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병원 노사 막판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오늘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 첫날인 11일 오전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은 어수선했다.
병원 곳곳에 총파업 안내문이 붙었다. 파업 지지 현수막도 걸렸다. 진료를 보고 나온 시민들은 안내문을 읽어보기도 했다. "진료가 불편하다", "큰 차질을 느끼지 못했다"는 등 대구 시민들의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파업 이유에 공감하며 "간호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주 입원해 수술을 마치고 오늘 퇴원하는 우모(52.대구 수성구)씨는 "파업 전야제부터 오늘 파업 출정식까지 다 봤다"면서 "파업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체감하는 차질은 없지만, 간호사들이 잠도 못 자고 일하는 것을 보면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40.대구 북구)씨는 "병동을 보면 간호사들이 바로 했던 소독 같은 업무를 파업 이후 의사에게 보고하고 진행하며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파업하면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지만,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 병원과 빨리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분회(분회장 우성환)는 11일 오전 경북대병원 삼덕본원 앞에서 파업 출정식에서 "사측과 교섭이 결렬됐다"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 노조는 경북대병원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1시간 만에 결렬됐다. 노조가 요구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6명으로 감축하는 안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수정안으로 병동당 간호사 2명 충원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거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경북대병원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10명 정도다. 환자를 직접 돌보지 않는 병동의 수간호사와 교육간호사를 제외한 실근무 간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병원 측은 기재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총인건비의 1.7%만 인상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국립대병원도 총인건비 인상률은 기재부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준용한다.
따라서 노조는 11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경북대병원 본원 직원 2,500여명과 칠곡경대병원 직원 2,200여명 중 파업 참여 인원은 800여명이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 필요한 필수유지인력은 유지한다. 노조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한 필수유지인력은 1,550명(본원 890여명, 칠곡분원 660여명)가량이라고 추산했다. 병원과 오는 13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2년 미만 신규간호사의 퇴직이 70%가 넘을 정도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해 인력 충원은 매우 절실하다"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노사가 합의한 인력 52명 충원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북대병원 측은 노동조합 활동 축소, 복지성 임금 축소 등 개악안만 내놓고, 정부의 임금·인력통제를 핑계삼아 노조 요구안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줄어들어 늘어난 병원비 걱정에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와 병원은 노동자와 환자가 모두 안전한 일터를 마련하고, 의료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병원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실질임금 인상 ▲필수인력 충원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축소 ▲불법의료 근절 ▲노동개악 저지 등을 요구했다.
우성환 공공운수노조 경북대병원분회장은 "기획재정부의 가짜 혁신 가이드라인으로 총액 인건비 제한, 정원 통제로 국립대병원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고통받고, 굶어가며 자신을 태우면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현실에도 병원 집행부는 기재부 핑계만 대며 인력 충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병원 측은 진료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행정직원 70명을 병동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진료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원무, 수납 업무를 하는 행정직원을 병동에 대체 투입한 상태"라면서 "환자 이송, 이동 보조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수인력 충원이나 실질임금 인상 문제는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한다"면서 "아직까지 진료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오는 12일 오후 서울시청역에서 '의료연대본부 공동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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