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조례에 소홀한 대구 지자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방의원들이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대진)은 27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진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구가 고향인 고(故) 전태일 열사는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숭고한 희생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는 노동과 인권이 살아 숨쉬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구시와 의회 권력이 편중됐고 민주당이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구 지방의원들은 지난 26일 의원 총회를 열고 조례 제정에 동의했다. 민주당 소속 대구광역·기초의원 48명 중 34명이 의원 총회에 참석해 조례 제정에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대구 지방의원들과 대구시당은 이번 총회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과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또 내용이 더 진전되면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원탁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 지방의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 년간 노동조례와 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했다. 노동조례는 노동환경 실태조사, 개선방안 마련, 노동권 보장 교육이 주요 내용이고. 인권조례는 인권교육, 인권보장 증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그 결과 '인권보장 및 증진 조례'는 2016년 대구시에 이어 동구·남구·달서구·중구·달성군이 제정을 마쳤다. 하지만 8개 구·군 중 서구·북구·수성구 3곳은 여전히 제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1~2년 새 조례를 발의했지만 일부 보수·개신교단체가 "종북·동성애 조장" 내용으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반대 글을 올리며 반발해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부담감을 느껴 조례 막차에 올라타지 않고 있다.
노동조례는 상황이 더 나쁘다. '노동' 글자만 들어가면 인권조례와 마찬가지로 일부 종교단체가 "계급의식 주입·민주노총 편향"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2017년 노동이 들어간 첫 조례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상정했다. 이어 여러 구·군이 같은 조례 제정을 시도했지만 때마다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2018년 9월 발의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조례'는 3년 넘게 보류된 상태다. 현재는 '노동자 참관제'로 수위를 낮춰 논의 중이다. 또 지난 22일 서구의회가 '청소년 노동 인권 조례'를 제정했지만 조례명은 노동 인권이 아닌 '근로 권익'이다. 노동 대신 '근로', 인권 대신 '권익'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야 겨우 조례를 만들 수 있었다. 노동이 들어간 조례는 대구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 수성구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인권증진 조례' 등이 고작이다. 하지만 인권조례는 전국 광역·기초단체 98곳, 청소년 노동조례는 71곳이 제정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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