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쨍그랑~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사 경로우대권 지급기에서 토큰형 우대권이 툭 떨어졌다. 신분증 인식기에 올린 주민등록증은 1957년 5월. 올해 66세 강모씨다.
일흔을 앞둔 1957년, 1956년 두 친구는 3일 오전ㆍ오후 두번 무료로 지하철을 탔다. 대구 도시철도요금은 편도 1,250원, 왕복 2,500원. 한달 꼬박 이용하면 7만5,000원. 두 사람이 매달 혜택을 받는 금액이다. 지역에 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그 동안 이들처럼 요금을 내지 않고 언제든지 지하철 무임승차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65세 이상~69세 이하 노인들은 앞으로 대구지하철에서 이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 대구시가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는 탓이다. 대신 대구시는 70세 이상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를 발표했다. 지하철은 기준 연령을 높여 복지 대상을 줄이는 반면 버스 무임승차를 새로 도입해 대중교통 노인 연령 기준을 손 볼 계획이다.
강씨는 "참 서럽다. 이쪽 식당에 일하러 와서 출.퇴근할 때 지하철 요금 혜택 받는 게 고작인데, 이것마저 뺏어간다니…나이든 사람에 대한 차별 아니냐"고 정책 변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대구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는 전국 최초로 6월 28일부터 시행한다"며 "그에 맞추어 지하철과 지상철도 등 도시철도 이용에서도 현재 65세 이상으로 된 무상 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해도 아무 (법적) 하자가 없다"면서 "유엔 기준으로 청년은 18세부터 65세, 장년은 66세부터 79세, 노인은 80세부터다.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세대 설정이 긴요하다"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시에 3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오는 6월 28일 버스 무료화를 시행한다. 예산은 연간 350억원으로 추산했다. '버스준공영제'에 따라 대구시가 업체들에게 무임승차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금액이다. 추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혜택을 입는 70세 이상 인구는 27만여명이다. 지하철 70세 상향 조정은 논의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 무료화는 노인 복지 차원에서 혜택을 늘리기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철 70세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내부 검토 단계"라고 답했다. 특히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가 최근 3년간 600억원대를 기록했다"며 "연령을 올릴 경우 적자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노인 나이(65세 이상)와 관련해 나중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법제처에 추가 확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로역사에서 만난 시민들의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젊은층, 중장년층은 대체로 70세 연령 상향에 찬성했다. 30대 이모(남성.직장인)씨는 "65세를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이제는 젊은 것 같다"며 "혜택을 주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고 말했다. 대학생 신모(23.여성)씨는 "지하철을 타면 노인 중 이유 없이 계속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나이를 올리면 그런 일이 줄어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년층 입장은 달랐다. 70대 조모(남성.자영업자)씨는 "지하철 요금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노인한테 월 10만원은 큰 돈"이라며 "연령이 올라가면 당장 일자리를 찾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발 묶이는 노인들이 많을 것 같다"고 답했다.
복지단체는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는 지적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중교통 요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공공요금, 기초연금 등 우리 사회 모든 제도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를 정하는 시기"라며 "65세부터 69세까지는 지하철 혜택을 없애는 대신 70세부터 버스비 무료화를 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 윗돌을 꾀는 꼼수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빈곤층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요금을 내야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논의 없이 갑자기 적자라는 이유로 노인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가 '적자'라고 주장하는데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안그래도 각종 공공요금 폭탄으로 민생고가 심한데 추후 이 정책을 시작으로 대구시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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