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46년 만에 '인혁당 조작' 사과...강창덕 "수 십억 빚고문 언급 없어 유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7.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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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80년 중정·안기부 27개 '인권침해사건', 박지원 원장 사과문 "고통 사과, 잘못청산·재발방지"
'이명박근혜' 인혁당 70여명 2백억 배상금 반환소송→문재인 정부도..."말만 사과, 가혹한 소송 취하 "


인혁당 피해자 강창덕(95.대구 동구) 선생에게 46년 만에 국가정보원로부터 사과 편지가 왔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국정원 전신 중앙정보부의 대표 간첩조작 사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 사건'에 연루된 강 선생은 고문을 받고 1974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8년 8개월 옥살이를 했다. 강 선생 뿐 아니라 법원은 1975년 4월 8일 인혁당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 확정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 1기 '진실·화해를과거사정리위'는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2006년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보상심위'는 강 선생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했다.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국가의 고문·조작으로 고통 받은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사과 한 마디 듣는데 반세기 걸린 셈이다.

인혁당 피해자 강창덕 선생이 국정원 소송을 언급하고 있다.(2017.6.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혁당 피해자 강창덕 선생이 국정원 소송을 언급하고 있다.(2017.6.1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 선생은 병상에서 소식을 들었다. 최근 건강이 나빠져 한 달째 수성구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는 "너무 늦은 사과. 만시지탄"이라고 지난 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기쁘고 고맙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입원 중이라 사과 서한은 직접 읽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강 선생은 사과가 그리 달갑지 않다. 인혁당 피해자·유족에 대한 국정원의 수백억 소송 이야기는 쏙 빠진 탓이다.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선 '채권자' 국정원의 빚고문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강 선생은 국가를 상대로 한 1,2심 민사소송에서 22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 15억원을 미리 지급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월부터 국가는 "배상금이 많이 지급 됐다"며 배상금 반환소송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은 국정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정보원의 '인혁당' 등 과거 인권침해 사건 공개 사과(2021.7.7) / 사진.국정원 보도자료 캡쳐
국가정보원의 '인혁당' 등 과거 인권침해 사건 공개 사과(2021.7.7) / 사진.국정원 보도자료 캡쳐
  
국정원에 강 선생이 진 빚만 원금 6억8,900만원에 이자가 붙어 14억원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채무 대상자는 70여명으로 늘었다. 연 20% 이자가 붙어 전체 반환금액만 211억원이다. 일부는 국정원의 강제경매집행으로 집에서 쫓겨났고 부동산 가압류에 강제경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강 선생은 "박 원장의 양심적 사과는 인정하다"면서도 "국정원으로부터 빚고문 경제피해가 현재도 이어지는데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추상적 사과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가혹한 소송을 취하하라.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혁당 46주기 추모제 희생자 18명 영정사진(2021.4.9.경북 칠곡 현대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인혁당 46주기 추모제 희생자 18명 영정사진(2021.4.9.경북 칠곡 현대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국정원은 "과거 중정과 안기부(안전기획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와 유족, 가족분들께 박지원 국정원장 명의의 사과 서한을 발송했다"고 지난 7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당시 1960년~1980년대 국정원 전신 기관들이 저지른 불법구금·자백강요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국정원 첫 공식 사과다. 대상은 인혁당·남조선 해방 전략당 사건 등 1기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국가 사과'를 권고 받은 27개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유족 등이다. 생존해 있거나 주소지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 서한을 보냈다.  

박 원장은 사과 서한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고통을 생각하면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2기 진화위에 충실히 자료를 제공해 진실규명·명예회복에 협조하는 게 사과를 완성하는 길이다. 재발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잘못을 청산하고 충성·헌신하는 정보기관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원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인혁당 배상금 반환소송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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