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첫 '독성물질' 검출됐는데..."안전하다"는 대구시·환경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7.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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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연구 / 매곡·문산·고산정수장 3곳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미국 기준 7~9배...환경연 "4대강 녹조 탓, 단수→낙동강 보 개방"
대구시 "분석법 차이, 문제 없다"...환경부 "정수 중 제거, 안심"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사업 후 10년 넘게 매년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했지만, 정수 처리된 마시는 물에서 독성물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단체는 "4대강 녹조 탓"이라며 "단수 후 보를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구시와 환경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독성물질 검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독성물질 분석 방법의 차이로 벌어진 일"이라며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른 검사에서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환경부 역시 "녹조가 발생해도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대구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핀 녹조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핀 녹조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수돗물 안전을 장담했던 대구시와 환경부는 시민에게 사죄하고 해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수장 중 매곡, 문산, 고산 3곳을 대상으로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MBC는 지난 21일 원수물과 정수를 마친 물을 채취해 부경대학교 연구팀에 분석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도 협조했다. 분석 결과, 정수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100배 강한 독성물질로 폐·뇌·간·신경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곡정수장의 경우 리터당 0.281마이크로그램 ▲문산정수장의 경우 0.268마이크로그램 ▲고산정수장의 경우 0.226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인 EPA의 성인 허용 기준치인 1.6마이크로그램보다는 적지만, 아동 허용 기준치인 0.3마이크로그램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임시 가이드라인 0.03마이크로그램 기준치와 비교하면, 매곡의 경우 9.36배, 고산은 7.53배, 문산은 8.93배 높게 마이크로로시스틴이 검출된 셈이다. 검사 당시인 지난 21일 정수장 원수의 유해남조류수는 밀리리터당 6,130마리로 조류경보는 '관심' 단계였다. 

대구환경연은 "제2의 페놀사태에 버금간다"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가 그 동안 사용한 검출 방법에 대해서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면서 "부경대와 같은 방식의 일라이저를 이용한 '토털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분석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에서 더 이상 독성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단수 조치 ▲비상 급수 공급 ▲4대강 수문 즉각 개방"을 요구했다.
 
대구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핀 녹조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핀 녹조 /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미국 EPA 분석 방법의 표시 한계 / 자료.환경부
미국 EPA 분석 방법의 표시 한계 / 자료.환경부

대구시와 환경부는 즉각 반박했다. 대구시 27일 설명자료에서 "환경부가 정한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으로 분석한 결과(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 독성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분석 항목마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보증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수질연구과 관계자는 "부경대와 기존 분석법의 차이로 인한 결과"라며 "당시 자체 정수 분석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대구시민들의 불안감에 대비해 환경부에 총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방법 요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녹조가 발생해도 수돗물은 안전하다"며 "정수 중 제거돼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부경대 분석법은 미국 환경보호국이 제시하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지만,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면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액체크로마트그래피법'이 오히려 정확도가 높아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독성물질 분석 방법의 차이로 독성물질 유무가 나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경대 연구팀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20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팀 독성물질을 모두 합하는 식의 미국 환경보호국 공인조사 검사방법을 사용했다. 반면 대구시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물질이 특히 강하거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많은 4가지 종류만 찾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대구지방환경청(청장 최종원)은 29일부터 대구지역 내 89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수돗물 안전, 정수장 위생관리, 붉은깔따구 유충 차단 등을 위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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