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갈등 8개월째...현장은 "서로 할 짓 못돼", 행정은 '뒷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0.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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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비대위 현수막·집회·국민청원·문자 "차별아냐, 주거권침해·타협불가" / 무슬림들 "함께 살 이웃"
북구청·의회 중재실패·법원에 미뤄 "해법없어·판결보자" 내달 2차 공판...인권위는 "인권침해·공사재개"


"안녕하세요"

지난 9월 30일 대구 북구 대현로 3길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 A씨가 아이 손을 잡고 허름한 주택에서 나오며 인사했다. 메카를 향해 하루 5번 기도를 드리러 오는 이슬람 신도 '무슬림'이다. 얼굴, 이름,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여기에(대현동) 산다"고 답했다. 대현동 주민 무슬림인 셈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린 까만 부르카를 쓰고 매일 다른 신도 여성과 이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공사중단된 이슬람사원 부지 옆에서 기도하고 나오는 무슬림(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사중단된 이슬람사원 부지 옆에서 기도하고 나오는 무슬림(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건축 부지 앞 민가를 예배당으로 쓰는 무슬림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건축 부지 앞 민가를 예배당으로 쓰는 무슬림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부지 인근 무슬림 예배당 뒤로 교회 십자가가 보인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부지 인근 무슬림 예배당 뒤로 교회 십자가가 보인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B씨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 역시 대현동 주민 무슬림이다. 여성 무슬림들이 수줍게 인사를 한 뒤 얼마 안돼 한 30대 남성 C씨가 자전거를 타고 주택에 들어오며 인사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인 그도 무슬림이다. 인근 경북대학교 재학생으로 이 곳에 기도를 드리러 왔다.   
 
이 주택은 무슬림 예배당이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가 8개월째 멈춘 탓에 건축주들은 공사 부지 옆 주택 한 채를 매입해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대현동과 산격동 인근 무슬림들은 이 곳에서 매일 기도를 드린다. 사원 공사는 일부 주민·건물주·지주·개신교 신도 반발로 중단됐다. 터를 닦고 골조를 세운 이후 진전이 없다. 공사장 입구는 철판문에 가려지고 자물쇠로 잠겨 출입이 막혔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는 지난 2월부터 멈췄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는 지난 2월부터 멈췄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축 부지 바로 앞 민가에 건축 반대 현수막이 붙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축 부지 바로 앞 민가에 건축 반대 현수막이 붙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리고 무슬림들이 드나드는 골목길과 주택가 뒤로 어지러운 글귀가 곳곳에 적혔다. "국민이 먼저, 이슬람사원 건축 결사 반대", "이슬람사원 건축 재개는 주민 두 번 죽이는 것" 등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자들이 건 현수막과 피켓이다. 무슬림들은 8개월째 반대 현수막을 보며 대현동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슬림 A씨는 "(현수막) 무서워요. 그런데 이해해요"라며 "그래도 우리도 이웃이에요. 함께 살아요"라고 말했다. B씨도 "너무 미워하지마요. 우리 착한 사람들이에요. 기도만해요"라고 했다. C씨는 "무슬림과 이슬람교에 대한 오해가 큰 것 같다. 다 나쁜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소수다. 우리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 친구도 많다"며 "이해하지만 사원을 못짓게 하는 건 이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대현동 현수막..."이슬람사원 반대, 무슬림 밀집지역 치안불안, 슬럼화"(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현동 현수막..."이슬람사원 반대, 무슬림 밀집지역 치안불안, 슬럼화"(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공사부지 인근 가정집에 붙은 건축 반대 피켓(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공사부지 인근 가정집에 붙은 건축 반대 피켓(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들 뒤로 "대현동 이웃 여러분, 우리 이슬람신자도 사람이며 이 동네 구성원입니다"라는 건축 찬성 현수막과 "주택 밀집지역에 이슬람사원 건축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반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이슬람 신도들이 떠나자 곧바로 중년 남성과 여성이 다가온다. 대현동 주민과 지주들이다. 대현동 지주 60대 남성 이모씨는 "기자들 인터뷰 안한다. 우리를 혐오세력, 차별세력으로 몰아부치기만 하고 우리가 왜 반대하는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도 이웃", "용납 못해" 찬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도 이웃", "용납 못해" 찬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현동 주민이 지도로 건축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현동 주민이 지도로 건축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씨는 지도를 보여주며 본인들이 이슬람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정집들이 있고, 자영업자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한 복판에 대형 종교시설을 짓는 게 부당하다는 이유다. 이씨는 "이슬람인든,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어떤 종교시설도 우리 동네에는 들어오는 게 부적절하다"며 "사원은 가정집 11가구에 빙 둘러싸여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구청이 처음부터 주민과 상의 없이 사원을 허가해 문제가 된 것"이라며 "우리도 이게 서로 할 짓이 못된다는 것 안다. 그런데 공사 처음부터 주민을 속인 건 구청 아니냐. 차별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다. 더 이상 타협은 불가하다. 주거권 침해에 대해 법원 판결만 나면 다 끝날 문제"라고 반박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대현동 주민자치회'는 8개월째 이 사업을 막아서고 있다. 부지 인근에서 몇 달째 "이슬람사원 건립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지 바로 앞에 간이테이블을 두고 공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건립반대' 청원을 올렸다. 지난 8월 26일에는 대구지법 앞에서 "건립취소 판결" 촉구 기자회견도 열었다. 주민들 외에 일부 기독교 단체 신도들까지 반대 운동에 합세했다. 다소 선을 넘는 언행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북구의회 여야 의원들에게 수 개월간 설립 반대 내용이 담긴 문자 수 백통을 보내기도 했다.
 
