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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0월항쟁 75년...1만명 원혼 깃든 가창댐서 '국가의 책임'을 묻다
'위령탑' 겁립 후 첫 위령제 /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유족, 정부·대구시·시민사회 인사 등 80여명
"이유도 모른채 희생된 부모님, 연좌제 굴레에 영원한 상주된 자식...2기 진화위 역사적 잘못 밝혀야"
2021년 10월 01일 (금) 18:06:24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대구 10월항쟁 75년. 유족들이 1만명 원혼이 깃든 가창댐에서 위령제를 열고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1일 '대구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한국전쟁전후민간인인희생자위령탑'에서 '10월항쟁 75주기·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1주기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대구시가 지난해 가창댐 인근에 위령탑을 설립해 위령탑 앞에서 처음으로 위령제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작년 위령제는 취소됐다. 때문에 코로나 정국에서 2년만에 위령제를 진행했다.  

   
▲ 대구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회장이 두 손을 모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대구 10월항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형물(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령제에는 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77) 회장과 김영호 부회장, 차혁관 대구시 자치행정 국장, 고학형 제주4.3유족회 영남위원장, 최경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장,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더불어민주당 강민구·김동식 대구시의원, 송영우 진보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등 유족·정부·대구시·시민사회 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위령제는 오후 1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채영희 회장은 "이 자리는 1만여명의 무고한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재판 절차도 없이 국가 폭력에 학살된 피의 현장"이라며 "70여년의 긴 세월을 보내고 2020년 대구시 도움으로 구천에 떠도는 혼을 달래줄 위령탑을 세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탑에 새겨진 희생자 명단은 800명 뿐"이라며 "2기 진화위가 출범하고 신고를 받아도 아직 불이익을 당할까 신고하지 않거나, 대가 끊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들은 빨갱이 낙인에 연좌제 굴레 속에 모진 세월을 살아왔다"며 "전쟁보다 국가 폭력으로 죽은 민중이 훨씬 많은 이 나라에서 우리는 영원한 상주가 됐다"고 했다. 

   
▲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10월항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린 75주기 합동위령제...혜강스님(대한불고조계종 능화사 주지스님)이 영혼을 위한 종교의례 중이다.(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위령제에는 유족과 정부, 대구시, 정치권, 시민사회 인사 등 80여명이 참석했다.(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위령탑에 빼곡히 적힌 10월항쟁 민간인 희생자들의 이름(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이유도 모른채 끌려간 부모님들의 억울한 원혼을 달래기 위해 국가는 시한을 두지 말고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계속해서 아픈 역사적 잘못을 밝혀나가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 땅에 다시는 이렇게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위령탑 곳곳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시와 글귀가 적혔다. '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별도 증언한다'(이원식 선생님 비문), '대구 10월 항쟁에 띄우는 비나리(백기완)' 등이다.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을 알리는 사건 경위를 적은 비석도 세워졌다. 대구시는 위령탑 건립취지문 비석을 세우고 "가창골짜기는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곳"이라며 "국민 인권이 존중되는 참다운 역사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 10월항쟁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례를 지내고 있다.(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위령제 중 눈물을 흘려 닦고 있는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갑순(83)씨는 경산 코발트 유족회 이사다. 김 이사 아버지는 1950년 7월 철도공무원 노조 간부라는 이유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돼 코발트 광산에 끌려갔다. 마지막 행적은 가창댐 인근으로 확인됐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백발이 성성한 자식은 눈물을 훔쳤다. 그는 "다시는 이런 슬픈 역사가 없도록 국가가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10월항쟁75주년행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10월항쟁 75주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추모제 및 시민대회'를 연다. 또 오는 8일에는 대구형무소 옛터인 삼덕교회와 가창댐 위령탑까지 '10월항쟁 기억길 도보순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별도 증언한다'...10월항쟁 위령탑 옆 시비 뒤로 유골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대구 가창댐이 보인다.(2021.10.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화위 조사에 따르면, 해방 후 1946년 대구 시민들은 미군정 친일 관리(官吏) 고용·식량공출 시행을 비판하며 같은 해 9월 총파업을 했다. 10월 1일부터 쌀을 달라며 항쟁했지만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력진압했다. 가담자·국민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수감자는 전쟁 후 군경에 의해 달성군 가창면·경산 코발트광산·칠곡 신동재 등에서 집단사살됐다. 유족들 요구로 유골수색, 진상규명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과거사 사업을 중단해 10년 넘게 진상규명이 멈췄다. 하지만 작년 6월 '과거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과거사의 조사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이어서 1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현재 2기 진화위가 출범해 재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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