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치경찰위원장이 아니라면 정말 더 심한 평가를 할 것 같다"
설용숙(64.전 경북경찰청 1부장) 제2대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장은 14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 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출범한지 1년된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해 위원장 스스로 박한 평가를 했다. 설 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 부산에서 열린 자치경찰컨퍼런스에서 한 교수가 토론 패널로 나와 '누가 (자치경찰) 만들었는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제 귀에 쏙 들어왔다"며 "(자치경찰제) 너무 준비가 안되고 졸속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권한은 없고 의무와 책임만 있다"며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또 "여기에 와보니 현재 상태로라면 앞길이 깜깜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탄식했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이 생긴지 76년 만인 지난해 7월 1일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찰 분야 최대 개혁 과제로 이행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기존의 경찰 권한을 지방에 이관하고 지방분권을 시행한다는 취지다. 법률안(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운영에 관한 법률)시행에 따라 경찰청 단일 조직에서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로 분리됐다.
'자치경찰'은 위원장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 감독을 받으며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교통, 경비, 생활안전 등 주민과 가까운 업무를 담당한다. 위원장은 단체장이 임명한다. 대구 자치경찰 실제 업무자는 877명이다. 국가경찰이면서 자치경찰 업무도 중복해서 담당하는 이들은 3,6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사권, 임명권, 예산권, 징계권 등 조직 핵심 권한은 가지지 못했다. 이 권한들은 경찰청,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에 여전히 분산돼 있어 경찰위 자체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기구가 생긴지 이제 1년 밖에 안됐다고 해도 권한이 적은 탓인지 자치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 역시 매우 낮다. 설용숙 위원장이 이날 행감장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대구시민 10명 중 7명이 "자치경찰을 잘 모른다" 응답했다. 해당 조사는 대구시 자치경찰위가 연간 2회 실시하는 자체 여론조사 중 상반기 조사 결과다.
행정감사 내내 대구시의원들 자치경찰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김대현(국민의힘.서구 제1선거구) 의원은 "냉정하게 말하면 경찰에서 넘어오는 서류를 결제하는 수준"이라며 "제가 알기로는 시민 6~7명이 아니라 8~9명이 자치경찰을 모르는 것 같다. 이해도가 거의 없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에 설립 기한을 맞추다보니 급하게 만들어졌다"며 "이런 제도로는 자치경찰의 지방자치를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 위원장의 '대국민 사기극' 발언에 적극 동의한다"면서 "조직이 안정되려면 예산이 수반할 수 있고 인사권을 독립시켜야하는데 지금처럼 어떤 권한도 없다면 제도가 안착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이태원 참사(서울 10.29 참사)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지구대와 파출소가 자치경찰 소속으로 편입되고 빨리 이원화돼야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협심해서 자치경찰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 위원장은 "인사권, 예산권 독립은 필요하다"면서도 "안건 심의와 의결, 조언 수준은 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주 자치경찰 컨퍼런스에서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한시적 TF팀을 꾸려, '자치경찰 제도 이원화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며 "시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자치경찰이 되기 위해 유기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인환(국민의힘.중구 제1선거구) 의원도 "인사권, 징계권도 없는데 자치경찰이 경찰청 관련해 감사를 할 수 있겠냐"면서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대구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지금 자치경찰이 통제를 할 수 있겠나. 실제 통제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설 위원장은 "최소한 감사를 권고하고 결과를 통보받는 수준은 된다"며 "만약 행사가 사전에 예고된 경우에는 계획서를 심의하고 의결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지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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