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려요. 마이크 끄세요"
제9대 경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박순득(58.다선거구) 의장이 손짓했다. '5분 자유 발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경원(47.라선거구) 경산시의원은 사무처 직원들에 의해 단상에서 끌려나갔다.
이 의원은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뭐하는 짓이냐"고 반항하다가 끝내 단상에서 끌려나와 본회의장 밖으로 쫓겨났다. 여당 시의원들은 그를 향해 야유했다. 서로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경산시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발언 중 의회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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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이경원 경산시의원이 2년 전 경산시의회가 채택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낭독하자, 박순득 의장이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퇴장시키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2023.6.29) / 사진.경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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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의회에 30일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은 지난 29일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 중 제8대 경산시의회가 2021년 채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결의안' 원문을 낭독하고 당시 영상을 틀기로 했다. 하지만 박 의장이 영상 상영과 낭독에 반대해 이 의원에게 사전에 삭제를 지시했다.
이 의원은 당일 단상에서 박 의장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염려를 표시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갖고 모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마실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일본 영토에 내에서 활용하지 않고 바다에 버리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경산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에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단호히 반대하고, 시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조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경산시 자체적인 방사능 안전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끝내 결의안을 읽었다. 박 의장 표정은 굳어졌다. 곧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했다.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낭독하자 "퇴장시키세요"라고 외쳤다. 이 의원이 쫓겨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경산시의회가 2년 전 채택한 '오염수 반대 결의안'은 당시 박 의장이 대표 발의했으며 의원 15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경산시의회은 같은 사안을 놓고 이번에는 결의안은 커녕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이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건의했지만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 의석(전체 15명 중 국민의힘 12명,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을 차지하고 있어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자유 발언을 하면서 사태가 불거졌다.
박 의장은 퇴장 지시를 내린 이유에 대해 "적절하지 않으니 전문을 삭제하라고 통보했는데도 낭독했다"며 "8대에서 결의한 내용을 그때는 동의했지만 지금은 다른데 왜 의원들 의사를 안묻고 읽느냐"고 밝혔다. 이어 "의장 직권으로 삭제하라고 했는데 만약 월권이면 추후 사과하겠다"면서 "다만 이 의원 난동에 대해서는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해달라고 부탁드린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임미애)은 30일 논평 "친일 굴욕외교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일본의 이익과 윤석열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며 "5분 발언 중인 이 의원을 끌어내린 것은 소수 야당에 대한 야만적 행태다. 박순득 의장은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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