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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르네상스' 보행교 건설...환경단체 "생태파괴" vs 대구시 "피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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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300억, 428m 길이...2026년 준공
"야생동물 집 훼손, 삽질 중단" 촉구
대구시 "환경 피해 가지 않게 설계" 반박

"이곳에 교량이 건설돼 생태계가 교란된다면 달성습지의 가치를 더더욱 망치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대구의 보물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8일 오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부지(달서구 파호동 303-6)를 찾아 이 같이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곳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금호강 르네상스'의 선도 사업 중 하나로, 달성군 강정고령보 디아크문화관 인근에 예산 300억원을 들여 428m 길이의 관광 보행교와 전망대, 조경시설, 낙하 분수 등을 건설하기로 한 곳이다.

때문에 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올해 기본·실시설계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지난 2일 기공식을 가졌다. 준공 목표는 오는 2026년이다.

대구시의 금호강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자, 지역 환경단체가 "야생동물의 집을 파괴하는 생태계 교란사업"이라며 "대구시는 엉터리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 강행하는 대구시 규탄 현장 기자회견'(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 강행하는 대구시 규탄 현장 기자회견'(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성습지 구간에 교량을 건설하게 되면 야생 생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습지 훼손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달성습지는 대구시가 지난 2007년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으로, 이 구간에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발표한 '2023 달성습지 생태모니터링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습지에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멸종위기 2급인 삵, 큰기러기 등 법정보호종 10여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대구시가 이곳에 보행교를 설치하면 빛과 소음 등 공해로 생태 파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달성습지를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야생동물 탈을 쓰고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야생동물 탈을 쓰고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들 단체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내려앉고,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의 서식처인 달성습지 앞에 분수를 쏘고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교량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면서 "철저한 야생의 공간을 건드린다는 것은 두고두고 지탄받을 수 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곳에 필요한 것은 삽질이 아니라, 달성습지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엉터리 삽질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대구시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보고 홍준표 시장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우영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김우영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2024.7.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우영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은 금호강 내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등의 훼손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들에게 강을 돌려주는 것"이라며 "달성습지를 위해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훼손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미 금호강 하류 일대는 인공구조물로 가득 차 생태계 변화가 큰 공간"이라며 "그나마 지켜지고 있던 생태계가 어떻게 더 악화될지 예측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는 그동안 이곳에서 벌인 생태계 파괴의 현장을 반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파괴는 멈추고 생명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보행교 교량을 건설한 뒤에도 환경에 피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원중근 대구시 금호강개발과장은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고, 야생 생물들에게 최대한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달성습지 구간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도록 교량 위치를 조정했다"며 "(보행교를) 건설한 뒤에도 조명의 밝기나 소음 등은 최대한 조절해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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