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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타기 힘든 버스·철도...가파른 경사로·부실한 안내판, 집단진정 3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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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설치 못하는 버스 승강장
대경선 안내판 제대로 설치 안돼
'이동권 침해' 인권위 차별 진정
공공 21건, 민간 10건 등 31건
"정부·지자체, 예산 앞세워 외면"
대구시 "저상버스 확충 등 대책"
철도공사 "기준 충족...불편 점검"

#1. 대구 동구 옻골마을에서 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정류장이 도로에 설치돼 있어 경사로 각도가 높아 탑승이 불가했다.

#2. 대구시가 운영하는 DRT(수요응답형차량)를 이용하려 했으나, 휠체어 승강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이용하지 못했다.

#3. 대구 중구 한 편의점 주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진출입하지 못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7년 맞이 집단진정 및 지역사회 제언 기자회견'(2025.4.11.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7년 맞이 집단진정 및 지역사회 제언 기자회견'(2025.4.11.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지역 장애인단체가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겪은 차별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에 집단진정을 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와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는 1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리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는 장에인들에게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차별 시정"을 촉구했다.

장애인단체는 지난 3월 4일부터 4월 7일까지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 전 영역에서 발생한 차별 사례들을 모았다. 그 결과 31건이 접수됐다. 차별 영역은 ▲이동·교통수단 ▲시설물 이용, 접근 ▲금융 및 서비스 등이다. 대구시, 경산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한국철도공사 등 공공부문 21건, 대한항공, GS25, 세븐일레븐 등 민간부문 10건이다. 

공공부문 진정을 보면 ▲대구시가 광주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 "대구에서 나드리콜을 갱신하지 않았다"며 이용 자격을 박탈한 것 ▲광역철도 대경선에 안내판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에 여려움을 느꼈다는 것▲DRT에 경사로 등 승강설비를 갖추지 않아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하는 것이 불가했다는 것 ▲버스 승강장 높이가 낮아 경사로 설치가 불가능해져 결국 버스를 탈수 없었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모든 교통수단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피켓팅(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모든 교통수단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피켓팅(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역에서 함께 살고싶다.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라" 피켓텅(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역에서 함께 살고싶다.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라" 피켓텅(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민간 부문은 ▲편의점 주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고, ▲비행기 탑승 시 경사로를 제공하지 않아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국제법과 국내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대구시의 수요자 맞춤형 교통수단 DRT는 휠체어 승강 설비를 갖출 의무가 없고, 보행 가능 여부로 특별교통수단 이용 자격을 부여해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역철도 대경선은 일반 철도와 승강장을 같이 쓰고 있는데도 안내판, 유도선, 점자블록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에 어려움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현실을 왜곡하며, 예산 논리를 앞세워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밖에 나올 때 오늘은 또 얼마나 나드리콜을 기다려야 하는가, 저상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지 30년이 다 돼간다"며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정서를 접수받은 인권위는 이를 토대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장관식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은 "조사관이 진정서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한 뒤, 국가인권위 본부에 있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해 차별이 있다고 판단하면 권고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진정이 많이 접수돼 조사할 것이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관식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왼쪽)이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로부터 진정서를 받고 있다.(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장관식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왼쪽)이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로부터 진정서를 받고 있다.(2025.4.1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에 대해 대구시와 한국철도공사는 저상버스 확충과 안내판 점검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버스정류장의 단차 문제는 정류장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며 "대구시를 운행하는 버스 중 절반 이상은 저상버스이며, 광역시 중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저상버스 비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저상버스는 계속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철도공사 대구본부 관계자는 "대경선 개통 전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과 현장을 다니며 불편 사항들에 대해 점검했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BF(Barrier Free)인증도 통과했다"면서 "법적인 부분들은 모두 충족했지만,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 사항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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