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조양한울 '표적 해고' 논란...노조 "부당노동행위" 1만인 서명운동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4.01.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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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 110일만에 복귀 후 12명 순차적으로 해고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2주째 천막농성
시민사회 475명 "구속 기소" 탄원, 내달까지 1만명
노동청, A대표 여러 혐의로 수사 / "경영 악화 해고"


대구 달성군 테크노산업단지 농기계 부품 제조업체인 조양·한울기공이 노동자 12명을 해고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표적 해고를 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지회장 최일영)는 17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 A대표이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집단으로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조양 대표이사 구속기소 촉구 기자회견' (2024.1.17. 대구지검 서부지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양 대표이사 구속기소 촉구 기자회견' (2024.1.17. 대구지검 서부지청)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양·한울기공은 전체 직원 규모가 29명인 농기계 기어펌프를 제조해 납품하는 회사다. 노동자들은 2022년 8월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같은 해 9월 임금인상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2023년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교섭에 불참하며 갈등이 커졌다.

노조는 지난해 4월 10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사측은 바로 다음 날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직장폐쇄 110일만인 지난해 8월 21일 노조는 사측과 합의한 뒤 회사에 복귀했다.

하지만 사측은 오랜 시간 파업을 하면서 일감이 대폭 줄었다는 이유로 9월~12월까지 4개월간 24명(조합원 22명, 비조합원 2명)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지난해 11월 9일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을 '절도',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해고했다.

손 분회장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11월 23일 '1차 양정(해고) 유지' 처분을 받았다. 조합원 11명도 같은 달 28일 사측으로부터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아 올해 1월 1일자로 해고됐다. 사유는 '회사 경영 악화로 인한 경영상 해고'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2일 경북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또 지난 4일부터 2주째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 정리해고'이자, 노조파괴를 위한 부당한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조양 회사 건물 앞(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조양 회사 건물 앞(2023.8.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조양 A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노동청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노동청은 지난해 7월 27일 A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가 보완 수사 요청을 받고 다시 수사 중이다. 이를 포함해 A대표이사를 대상으로 노동청에 접수된 건만 13건에 이른다. 이중 3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지난해 8월 A대표이사가 가족들을 사내이사로 등재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현재 달성경찰서 수사 중이다.

반면 사측이 손 분회장을 '재물손괴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9일 대구지법 서부지청에서 1심 공판을 진행했다. 오는 2월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A대표이사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부정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불법 직장폐쇄를 자행했으며, 노조를 없애기 위해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탈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를 결성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이 겨울 찬 거리에 내몰린 상황"이라며 "검찰이 사건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동안 조합원들이 집단 해고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도, 대표이사는 어떤 처벌도 받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2024.1.1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2024.1.1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손기백 금속노조 조양한울분회장은 "1월 1일 새해에 조합원 12명은 길거리에 나앉았다"며 "조합원들을 책임지는 분회장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한탄했다. 이어 "노조 활동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야 하냐"면서 "노동청과 검찰은 조양 대표이사와 관련한 사건들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조합원 12명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보장해달라며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 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들을 다 해고시키겠다고 했다"며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대표이사를 반드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기백 분회장이 탄원서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제출하고 있다. (2024.1.1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손기백 분회장이 탄원서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제출하고 있다. (2024.1.17)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조는 기자회견 뒤 지역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진보정당 대표자 475명이 작성한 '조양·한울기공 대표이사 구속기소 촉구 탄원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오늘부터 2월 말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시민 1만명의 서명을 받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도 17일 성명을 내고 "A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노동조합법 위반 등 수십 건의 사건이 노동청을 거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지만, 아직 처벌은 제대로 내려지지 않고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에 이어 횡령·배임까지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군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는 대표이사를 즉각 구속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조양 A대표이사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순환휴직은 장기간 파업으로 일감이 대폭 감소해 실시한 것"이라며 "회사 전체 인원 중 비조합원은 6명뿐이다. 조합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고자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배임 혐의로 조사 중인 건에 대해서는 "내 월급 일부를 아내에게 준 것"이라며 "죄가 된다면 법에 따라 처벌받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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