토지가치에 관한 한 ‘수용 전후의 형평성’이든 ‘주민 사이의 형평성’이든 모두 충족됩니다. 나아가, 어느 국민도 토지가치 변화에 따른 손익이 발생하지 않아 부동산 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므로 부동산 투기도 없고 부동산 문제가 일으키는 경제적 불평등과 비효율도 없습니다.

필자: 제가 인용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개발이익은... 국민 모두에게 귀속되어야”라는 원칙이 나옵니다. 한국도 ‘개발사업’을 특정 토목사업에 국한하지 말고 ‘사회 변화’로 넓게 보면 율도국처럼 될 수 있군요.

율도: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철학적 배경은 율도국의 ‘지공주의’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현실이 철학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걸리는 듯합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율도국에서는 ‘수용 전후의 형평성’을 위해서 많은 배려를 합니다. 공익의 이름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이 없도록, 수용되는 재산의 보상만이 아니라 피수용자의 이주・정착・적응을 위해서도 적절한 배려와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율도국에서는 수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필자: 아, 그것도 배워야 할 점입니다. 재산 손실 보상만이 아니라 생활 재건까지 국가가 배려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보다 율도국의 제도가 상식에 더 부합한다고 보는데, 독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율도국과 달리 이미 토지사유제가 정착된 한국 사회에서도 토지 불로소득만 환수하면 율도국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토지 불로소득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환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팬데믹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백신 있다>, 2021년 4월 5일 <평화뉴스> 게재)

   






[김윤상 칼럼 10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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