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거나 구부러진 펜스와 안내판, 파손된 식수대, 안에서 물이 쏟아지는 컨테이너.
대구 수성구 고모동 수성파크골프장은 18일 오전 폭우에 휩쓸린 시설물들을 보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 나온 직원들과 인부들은 쓰러진 시설물들을 다시 올려 세우고, 물에 휩쓸려 널브러진 잡초들을 빗자루를 이용해 치우고 있었다. 침수돼 진흙에 빠진 컨테이너도 포크레인을 이용해 꺼냈다.
수성파크골프장은 지난 2020년 6월 수성구 고모동 6-2번지 일원에 만들어졌다. 19억8,000만원(국비 10억원, 시비 5억원, 구비 5억8,000만원)을 들여 부지 면적 2만9,050㎡, 27홀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지난 10일 대구에 내린 폭우로 금호강 물이 불어나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수성구청 소속 골프장 관리 담당 직원들이 컨테이너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1시 13분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헬기까지 투입해 구조에 성공하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인명 사고로 번질 뻔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60대 A씨는 "갑자기 물이 확 불어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10분도 안돼서 물이 허리춤까지 찼다"고 기억했다. 이어 "물이 갑자기 불면 답도 없다"면서 "침수될 것을 알았다면 미리 빠져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동구 주민 신모(82)씨는 "며칠 전 폭우 때 파크골프장 옆에 있던 컨테이너가 반 정도 잠겨 있었다"면서 "강 반대편은 둑이 높아 괜찮은데 골프장이 있는 쪽은 그렇지 않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 대구지역에 파크골프장이 난립하면서 "생태계 파괴"라는 비판이 잇따르더니, 이번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는 폭우 시 골프장 휴장에 들어가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을 점검하러 들어갔던 직원들이 고립을 당한 사고가 일어나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시(시장 홍준표)에 18일 확인한 결과, 대구지역 파크골프장 수는 모두 33곳이다. 이중 시와 9개 구.군이 직접 운영하는 파크골프장은 29곳에 이른다.
관리 지자체별로 보면 ▲대구시 직영 3곳 ▲동구 4곳 ▲서구 2곳 ▲남구 1곳 ▲북구 2곳 ▲수성구 2곳 ▲달서구 2곳 ▲달성군 8곳 ▲군위군 5곳 등이다.
이는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사)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7개 특.광역시 중 대구가 33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3곳, 부산 11곳, 광주 9곳, 울산 7곳으로 뒤를 이었다. 17개 시.도 기준으로 보면, 경북 62곳, 경남 60곳, 경기 43곳, 강원·전남 36곳 순이며, 대구가 전국에서 6번째를 차지했다.
대구지역 파크골프장 중 '상습 침수'되는 곳은 ▲동구 도평파크골프장, 상매파크골프장 ▲서구 비산지구파크골프장, 비산 제2, 3파크골프장 ▲북구 검단지구파크골프장, 무태파크골프장 ▲수성구 수성파크골프장 ▲달서구 강창파크골프장 ▲달성군 세천파크골프장, 강창파크골프장, 달성보파크골프장, 진천천파크골프장, 논공위천 파크골프장 ▲군위군 소보파크골프장 등 모두 14곳이다.
지역 시민단체는 파크골프장과 같은 강변 저지대 구간에 대해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금호강 인근 파크골프장은 저지대 구간이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금방 들어온다"면서 "저지대 구간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폭우에 대한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폭우 시 원천적으로 사람이 진입할 수 없게 하는 대책과 함께, 경보 수단 등 장치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폭우가 내리면 강변 파크골프장을 휴장하고, 파크골프 협회 회원들에게 입장 통제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재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일반 파크골프장이 15곳, 상습 침수되는 곳이 14곳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호우 예보 시 파크골프 협회를 통해 단톡방에 개별적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입장 통제 안내 문자를 중복해서 보내도록 조치한다"면서 "현장에 직접 오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입구부터 직접 통제하고, 안내문과 방송 등으로 긴급 대피하도록 공지한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 통제와 관련해서는 "현장 직원들이 직접 나가 시민들을 통제하지만, 이들에게도 수위가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라고 전파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수성파크골프장의 경우 관리 컨테이너가 제방 아래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며 "즉시 컨테이너를 제방 위로 올리라고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수성구청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장마철이 지나면 수성파크골프장 보수공사를 본격적으로 할 것 같다"면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골프장이 있는 금호강 좌안에 대한 제방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비가 내리면 안전 통제에 대해 협회 홈페이지, 커뮤니티, 공문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연락하는 역할을 맡는다"면서 "파크골프장 운영 여부는 구.군 등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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