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국미사'의 밤, 1천여명 촛불 들고 거리로..."윤석열 퇴진하라"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08.08 01: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28공원 월요기도회
"한국 전 영역 붕괴, 줄잇는 참사...폭거·무능"
순회 넉달 만인 오는 14일 서울에서 마지막 미사


천주교 사제들이 7일 밤 대구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하얀 사제복에 녹색 영대를 맨 사제들은 "윤석열 퇴진", "일본 핵폐기수 해양투기 반대" "화해협력, 평화정착" 피켓을 들고 '평화를 주옵소서' 성가를 불렀다. 

시민 1,000여명도 촛불을 들고 함께 했다. 성가에 맞춰 피켓과 촛불을 흔들며 도심을 행진했다.
 
   
▲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으라" 거리로 나선 사제들(2023.8.7.2.28공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사제들이 시국미사 이후 대구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2023.8.7)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대구시국미사추진위원회,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대구경북대전환연대(준)는 7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전국 사제 70명과 수녀 40여명이 미사에 참석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 10여명도 이날 함께했다. 주최 측 추산 이날 기도회에 천주교 신자들을 포함해 시민 1,200여명이 참석했다.

미사 주례는 원유술 삼덕성당 주임신부가 맡았다. 원 신부는 "윤 대통령은 온 나라를 법원으로 만들고, 자신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모두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해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줬지만, 이제 실망과 좌절을 넘어 우리에게 분노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제들이 "일본 핵폐기수 해양투기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천주교 사제들이 2.28공원을 행진하는 모습(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는 "1960년 2월 28일 대구 고등학생들이 앞장서 이승만 독재 권력, 부정 불의에 맞섰다"면서 "역사는 거짓과 강압, 불의와 부정, 편법과 탈법으로 잠시 한 시절을 속이고 지배할 수 있지만 자신의 누추한 진면모를 영원히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짜리 대통령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겁이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하는 것이 곧 평화"라고 덧붙였다.
 
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가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가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월요시국기도회'(2023.8.7. 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월요시국기도회'(2023.8.7. 2.28기념공원)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날 기도회에서 주최 측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경 <마태복음> 10장 16절 말씀을 인용했다. 성명서는 김문주(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대표가 낭독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전 영역이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며 "끝없는 반동과 참사가 줄을 잇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거와 무능 탓"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와 같은 자의적인 통치 행위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불덩이에 몰아넣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서 "부끄러움과 수치를 잃은 이 참담한 시대에 우리는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로운 마음과 태도로써 우리의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지치지 않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문주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했다.(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윤석열 퇴진 피켓을 든 대구시민들(2023.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년홍 신부는 "내년 대구 시국기도회는 서문시장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이 말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이어 시국기도회 후 사제들과 시민들은 2.28기념공원에서 공평네거리, CGV 대구한일극장을 거쳐 다시 2.28기념공원까지 행진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4월 10일 서울에서 시작해 서울, 마산, 수원, 광주, 춘천 등 전국에서 매주 월요일 시국기도회를 개최해 왔다. 오늘 대구에서 16번째 미사를 했다. 이들은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숭례문 앞에서 마지막 월요시국기도회 미사를 열 예정이다.
 
   
▲ 수녀들이 "윤석열 퇴진", "화해협력 평화정착"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2023.8.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다음 시국미사는 서문시장으로 갑시다"라는 말에 환호하는 대구시민들(2023.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명서> 전문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롭게(마태오10.16) 우리는 이 싸움을 치러나갈 것이다

종말의 묵시록,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 이제 15개월이 되었다. 임기 60개월 중 4분의 1일이 지났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고단하고 고통스럽다. 우리의 일상 곳곳을 잠식한 코로나 3년의 후유증이 여전히 생생하고, 국제정세의 불안으로 정치·경제 상황은 날로 험악해지는데다 인류의 탐욕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의 삶 전체가, 너무 위태롭다. 종말의 묵시록을 목도하고 있는 듯하다. 오송 지하차도에서 열넷의 사람이 죽었는데 공무를 맡은 이들의 윤리적 해이와 책임 떠넘기기는 여전하고 정치인들은 자기 정치에 골몰해있다. 남편을 보내고 자식을 잃은 이들의 슬픔과 상처는, 갈 곳이 없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이태원의 거리에서 떠나보낸 부모들이 오송 지하차도의 유족을 위로하는 생경한 풍경, 이 잔인한 풍경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명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지금-이곳의 난국을, 오 어찌하랴. 

159명이 거리에서 횡사했는데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사과의 말 한마디 한바 없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자연재해이지만 인재이기도 했던 오송의 참사 또한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하여 자신의 억울함과 교단의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자 했지만, 우리는 지난 5월에 이와 유사한 죽음을 이미 겪은 바 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건폭으로 몰아간 이 땅의 현실을 향해 죽음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자 했다. 죽음으로 죽음이 덮이고, 통곡이 또 다른 통곡에 의해 잦아드는 이 참담한 상황을 어찌하랴. 죽음이 전하는 목소리를 우리 공동체가 받아내지 않고서 억울한 죽음들을, 저 창자를 끊는 울부짖음과 소리죽여 우는 내 형제·자매의 흐느낌을 어찌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부재

