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9일 박정희 군사 정부의 유신독재에 맞서 싸우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인해 8명이 희생됐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이후 매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했다. 억울한 죽음이 발생한 지 내년이면 50주기가 된다. 희생자 8명 중 4명의 출생지인 대구경북에서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고, 민주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사업'을 추진한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대구경북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여정남열사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2025년 '인혁당 50주기 추모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 8월부터 기획회의를 세 차례 진행하는 등 현재 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노동계·정당 등에 추모사업에 동참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4월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또 경북대, 영남대 등 대학 민주동문회에서도 추모제 등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경북대의 경우 '여정남 열사 50주기 추모행사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추모사업을 추진한다. 오는 11월 26일 '이재문 열사 43주기 추모제'에서 추모행사위원회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추모위원을 모집하고 사업계획을 공유·제안한다. 이어 내년 3월부터 추모주간 운영, 자료집 발행 등 사업을 진행한다.
여정남 열사는 1945년 대구 중구에서 태어나 1962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1964년 6월 한일회담 반대 투쟁으로 제적당했다가 1969년 복학한 뒤 대구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당했다가 그해 4월 9일 사형됐다.
이재문 열사는 193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54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58년 졸업 후 영남일보, 매일신문 등 기자로 근무하다 1974년 10월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 체포, 구속됐다. 이어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서대문교도소에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1981년 11월 사망했다.
박석준(45) 경북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사법 살인이 자행된 뒤, 수많은 사람들이 진상규명이나 정신 계승 활동을 해 왔다"면서 "50년이 지난 지금 열사의 삶을 재조명하고, 후배 세대들에게도 열사 정신을 이을 수 있는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형근(53) 영남대 민주동문회 회장은 "내년이 인혁당 50주기다 보니 추모사업을 하자는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 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이듬해인 1975년 4월 9일 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우홍선·이수병·하재완 등 8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특히 이들 중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여정남(경북대) 열사 등 4명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집행이 이뤄져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9월 12일 인혁당 사건을 재조사 한 뒤 "인혁당은 고문에 의해 과장·조작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그해 8월 인혁당 유족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1년 대법원은 '과거사 배상금 감액' 판결을 내렸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2013년 피해자와 유족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주며 배상금 일부를 환수하도록 했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 1975년 4월 9일 발생한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50주기를 맞습니다. 박정희 독재 정부의 조작으로 인해 8명의 가장과 청년들이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생자 중 4명이 대구경북지역 출신입니다. '평화뉴스'는 당시 사건을 돌아보고 희생자들과 유족들, 관련자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연속 보도를 통해 인혁당과 같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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