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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승강기 환승...대구 장애인들, 반월당역 '이동권' 호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4.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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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23개 승강기 3개...휠체어 타면 '꽉', 비좁고 불편
2호선 캠페인·도심 행진→장애인 차별철폐·권리보장
특별교통수단·차별금지계획·원스트라이크아웃 등 14개
"홍준표 시장, 장애인 인권증진 무한책임...정책 반영"


◎지하 4층 지하철 승강장...휠체어 타고 '엘리베이터 두번' 갈아타기 

"지하철 타려면 엘리베이터 두번 환승해야 해. 오래 걸리지만 이 마저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박명애(68)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는 18일 오후 대구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사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승강기) 앞에 섰다. 휠체어를 타는 박 대표는 다른 사람처럼 줄을 섰다. 휠체어가 타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타기 불편해 먼저 3번을 보내고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지상 승강기를 기다리는 장애인들(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휠체어 하나만 타면 꽉 차는 비좁은 엘리베이터.(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드디어 지상에서 한번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에 오를 수 있었다. 비좁은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는 휠체어는 하나 뿐, 다른 휠체어 장애인들은 하염 없이 지상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지하 2층에 내려서 박 대표는 또 다른 엘리베이터로 갔다. 2호선 반월당역은 지하 4층, 심도 23m 아래 승강장이 있다. 지상에서 지하 2층으로, 지하 2층에서 또 지하 4층으로 휠체어를 타고 두번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한다. 비장애인에게 고작 5분이면 가는 승강장이 휠체어 장애인에게 30분 가량 걸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바퀴에 신발 낀다", "좁다" "불편하다"는 눈총을 받아야 한다. 

휠체어에 탄 수십명의 장애인들은 이날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을 찾았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역 장애인들이 지하철역사에서 이동권 보장 등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너무 좁아" 박명애 대표가 시민들과 함께 엘리베이트를 탔다.(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너무 좁아" 박명애 대표가 시민들과 함께 엘리베이트를 탔다.(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출구 23개' 전국 최다, 이동약자 엘리베이터는 고작 3개...비좁고 불편  

'반월당역'에서 캠페인을 한 이유는 장애인 이동권의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역사 완공 후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탓에 지역 장애인들은 위험한 리프트로 이동해야 했다. 오랜 시간 대구시를 상대로 투쟁을 벌였고, 대구시는 지난 2013년 대구지하철 1호선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출·퇴근으로 가장 붐비는 2호선 반월당 환승역에도 엘리베이터가 생겼다. 하지만 숫자는 적고  동선은 불편하고 시설은 다소 열악하다. 반월당역 출구는 23개. 전국 지하철 출구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고작 3개 뿐이다. 이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상 역사에서 3개 엘리베이터를 나눠타고 반월당역 승강장에 모이는데는 30분 넘게 걸렸다.  
 
"이동권 보장하라" 문 닫히는 지하철 앞 피켓팅(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동권 보장하라" 문 닫히는 지하철 앞 피켓팅(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방면 지하철 승강장 앞에 휠체어 장애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스크린도어가 열리면서 시민들이 내리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정권 장애인 운동 탄압 중단", "수용시설 노, 자립생활 예스", "장애인 권리 보장하라", "이동권 확대하라" 등이다. 

조민제 대구투쟁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지역사회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 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하기 위해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지하철 무정차 폭력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홍준표 시장에게 장애인 권리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승강장 앞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스크린도어를 지키고 있다.(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역 장애인단체는 이날 반월당역 캠페인에 앞서 이동권 증진과 권리 향상을 위한 집회를 벌였다.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36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8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에서 '제43회 4.22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대구지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차별금지기본계획, 인권침해 시설 원스트라이크아웃 등 14개 정책 반영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강화 ▲중증·발달장애인 주거지원 서비스 제도화 ▲지원주택 조례 제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화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체계 강화 ▲인권침해 거주시설 '한사랑마을' 폐쇄 ▲인권침해 시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특별교통수단 확대 등 대구시 대상 7개 중점과제와 14개정책과제, 8개 구·군을 대상으로 7개 중점과제와 13개 정책과제 반영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 대구대회' 시청 인근에서 행진하는 장애인단체(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날 대구대회' 시청 인근에서 행진하는 장애인단체(2023.4.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대구 결의대회'(2023.4.18.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대구 결의대회'(2023.4.18.대구시청 동인청사 주차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책과제는 ▲지역사회 공공책임 돌봄 기반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 수립 ▲장애인 긴급돌봄서비스 지원수준 강화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 확대 ▲장애인 차별금지 인권보장 기본 계획 ▲발달장애인 자기옹호단체 지원 확대 ▲장애아동지원센터 ▲폭력·학대 피해 장애인 자립 지원 등이다. 

집회 후 "함께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대구시청에서 시청네거리를 거쳐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에서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까지 행진을 펼쳤다. 100여명이 행진하는 과정에서 이동 경로 설정을 놓고 경찰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통행을 방패로 막아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큰 마찰은 없었다.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동정과 시혜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시장은 장애인 인권증진과 이동권 보장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들로서 반드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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