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1960년 2월 28일 당시 대구 경북고등학교 학생부위원장인 이대우와 학생위원 안효영은 불의에 맞서 학교 단상에 뛰어올랐다. 이승만과 자유당의 독재정권에 항거해 결의문을 낭독했다.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운동인 대구 2.28민주운동이었다. 대구지역 고등학생 2,000여명이 거리로 나섰다.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 "학원에 자유를 달라"
대구 시내 8개 고등학교(경북고, 대구고, 사대부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대구공고, 대구농고, 대구상고) 학생들은 대구 도심 곳곳에 뛰쳐나와 구호를 외쳤다. 독재정치에 맞서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학업을 접고 거리로 나온 학생들. 거센 시위에 도심에서 경찰과 대치가 벌어졌다. 학생 시위대는 중앙로역에서 경북도청으로 진입했다.
경북도청에 집결한 학생들은 2.28결의문을 낭독했다. 경찰들은 학생들을 강제 연행했다. 학생들은 끌려가면서도 결의문을 낭독하거나 학원에 자유를 촉구했다.
대구 2.28민주운동 제64주년을 맞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회장 박영석)는 2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1층에서 '대구 2.28민주운동 제64주년 특별기획 사진전'을 진행했다. 2.28운동 당시 사진과 문헌자료, 2.28운동을 보도한 외신 기사 등 100여점이 전시됐다. 사진전은 오는 3월 3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이 시위하다>, <한국에서 학생들과 경찰이 충돌하다>
특히 사진전에서 눈길을 끈 것은 외신 보도들이다. 당시 미국의 <뉴욕타임즈>, <더 워싱턴 포스트>, 영국의 <더 타임즈>, 일본의 <재팬 타임즈> 등 여러 외신이 2.28민주운동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역사적 자료들도 함께 전시됐다. 2.28운동 직후인 1960년 3월 3일 경북고 교장이 경북도지사에게 보낸 경위서와 주한 미대사 매카나기가 2.28운동 상황을 담아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전문', '미8군 일일 정보보고서' 등이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2.28운동 당시를 담은 사진들을 보거나, 신문 앞에 서서 번역된 기사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기도 했다.
시민 김모(80)씨는 "2.28운동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이 독재정치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록을 보관해 학생들에게도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김모(50)씨는 "대구를 보수적인 도시로 생각했는데, 사진전을 통해 새롭게 봤다"며 "많은 고등학생들이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온 사진들을 보니 뜨거운 심장을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념식도 열렸다.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이날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를 주제로 '제64주년 2.28민주운동 기념식'을 열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정부 기념식으로 격상돼 보훈부가 주관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한 총리는 2.28민주운동기념탑을 찾아 참배했다.
한 총리는 기념식에서 "64년 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첫걸음이 대구에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정권의 탄압에 맞서서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일어섰고,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외침에 수많은 시민이 함께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2.28정신을 계승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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