"건축 부지 옆 가정집 11가구나 있어요. 공사 안됩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건축 부지 옆 가정집 11가구나 있어요. 공사 안됩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북구청과 북구의회는 아예 손을 들었다. 물밑 협상을 시도했지만 최종적으로 중재안을 찾지 못했다. 인근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 공청회·토론회 개최, 경북대 내 예배당 설립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긍정적으로 답변한 사원 건축주들과 달리 비대위가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고 행정은 뒷짐만 진 모양새가 됐다. 건축허가를 한 것도, 공사중단 행정처분을 내린 것도 북구청이지만 "민원이 너무 거세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법원에 미룬 상태다.  
 
북구청 한 관계자는 "해법을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며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 됐다. 일단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니 판결 결과를 보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답했다. 해당 지역구 한 북구의원도 "이건으로 사실 할말이 없게 됐다"면서 "행정공백이 생겼다. 주민과 신도 모두에게 죄송하다.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재판이 빨리 끝나 지금의 갈등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경북대 서문 낙후된 골목길...무슬림이 자주 가는 마트도 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서문 낙후된 골목길...무슬림이 자주 가는 마트도 있다.(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건축 부지 앞 민가에 붙은 건립 반대 집회 신고서(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원 건축 부지 앞 민가에 붙은 건립 반대 집회 신고서(2021.9.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법원은 앞서 7월 북구청의 공사중단 집행정지에 대해 건축주들이 낸 가처분소송에서 건축주들 손을 들어줬다. 행정처분을 집행정지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사장 출입구를 비대위 측 인사 소유의 차량이 막아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차량을 들어내려고 해도 개인 사유지라 공사가 어려운 상태다. 결국 행정소송 본안소송으로 넘어가 재판이 진행 중이다. 2차 공판은 오는 11월 3일 열린다.

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는 '다룰이만 경북엔드 이슬라믹센터(DKIC.대구 무슬림 학생들 종교활동 지원단체)'가 지난 6월 권영진 대구시장과 배광식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이슬람사원 공사중지 차별시정 진정에 대해 지난 1일 "인권침해"라며 "차별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인종차별·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테러의 온상 이슬람사원 반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 '무슬림은 이 나라를 떠나라' 등)에 대해 제거·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공사중지 명령에 대해서는 소송 중인 점을 고려해 그 자체가 차별이라는 진정은 각하했다. 대신 "합리적 이유 없이 민원을 이유로 중지 통보한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것"이라며 "공사재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5일 논평을 내고 "인권위 입장을 적극 환영한다"며 "북구청의 반인권적 차별적 행정조치가 대현동 이슬람사원의 평화적 해결을 막는 걸림돌이며 혐오세력을 부추기고 있음을 넘어 한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때문에 "북구청은 지금이라도 공사재개 조치를 하고 혐오·차별 현수막 철거 권고를 적극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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