우리는 국민이기 이전에 먼저 인간이어야 하며, 법에 대한 존중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더 중히 여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시민의 불복종>의 저자 소로우(H.D, Thoreau)의 말이다. 교실의 인권이 과연 법과 규정으로 바로 세워질 수 있는 일인가, 법적 책임이 없으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저 무치(無恥)의 법기술자들에게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맡길 수 있겠는가. 맹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본성 넷을 기초로 하여 공동체의 운영과 정치의 지혜를 생각하였다. 어짊(仁)의 실마리인 측은히 여기는 마음, 의로움(義)의 실마리인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예(禮)의 실마리인 감사하고 양보하는 마음, 앎(知)의 실마리인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이 넷을 모든 인간의 본성이라 했건만, 윤석열 정부에는 측은히 여기는 마음도,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양보하는 마음도,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도 없으니, 지금-이곳에 정치가 부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들에게는 상대 진영에 대한 미움과, 국민을 피(彼)와 아(我)로 가르는 분열의 책동만이 있으니, 이를 어찌하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우리 모두가 동일하지 않은 존재라는 인간의 복수성에 대한 존중에서 오는 것이며, 정치 행위는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전제로 한다. 하여 정치는 끊임없는 대화 과정에 자신을 내놓는 일이며, 이는 상대와 토론하고 애써 상대를 설득하려는 태도에 기초한 행위이다. 정치는 폐기처분하고 국민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하는 통치행위만 창궐한 윤석열 정권, 윤석열 정부는 자기 진영만을 상대로 하는 노골적인 분열과 갈등의 책동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그것은 이곳의 현실을 끔찍한 분쟁의 장으로 만드는 행위이며, 우리의 미래를 강탈하는 행위이다. 

대구의 과거와 현재

이곳 대구는 한말에는 의병운동,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으며, 해방기에는 민족의 역사를 실천으로서 고민했던 ‘10월항쟁’의 도시였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끊어낸 4월혁명의 맨 앞자리에 대구의 2.28이 있었으며 박정희 군부독재 시기에는 자신의 젊음을 내놓은 청년의 도시, 우국의 도시였다. 장기간의 군부독재기간을 통과하며, 부패한 권력을 비판하고 권력의 폭력에 저항했던 야도(野都)로서의 대구는 이제 실종되고, 오직 영남출신 기득권-정치집단의 기만과 오만에 온전히 포획되어 정치적 조롱과 혐오의 섬으로 전락한 땅이 된 지 오래이다. 항일과 우국의 도시가 지금-이곳의 대구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2.28이 오늘의 대구와 무슨 상관인가.  

무도의 시대와 야만의 행렬

그럼에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으며, 우리의 촛불을 다시 든다. 소수가 무력한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 개와 돼지는 백만, 아니 천만이어도 개와 돼지일 뿐이지만, 비판의 촛불을 드는 우리는 적지만 결코 소수일 수 없다. 성서의 <판관기>에 등장하는 13만의 미디안 군대에 대항했던 3백의 기드온 병사들처럼, 정의에 대한 순수한 갈망과 지치지 않는 인내로서 우리는 우리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작은 물결이 거센 노도(怒濤)를 만들어내듯이, 소수가 전력을 다한다면 거스를 수 없는, 아니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공자는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富)하고 귀(貴)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바 있으니, 이 무도(無道)의 시대에 나와 내 가족만의 안위를 위해 차마 편히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삶이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소중한 만큼, 하느님이 조성한 내 이웃의 생명 또한 귀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전 영역이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 노동자를 조폭으로 몰아가는 노동 탄압, 기업의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친기득권 정치, 反헌법적이고 굴욕적인 일본강제징용 제3자변제안,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 균형감각을 포기하고 이웃 국가들을 갈라치기하는 호전적인 외교,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탄압, 159명의 죽음에도 어떤 책임도 느끼지 않는 10·29이태원참사,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대응, 몰상식과 몰염치의 양평고속도로,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진 동시해임 시도, 국제적 망신이 된 잼버리대회 등... 끝없는 반동과 참사가 줄을 잇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거와 무능, 그리고 자의적인 통치행위를 묵과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체를 불덩이에 몰아넣는 일이며, 우리의 미래를 폐기하는 일이다.   

환대의 도시, 생명의 땅을 위한 기원

대구는 오만한 통치자들이 참사와 실정(失政) 때마다 기만적인 환약(丸藥)을 제공하는 맹목(盲目)의 환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는 자신의 과오를 돌아볼 줄 모르는 저 통치자들을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불가능하게 하는, 끔찍한 괴물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그리고 우리의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러한 따뜻한 환대는 우리 공동체 안팎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살피고 돌보는 일에 마땅히 돌려져야 한다. 권력자들에는 준엄한 비판의 채찍을 들 줄 알고 약자들에게는 따뜻한 환대를 베푸는 건강한 시민들의 도시를, 우리는 꿈꾼다. 권력자를 살찌우는 패역한 땅이 아니라 수난에 처한 이들을 살리고 북돋우는 생명의 땅이 되기를 우리는 간절히 소망한다. 

척박한 도시 대구에서,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든다. 대구가 바뀌면 대한민국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권력의 과오에 대한 마땅한 비판을 선동정치로 돌려세우고 국민의 정당한 생명권의 요청을 괴담으로 몰아가는 이 뻔뻔한 괴물 통치의 시대, 부끄러움과 수치를 잃은 이 참담한 시대에, 우리는 비둘기처럼 순박하고 뱀처럼 슬기로운 마음과 태도로써 우리의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지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다. 하느님과 한반도의 역사가, 우리의 길에 동행할 것이다.
  
2023년 8월 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구시국미사추진위원회,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대구경북대전환연대(준)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