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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인권과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남은주 칼럼]
2021년 04월 13일 (화) 12:08:38 평화뉴스 남은주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살면서 경찰서를 편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20대 때는 경찰이 무서워 피해 다니기도 했지만 이제 무서움은 가셨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112 신고, 집회나 행사 때의 협조, 상담지원이나 강사로 가서 만나기 등등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아직 경찰은 가까이 있으나 먼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경찰이 달라진다. 7월1일 시도별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단위로 경찰권을 부여하여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의 설치 및 유지, 운영에  관한 책임을  담당하고 치안업무를 하는 제도이다. 자치경찰제도가 시행되면 국가경찰의 사무와 자치경찰의 사무가 나누어져서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일은 자치경찰이 맡게 된다. 자치 경찰 사무는 기존 경찰제도하에서의 생활안전과에서 담당하던 일과 교통, 여성청소년과의 업무인 학교 폭력, 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 성폭력 범죄, 경범죄, 가출인 실종아동 관련 범죄에 등에 대한 수사 사무로 120여 가지이다. 대구 경찰의 17%, 천 명 정도가 자치경찰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필자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데 있어 성평등과 인권, 지역정치세력과의 관계, 시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방안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평등과 인권은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 국가경찰제에서 자치경찰제로 바뀌면서 제도운영을 위해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만들어진다. 국가경찰위원회는 독립된 기구로 국가경찰의 예산 편성권과 치안 정책 수립, 경찰 업무·행정 등의 처리 기준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가지며 7명으로 구성되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의 사무를 관장하는 합의체 행정기관이며 7명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위에서 추천한 2명, 대구시의회 추천 2명, 국가경찰위원회 추천 1명, 대구시교육감 추천 1명, 대구시장 지명 1명으로 임명권한은 지자체 단체장이 갖고 있다. 경찰 자체에 집중되어 있던 권력이 분산되게 하는 장치라고 하겠다.  

   
▲ 사진 출처. 대구경찰청 홈페이지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자치경찰의 사무 중 여성청소년과의 성폭력, 가정폭력, 청소년성매매 피해 등은 성평등 관점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일이므로 젠더인식이 있는 위원의 선임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9조 2항은 ‘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으나 미진한 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치경찰의 사무를 진행함에 있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아야함으로 자치경찰위원회에 인권전문가나 운동가가 꼭 필요하다. 법 조항에는 ‘위원 중 1명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 성평등과 젠더인식,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자치경찰 위원회 추천과 선정의 구조 속에서 우려되는 것은 ‘지역정치와의 미분리’이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추천위원의 구성과 그밖에 추천권을 가진 대구시, 교육청 등등이 모두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에 의해 추천된 사람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치경찰을 운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의 권력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지역정치권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시민을 위한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 보장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치경찰시민위원회와 주민옴부즈만 제도, 주민참여형 자치경찰예산제 도입이 제안되고 있다. 이는 조례로 가능한데 이미 경기도는 이러한 제안을 바탕으로 자치경찰조례에 정치중립과 불가침의 인권보호, 감사 시 외부전문가 포함, 인권옴부즈만 제도를 반영하였다. 대구시 조례는 정부의 표준조례를 기본으로 통과하려고 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자치경찰은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한지붕 세 가족’의 체제이다. 별도의 조직 신설 없이 현 경찰조직을 유지하면서 사무를 구분하고 경찰의 국가직 신분을 유지한 결과이다. 경찰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수사권을 놓고 주저하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휘체계의 혼선으로 현장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 <정책토론회> 자치경찰제, 시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과제(2021.4.2. 대구시의회 희의실) / 사진.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특히 자치경찰제의 수사사무에 가장 혼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젠더기반 폭력 사건에 대한 현장의 대응과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 젠더기반 폭력의 경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으로 수사사무를 나눌 때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제안된 내용으로는 단순 가정폭력인 경우 자치경찰의 사무인데 심각한 폭행이나 상해가 발생할 경우는 국가경찰의 사무가 된다. 이렇게 나누는 것이 급박한 현장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치경찰의 젠더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법과 자체적으로 수립될 젠더기반폭력예방 계획안에 대한 현장전문가 참여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지역 경찰의 비전문적 대응이 현장에서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된다.

자치경찰제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일 진행된 ‘자치경찰제, 시민의 경찰이 되기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의 준비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자치경찰제에 대해 공론화의 필요성과 시민참여 방안 마련 등 시민사회의 의견을 전달하였고 이후 조례에 이러한 내용을 담을 것을 촉구하는 논평도 발표하였다.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자치경찰제가 더 나은 경찰행정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이다.  

   







[남은주 칼럼 20]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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